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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길터주기?' '대선 올인?' '개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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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통합신당 길터주기?' '대선 올인?' '개헌용?'

'盧 탈당 임박' 관측에 정치권 긴장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범여권에선 노 대통령의 탈당을 기화로 통합신당 주도권 경쟁이 가열될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한 반응이 많은 반면, 탈당파들은 '정치적 요식행위'라고 일축했다.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나라당은 당적을 버린 노 대통령의 향후 '정치 올인'을 경계했고 민주노동당은 '원포인트 개헌'을 위한 탈당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당 "일단 환영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일단 통합신당 추진에 '족쇄'가 풀어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거나 탈당을 준비 중인 의원들의 명분이 없어져 '우리당 중심의 통합신당' 추진에 탄력이 붙지 않겠느냐는 것.
  
  문병호 당의장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을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노 대통령 색깔을 지우기 위해…'라는 이유가 정리가 되는 것"이라며 탈당 도미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노 대통령의 탈당이 열린우리당의 대통합신당 추진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민병두 의원은 "어차피 대통합신당은 열린우리당의 틀로는 할 수 없는 만큼 노 대통령의 탈당이 대통합신당 추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당적을 버림으로써 당 운영에 직접 개입할 관련성이 사라져 (당이 청와대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불필요하게 전면에 서 있어 여권의 대선후보가 나서기 어려운 상태"라며 "노 대통령이 자꾸 차기 정권의 일에까지 개입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치 불개입 선언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라는 요구는 집단탈당파 의원들과 한나라당 쪽에서 제기된 것.
  
  노 대통령의 탈당이 당내 친노파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관측도 비슷했다. 문 비서실장은 "당내 친노 대 반노의 구도가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민 의원도 "그동안 노 대통령을 이용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당내 상당수 친노 세력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시민 장관이 노 대통령과 동반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친노그룹인 백원우 의원은 "그동안 노 대통령이 무얼 개입해 왔는지 모르겠다"며 "노 대통령도 정치인이고, 그런 이상 '정치 불개입' 요구는 원천적으로 성립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당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탈당하더라도 현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으로서의 지위가 사라지는 점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됐다. 이기우 공보부대표는 "대통령이 탈당하면 법적인 여당이 사라지면서 공식적인 당정 협의도 없어진다"며 "정부가 관련 입법을 상의할 파트너를 잃고 정당별 입장이 난무해 국정 운영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탈당파 "노 대통령 행보가 당적과 관계 있었나"
  
  반면 열린우리당 탈당파 그룹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탈당파 그룹은 노 대통령 탈당의 정치적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도 자신들의 통합신당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합신당 추진모임의 최용규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정책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탈당한 이후에도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히고 있고, 자신의 탈당도 여당 지도부를 불러 상의할 정도로 계속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면 탈당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양형일 대변인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당적과 관계없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탈당의 정치적 의미는 상당부분 상실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노 대통령의 행보가 당적과 상관이 있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민생정치모임은 "대통령이 초당적 국정운영 차원에서 조속히 탈당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표명하며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이 모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대통령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개헌 발의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이겠다는 단순한 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재천 의원은 "노 대통령이 다시 친노직계 등을 동원해 당과 새로운 정치질서 형성에 관여한다면 탈당은 무의미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책임은 누가 지나"…"국민에 감동 못 줘"
  
  야당의 촉각도 곤두섰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통합신당을 만드는 데 물꼬를 터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탈당하겠다는 것은 개헌과 정계개편으로 가기 위한 정치적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탈당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대선 중립을 선언하고 정치 불개입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나라를 이끌 권력의 주체가 집권당과 대통령인데 대통령은 탈당하고, 여당도 없는 남은 1년 동안 국정의 혼란은 누가 책임을 지느냐"면서 "집권당의 대통령이 통합신당을 만드는 길을 열기 위해 탈당하는 것은 전무한 일이다. 이것이야 말로 최대의 정치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집권할 때의 기분으로 퇴임할 때까지 국민들에게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했는지 심판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탈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에 이은 제2의 기획탈당"이라며 "이는 국정을 포기하고 대권에만 올인하겠다는 청와대발 공식 선포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책임져야 할 국정파탄의 멍에를 벗어 버리고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자유로운 상태에서 정국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원격 조정장치의 시동을 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헌만을 위한 '원포인트 탈당'"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대통령의 부랑정치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심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의 탈당이 임기 말 부패와 비리로 인한 정치적 유배였다면 이번 노 대통령의 탈당은 정당정치와 책임정치라는 '살 집'을 버리고 '와일드 캣'을 자처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심 의원은 또한 "임기 말을 오직 원포인트 개헌 한 가지만을 위한 '원포인트 탈당'"이라며 "대통령이 단 하나의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책임정치와 정당정치라는 정치의 틀과 원칙을 깨고 당적을 내던지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대통령은 탈당은 개헌 발의와 정국 반전의 노림수일 뿐"이라면서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는 퍼포먼스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탈당의 경위와 배경이 무엇이든 일단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탈당은 민주당이 요구해 온 국정 전념의 의미보다는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을 주도하고 정권 재창출에 적극적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은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해 남은 임기동안 국정에 전념하길 바란다. 대통령의 탈당이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민생과 국정을 챙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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