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상을 만날 시간은 없던 딕 체니가 수십 년 전 북한에 딸을 납치당한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을 쪼갰다." <로이터>
방일 중인 딕 체니 미 부통령이 22일 주일 미 대사관에서 일본 납북 피해자의 대표 격인 메구미 씨의 부모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체니 부통령은 "납북자 문제가 일본 국민들에겐 큰 의미를 지닌 일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체니 부통령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일본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납치된 사람의 비극을 해결하는 것은 공통의 과제"라고 말햇다.
지난 13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 합의된 대북 에너지 지원 계획에 일본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들어 당분간 동참치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점을 감안할 때, 체니 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납북자 가족 위로 차원을 넘어서는 제스처로 여겨진다.
간만에 형성된 북-미 우호 기류에 찬물을 끼얹은 일본 정부의 입장에 미국 부통령이 지지를 표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유연한 대북태도를 취했다고 평가받는 이번 합의에 대해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납북자 가족에겐 이처럼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체니 부통령이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은 끝내 얼굴도 보지 않고 돌아갔다.
체니 부통령이 방일 기간 중 아소 다로 외상,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 등 다른 각료들뿐 아니라 주일미군과 자위대 수뇌부와도 면담을 가졌던 점에 미뤄볼 때, 지난 달 24일 규마 방위상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핵무기가 있다고 결론짓고 개전했겠지만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노여움'을 면담 배제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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