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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이야말로 한국 고유의 발렌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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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칩'이야말로 한국 고유의 발렌타인데이"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19]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민속연구과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모처럼 가족들과 즐거운 설연휴 보내고 계십니까? 오늘은 설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입니다. 우수란 1년 24절기 중 하납니다. 요즘에는 절기를 챙기는 사람도 거의 없고.. 이름마저 낯선 절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절기의 변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특히 옛것은 모두 잘못되고 비과학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그 안에서 나름대로 합리성과 과학성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천진기 과장을 초대해.. 우리 선조들은 절기를 어떤 원리로 만들어.. 어떻게 활용했는지.. 또, 점점 옛것을 잊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절기가 주는 의미는 뭔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천진기 과장입니다! 천진기 과장은 1961년 안동 출생으로.. 84년 안동대 민속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중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8년 국립민속박물관에 들어가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로 근무를 했습니다. 2005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새해 인사는 어떻게 '복 많이 받으십시오'가 맞습니까? 예전에는 어떻게 했습니까?

천진기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게 가장 평범하구요, 정초에 덕담을 하는데 문헌을 찾아보면 덕담을 과거형으로 하는 게 좋다. 장가 간 친구한테는, 올해 득남했다며? 직장을 준비하는 친구한테는, 올해 직장 좋은 데 구했다며? 언어에도 언령주술이라고 힘이 있다.. 그래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단정형으로 과거형으로 얘기해서 꼭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거죠. 그래서 덕담은 과거형으로 해도 된다.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축복하는 것이 덕담이다..

박인규 : 강력한 축복이군요. 제가 듣기로는 과세 안녕하셨습니까? 이런 말도 있던데요

천진기 : 어른들 사이에는 어려운 한자말을 사용하면 과세 평안하셨습니까, 이런 말을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가 가장 일반적이고, 어떤 바람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그 바람을 꼭 찝어서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죠.

박인규 : 오늘이 마침 우수에요. 어른들 말씀으로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하는데, 또 경칩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고 하고. 절기라는 게 대체 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천진기 : 설날 다음날 초이튿날 갑자기 우수 이야기를 하는 건 청취자들이 좀 헷갈릴 겁니다. 시간의 관념을 굉장히 다양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음력으로 따지면 오늘이 정해년 정월 초이튿날이죠. 그런데 양력으로 따지면 2007년 2월 19일입니다. 그리고 또 불기로 따지면 달라집니다. 이런 것처럼 우리가 명절과 절기를 이야기하는 것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의미하고 정하느냐, 이런 의미를 따지는 것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2월달을 짚어보면 한 6,70대 노인들은 양력 2월 1일부터 28일까지 2월에 명절이 뭐 있습니까? 하면, 입춘, 설, 우수, 정월대보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 다음 젊은이한테 2월에 무슨 좋은 행사가 있냐 하면, 졸업식, 발렌타인데이 이런 식으로 말하죠. 이처럼 같은 날을 바라보는 시간의 정의나 의미 부여는 세대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바로 좀 전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설이 있는데 절기는 아주 오래된 우리의 시간을 관념화하는, 그 시간의 계절의 변화를 의미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는데요.

박인규 :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 주는, 1년의 24절기를 나타냈다 이거죠? 그런데,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력을 썼다는데 24절기는 양력인 것 같아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천진기 : 오해 중 하나가, 우리는 음력을 기준으로 하고 절대 양력은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옛날 어른들은 음력과 양력을 절충해서 썼습니다. 예를 들면 24절기는 서양의 태양력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어 왔던 것이죠. 그리고 달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한 태음력도 그 이전에 있었구요. 이 두 개를 혼합하지 않으면 계절의 변화와 온도의 변화를 감지 못합니다.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는 생업을 하는 데 있어서는 음력보다는 계절의 변화가 더 중요하죠. 이걸 따지기 위해서 절기를 만들어냈는데요, 우리가 서기, 단기, 불기 이런 얘길 했는데요, 우리가 옛날부터 낟알의 변화를 가장 기준적으로 잡았는데 제일 먼저 달을 닮았어요. 달은 날마다 모양이 변하죠. 옛날에 천문역법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는 달의 변화가 가장 날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기준이었죠. 그러다가 태양력, 달 다음 해가 중심이 되죠. 해는 바로 사계절 내지는 온도, 계절의 변화를 중심으로 하고, 또 하나가 별입니다. 해, 달, 별의 움직임으로 낟알의 기준을 잡았는데, 해를 기준으로 한 게 태양력, 달을 기준으로 한 게 태음력, 별자리는 12궁이라고 해서.. 우리 한국은 띠를 중시하지만 서양은 별자리를 중요시하죠. 그런 부분인데 바로 24절기가 서양의 태양력을 만들기 이전에 중국 주나라에서 그때 당시의 사람들이 24절기를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절기를 알기 전에 역법을 알아야 됩니다. 역법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보통 보면 천문역법원에서 음력과 양력과 윤달 이런 걸 만들어내는데..

박인규 : 저희 어렸을 때는 세종대왕 때 칠정산내편이라고...... 굉장히 어려운 거라서 궁에서 왕이 하는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천진기 : 원래 천문역법에 해당하는 부분이 궁중에 있었는데, 요즘은 시계가 있고 달력을 주지만 옛날에는 동지에 책력이라는 걸 줍니다. 책으로 된 역법인데 그걸 보면 농사짓는 법, 절기 등이 다 나오는데 다시 이 절기와 음력과 양력을 다시 역법의 기준으로 간다면, 재밌는 것은 지구가 한 바퀴 스스로 도는 걸 하루라고 하죠.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걸 달력이라고 하고. 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걸 1년이라 하는데 문제는 그게 1의 정배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지구가 기울어져 있지 않습니까? 이게 만들어낸 오묘한 원리인데

박인규 : 1대 30대 365가 아니라 365.224... 이런 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천진기 : 예. 그걸 중간에 넣기 위해서 역법이라는 걸 만들고 윤달을 만들어내고 4년마다 2월 29일 윤일을 만들었는데, 우리가 양력으로 한 달은 30에서 31일. 음력으로 한 달은 29.530... 으로 나갑니다. 음력으로 1년은 354 점 몇일이 됩니다. 그런데 양력으로 1년은 365일이 아니라 365.2500으로 갑니다. 0.25가 4년이면 1이 되죠.

박인규 : 그래서 윤일이 나오고.

천진기 : 예. 그런 것처럼 음력 1년은 354일이고 양력은 365일이니까 11일 차이가 납니다. 이걸 맞추기 위해서 윤달을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양력에는 윤일이 있는데, 음력에서는 윤달을 만드는데 윤달도 여러 가지 원리가, 보통 19년 7윤법이라고, 19년 동안 7번 윤달을 만들어 넣습니다. 이것을 달과 별과 해의 변화양상을 통해서 천문을 하시는 분들이 만들어내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태양력, 태음력, 그 둘 사이의 윤달 이런 것을 만들어냈는데 24절기는 서양의 태양력이 오기 이전부터 중국 주나라에서 만들어냈습니다. 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우리가 만약 지금 태음력만 사용할 것 같으면 11일의 편차가 계속 누적되면 음력 1월 1일이 양력으로 한여름에 될 수가 있습니다. 그걸 바꾸기 위해서 보통 설날이 1월 20일에서 2월 20일 사이로 왔다갔다 하죠. 그게 윤달을 통해 조절하는 건데 그러지 않으면 우리 한국의 설날이 한여름에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중동 같은 경우는 그런 역법을 쓰죠. 음력이기 때문에 중동의 1월 1일은 한여름이 될 수도 있고 한겨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박인규 : 거기는 태양력으로 보정하는 게 없는 모양이죠?

천진기 :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절기는 아까 태양력이 서양역법인데 주나라에서 태양력이 들어오기 전부터 태음력만 쓰니까 이런 혼란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걸 그 시대에 해당하는 천문역법의 능력을 총동원해서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서 24등분했습니다. 지구 한바퀴가 360도죠. 이걸 15도로 나누면 24절기가 나옵니다. 15도 단위로 절기를 나눠서 중국 황하강 유역에 일어났던 자연생태를 중심으로 해서 절기를 만들고 거기 따른 속설을 만든 겁니다. 한반도는 대동강물, 우수는 대동강물 풀리듯이. 거기는 황하강을 중심으로 황하강의 여러 가지 온도변화와 동물들의 변화양상을 갖고 24절기를 만든 것이죠.

박인규 : 거기서는 그럼 우수면 황하강 물도 풀린다고 하겠네요.

천진기 : 그런 식으로 될 수 있겠죠. 사실 이렇게 태음력과 태양력을 우리가 동시에 쓰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시골에 가면 전통적인 지식이 충만한 사람들은 현대교육을 안 받더라도 양력과 음력의 흐름을 달력 없이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유는, 농사 짓는 건 태양력, 절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명절과 일반적인 흐름은 음력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전통적인 속담에 철들었다는 말 있잖아요. 이게 바로 우리처럼 어른이 됐고 성인이 됐다는 이야기고 농군이 됐다는 겁니다. 철들었다, 철이 났다는 건 철을 안다는 뜻입니다. 이건 24절기에 따라서 그때그때 농사꾼은 입춘이 되면 보리뿌리를 뽑아 온다든지, 망종 때 추수를 한다든지 하지 전에 모심기를 해야 한다든지 등등 절기와 가장 많은 속설들이 연결되는 것이 농사짓는 법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절기,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안다는 건 바로 절기를 안다는 것, 철을 안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어른이 됐다. 농군이, 성인이 됐다는 의미로 그 친구 철들었다. 철이 났다.

박인규 : 우리가 기본적으로는 음력을 썼지만 태양과의 관계를 조절하기 위해서 양력을 쓰기도 하고. 실제로 사용은 농사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천진기 :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달은 아무리 변화해도 계절을 못 움직이죠. 태양은 움직이면서 한반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들어내죠. 그 사계절을 움직여내는 그때그때 15일 단위로 계절의 변화를 절기로 만들어내는, 그것이 바로 24절기기 때문에, 농사야 말로 자연의 변화와 온도변화에 따라 이뤄지지 않습니까. 24절기가 바로 농사의 기본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박인규 : 24절기라는 게 중국에서 생겨났다고 하셨는데, 24절기를 사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어느 정도까지입니까?

천진기 : 중국 이야기를 하면, 사용 범위, 특히 12지라든지 음양오행 등 동양사상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까지 쓰이고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기본적으로 중국문화는 동양사상의 가장 기본이 됩니다. 한자문화권에 포함되는 문화들은.. 베트남, 중국, 한국, 일본, 만주, 몽고까지는 기본적으로 24절기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입춘부터 경칩, 춘분까지 외우던 기억이 나서 지금도 외우고는 있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은 3복 있잖아요. 초복, 중복, 말복도 절기 중 하나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3복은 어떻게 정한 겁니까?

천진기 : 우리가 재밌는 것은 절기 이야기 하면 입춘부터 시작해서 소한, 대한까지. 그리고 우리나라 명절 내지는 전통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가운데 4월 한식, 5월 단오, 초복, 중복, 말복.. 이게 절기와 관계 있다고 생각하는데 관계 없습니다. 한식 같은 경우에는...

박인규 : 그런데 청명 같은 건..

천진기 : 한식, 청명이 하루 차이거나 같은 날이죠. 하지 이후 105일째 되는 날. 12월 22일 이후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이고. 단오는 음력 5월 5일. 초복, 중복, 말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날이 첫 초복입니다.

박인규 :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할 때 경.

천진기 : 좀 전에 얘기했듯이 서기, 단기, 간지를 통해서 해가 바뀌는데 매일 날마다 간지일..갑자을축.. 간지일이 60일 단위로 계속 돌아갑니다. 그러면 10간에서 갑을병정무기경이 나오죠. 이 경이 10일 단위로 돌아가고. 그러니까 6월 22일 하지가 60갑자의 한 날짜가 되고 그 이후 세 번째 경일이 첫 초복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 경일, 10일 후가 되겠죠? 이게 중복이 되고 말복은 그 다음 절기에... 한 20일 차이가 납니다.

박인규 : 말복은 20일 차이가 나더라구요. 그건 왜 그렇죠?

천진기 : 그건 절기 중 하지 사이에 월복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정확하게 설명은 못 하는데 하여튼 그런 부분에 의해서....

박인규 : 경일을 복으로 정한 건 그날이 특별하게 더운 기운이 있어서 그런가요?

천진기 : '경'자가 들어가면 경신년, 경신일... 이런 속설도 있습니다. 굉장히 강력한 의미를 갖는데 '경'자가 옛날 중국의 속신에 의하면 화를 물리치는... 재앙이나 불행을 물리치는 속설들이 있죠. 오늘이 우수여서 음력 설을 뛰어 넘어서 우수 이야기를 하는데, 날짜를 정하는 방식은 참 다양합니다. 어제가 설이고, 설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어왔죠. 처음 양력을 시작할 때가 갑오경장, 1894년에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을 만들었거든요. 그 이후에 일제시대 때는 양력 1월 1일을 설날로 정해서 신정이라고 했고. 그런데 1945년까지 국가행정은 신정이라고 해도 민간에서는 그래도 설날을 중심으로 구정이라는 말이 나왔죠. 그래서 일제 35년간 그리 해오다가 해방되고 나서도 1962년까지는 구정과 신정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1962년도에, 양력인 서기력을 공식 채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1월 1일이 됐는데, 그 이후로도 아무리 국가에서는 양력 1월 1일에 설을 쇠라고 했는데 안 쇠어집니다. 결국 그래서 언제부터 다시 또 돌아오느냐, 1985년도에 민속의 날이라고 해서, 구정, 신정. 민속의 날이라고 해서 하루를 쉬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50년 만에 설날로 다 돌아와 버린 거죠. 그래서 1989년도에 설날이라고 해서 3일 연휴를 주게 된 거죠. 그래서 오늘날까지 민족의 가장 큰 명절로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이 설날입니다. 옛날 설은 음력 1월 1일이었다가 근세 와서는 양력으로 갔다가 구정 신정으로 갔다가 민속의 날로 갔다가.... 1989년부터 설로 이뤄져서 오늘이 마지막 설 연휴인데요.

박인규 : 요즘 현대인들은 양력을 기준으로 모든 생활을 하면서도 명절만은 음력으로.. 추석도 마찬가지고. 그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천진기 : 얼마 전에 아주 유명한 과학연구잡지에서 달의 과학성에 대해서 얘길 했습니다. 우리 현대인은 양력 중심으로 살아가는데 오늘이 2월 19일 월요일입니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정월 초이튿날은 음력 중심이거든요. 우리는 음력 중심으로 하면, 과거의 것은 미신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달과 별과 해의 움직임은 굉장히 과학적입니다. 그것을 보름달의 과학성이라고 저는 이야기하는데요, 절월대보름날에 달 뜨기 전에는 개한테 밥을 안 주죠. 달이 떠야만 밥을 주는데. 그래서 우리 속담에 개 보름 쇠듯이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옛날 설화에 보면 늑대와 개가 같은 과거든요. 보름날, 월하의 공동묘지, 달을 보면서 막 짓는 모습. 그런데 얼마 전 영국의 유명한 과학잡지에 대보름날 중심으로 개가 사람을 무는 확률이 다른 날보다 더 높다는 거죠. 보름날 전후해서 4일 동안 개가 공격적이 돼서 사람을 무는 확률이 더 높다.

박인규 : 달의 차고 기우는 게 동물에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요?

천진기 : 뿐만 아니라 보름 전후해서 사람의 식욕이 강화되거나 병원을 찾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양력으로 하지만 제삿날과 생일은 음력으로. 왜냐 하면 사람의 생체리듬은 해보다는 달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죠.

박인규 : 우리가 사회생활 하는 데서는 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개인적이랄까 동물적인 측면에서는 음력이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준다..

천진기 : 그렇습니다. 서해안 섬 지방에 가면 배시간이 양력으로 안 움직여집니다. 물때에 의해서....물때에 의해서 고기 잡는 시간 정해지고. 또 영덕지방에 가면 보름게가 살이 더 맛있습니다. 게가 야행성인데, 보름달이 뜨면 더 많이 움직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처럼 초하루, 보름에 따라서 동물의 생체리듬, 사람의 생체리듬도 변한다는 것이죠.

박인규 : 생물에 대한 영향은 달이 더 크군요.

천진기 : 그리고 바닷가에서는 기본적으로 태양력보다는 태음력이 훨씬 중요하고. 태음력을 지금 우리가 버려야 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철저하게 알아야 됩니다.

박인규 : 태양력, 태음력을 둘 다 활용하는 게 오히려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천진기 : 우리가 양력을 태양력 중심으로 하는데 이걸 거꾸로 뒤집어 봐서, 양력이 굵은 글씨로 나오고 음력은 가끔 가다 띄엄띄엄 나오죠. 이걸 저는 반대로, 음력 날짜를 크게 하고 양력을 밑에 작게 넣어서 만들어진 달력은 아마 바닷가 섬지방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달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개인생활용 달력은 음력 중심, 사회생활용 달력은 양력 중심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겠네요.

천진기 : 그리고 사람의 리듬이 보름을 중심으로 변하고 개들의 활동이 다르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것과 마찬가지로 제사와 생일의 문제..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월력과 관계됩니다. 달의 주기와 아주 유사합니다. 29.몇일이라고 했는데 여성의 생리주기가 28에서 29일이죠. 천부적으로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 뱃속에서 10달 동안 엄마의 리듬을 탄다는 거죠. 태어나면서부터 리듬을 탄다면 그건 태양이 아니라 달이 중심이 아닐까. 생로병사의 일들을 기본적으로 음력 중심으로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절기 얘기가 나온 김에 다음달 6일이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이 발렌타인데이 비슷한 역할이 있었다고 해요.

천진기 : 요즘 2월 14일, 3월 24일 같은 날 사랑을 고백하는데, 우리도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경칩도 그 중 하나였고, 정월대보름날 탑돌이라고 하죠. 신라 풍속에도 나오는데, 그때는 갇혀 지내던, 외출이 없던 청춘남녀들이 탑돌이를 핑계 삼아서 서로 눈을 마주치는 날이기도 하죠.

박인규 : 데이트가 허용되는 날이었군요.

천진기 : 정월대보름 탑돌이가 발렌타인데이였던 것처럼, 더 가까운 곳은 경칩이 바로 그런 날인데 정월대보름에 밤이나 부럼을 깨물죠. 그 가운데 은행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청춘남녀들이 은행알 한두개씩을 감춰 놓습니다. 은행알도 두 면으로 된 게 있고 삼각면으로 된 게 있는데, 보통 우리가 은행알을 보면 양쪽으로 돼 있는데...

박인규 : 말하자면 네잎클로버 비슷한 식으로 되는 건가요?

천진기 : 다른 나무에 비해서 은행나무는 암수가 동시에 있어야만 열매가 맺습니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에 부럼 깰 때 은행알을 한두개씩 감춰 뒀다가 경칩날 사랑하는 님을 만나서 은행알을 주고 받으면서 깨물어 먹으면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건 기본적으로 음력 3월 초순은 청춘의 계절 아닙니까? 입학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만나는 계절인데,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일어나지만 기본적으로 봄의 기운을 갖고. 봄의 기운은 젊음의 계절, 젊음의 계절은 서로 만나는 사랑의 시작이죠. 그러니까 발렌타인 초콜릿 못지않게 한국의 경칩날 은행나무의 로맨스가 있는 것이죠.

박인규 : 작년에 쌍춘년이라고 해서 엄청 결혼을 많이 했어요. 저도 축의금 많이 나갔는데, 쌍춘년이라는 게 뭔지, 근거가 있는 건가요?

천진기 : 원래 새해 덕담하면서 올해 득남해야지 하는 덕담을 많이 받으셨을 겁니다.

박인규 : 그게 쌍춘과 윤달이 절기와 역법을 알아야 되는데 윤달이라는 개념은 양력은 365일이고 음력은 354일.. 11일 차이기 때문에 윤달을 둔다고 했는데, 작년에 윤달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력으로 윤달이 있어서 1년이 13개월이 되는 겁니다.

천진기 : 그래서 올해 설날이 늦게 온거죠.

박인규 : 그렇죠. 작년 설은 1월 중순에 왔죠.

천진기 : 그런데 입춘이라는 건 2월 4일 또는 5일로 양력으로 정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럼 음력으로 보면 1년 동안 입춘이 두 번 든 겁니다. 이게 쌍춘, 내지는 병춘이라고 합니다.

박인규 : 작년 2월도 입춘, 올해 2월도 입춘인데 음력으로 보면 다 병술년이니까 입춘이 두 개. 쌍춘이다.

천진기 : 네. 그런데 이 속설을.. 쌍춘년에는 결혼을 하면 잘 산다는 속설도 만들어내서 작년에 결혼붐을 일으켰던...

박인규 : 그런데 정말 근거가 있는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천진기 : 청춘. 겹칩, 우수.. 봄이 청춘의 계절인데, 입춘이 봄이 시작되는 기운이죠. 그렇다면 봄이 두 번 있다는 건 청춘남녀들한테 좋은 일이고. 그런데 어떤 속설이라고 할 때 속설은 근원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역사학 하시는 분들은 고고학적 출토자료나 문헌 등 구체적인 걸 끄집어내는데 민속에서 만들어낸 속설은 그해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고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속설들이 대부분을 돈과 행운을 중시하는 중국바람이 좀 많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도 쌍춘이란 말이 정초에는 안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안 지나서 중국 쪽에서 쌍춘년 결혼붐을 얘기하면서 한국에 들어온 거죠.

박인규 : 아, 그것도 말하자면 중국류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거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쌍춘이라고 안 하고 병춘이라고 하던데, 우리나라도 입춘이 두 개 들면 좋다는 속설 같은 게 있었군요?

천진기 : 나란할 병자. 예. 일년이 그만큼 길어지고 봄이 두 번이나 오는데 그 해는 행운과 복이 있는 것이죠.

박인규 : 작년에 결혼을 많이 한 이유 중 하나가 올해가 또 황금돼지해다. 600년 만에 한 번 오기 때문에 올해 낳는 아이들은 엄청 좋을 것이다. 황금돼지해라는 건 또 근거가 있는 겁니까?

천진기 : 2006년 12월 20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황금돼지해 이야길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짜니 진짜니, 600년 만에 돌아오니, 60년 만에 돌아오니 하는데.. 물론 그것도 설이 있습니다. 문헌적으로 찾아봤는데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띠라면 틀림없이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인 1407년, 또 600년 전... 이렇게 해서 역사기록물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좋은 일이 있다기보다는 약간의 자연변화가 심한...

박인규 : 별로입니까? 자연재해가 많았어요?

천진기 : 네. 그때도 오늘날보다 훨씬 더 역법과 음양오행에 더 통달했던 선조들이 600년 만에 돌아오는 중요한 해였다면 틀림없이 문헌이나 기록이 있었을 텐데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속된 말이지만 '육갑하네.' 이런 말을 쓰죠. 60갑자를 외우면 음양오행도 자연적으로 풀리고 역법도 자연스럽게 풀리는데, 현대인들은 육갑도 모르면서 쌍춘년이니 황금돼지해니 얘길 하는데..

박인규 : 그렇다면 황금돼지해라는 건 전혀 근거 없는 겁니까?

천진기 : 저는 찾지를 못했습니다. 역법 하시는 분들도 그런 걸 찾지 못했다고 하니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올해 간지로 하면 정해년입니다. 10간의 정이 붉은 색이고 남쪽을 뜻합니다. 10간, 12지가 모여서 60갑자를 형성하고 있는데 60갑자 가운데 돼지띠 해가 다섯 번 돌아옵니다. 푸른 돼지, 붉은 돼지, 노란 돼지, 흰 돼지, 검은 돼지,

박인규 : 동서남북, 중앙 이런 식으로

천진기 : 5방인데, 올해는 정해년이 바로 남쪽에 해당하는 붉은 돼지. 돼지는 전통적으로 굉장히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최고의 돈꿈은 돼지꿈이죠. 최고의 태몽은 용꿈. 우리는 한국문화 속에서 돼지는 재복입니다. 기본적으로 돈이 최고죠. 그래서 이런 좋은, 돼지해를 맞았는데 돼지해 가운데도 검은 것도 흰 것도 아닌 붉은 돼지. 붉은 기운은 행운과 힘을 갖다 줍니다. 그러면 정해년.. 붉은 돼지만 갖다 넣어도 아주 힘찬, 복이 많은 한해인 거죠.

박인규 : 오히려 60년 만에 한 번 오는 붉은 돼지해다. 그게 근거가 있는 거네요.

천진기 : 그렇죠. 현대인도 갑자를 짚을 줄 아는구나, 이런 정도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또 하나는, 작년에 쌍춘절, 결혼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결혼하면 그 다음해에 아이를 많이 낳고. 그런데 우리는 띠에 대한 관념이 많습니다.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식복이 많다.. 이런 것처럼. 결혼을 많이 했는데 정해년에는 상서로운 돼지띠가 나오고, 돼지띠는 재복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정해년에 태어난 아이는 평생 재복이 많다더라, 이런 속설을 갖고 작년에 결혼한 많은 신혼부부들은 올해 아기를 가질 것이고 그러면 우리 미래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출산을 걱정하는데 정부당국자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박인규 : 의도하진 않았지만 출산장려가 될 수 있다.

천진기 : 그런 의미에서 저는 황금돼지띠해를 막 외쳐요. 꼭 근거를 따져서라기보다는 그런 분위기가, 정해년이라는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다.

박인규 : 썩 근거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구한테 해 되는 건 아니니까.

천진기 : 돼지가 굉장히 우리민족에게는... 나라의 수도, 고구려와 고려의 수도를 점지해 준 게 돼지입니다. 그리고 고사장에서 돼지 빠지면 안 되죠. 옛날부터 제사 지낼 때 제일 중요한 제물이 돼지.

박인규 : 사실 우리 같은 경우는 현대라고 해서 민속이라는 걸 대개 잊어버리고, 특히 식민지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많이 잊어버렸는데 민속이라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천진기 : 저는 바로 여기가 민속이 이어지고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민속 하면 옛날것, 과거의 것, 미신적인 것, 지금은 안 하는 것으로 여기는데 우리 생활 속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민속이 과거로부터 현대로 이어지고. 다시 또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민속이란 건 단절되고 과거에 없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가슴 속에, 생활양식과 심성 속에 어떤 방식이든지 살아있고. 이것이 또 다시 한국인답게 만드는 한국문화로 만들어져서 미래의 한국을 만들어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민속이다.

박인규 : 우리 민족 전통의 명절인 설을 맞아서 민속의 의미가 뭔지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설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천진기 과장과 함께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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