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지난 수요일부터 사흘간 특별기획 『방송 80년, 라디오저널리즘을 말한다』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2007년 오늘, 한국의 방송은 어떤 모습이며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 또 우리 방송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방송학자 3인을 통해 진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 라디오저널리즘의 현재 그리고 미래 >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는데요. 요 몇 년 사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 방송사 라디오 채널마다 시사프로그램이 늘었고..
새롭고 비중 있는 뉴스를 생산해, TV보도프로그램이나 신문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명 라디오 저널리즘이란 말까지 등장했는데요.
오늘은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김창룡 교수를 초대해 현재 라디오 저널리즘은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언론학자 김창룡 교숩니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조금 전에 제가 소개를 했지만 요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습니다. 각 방송사마다 다 있고, 심지어 라디오 정치시대를 말까지 나와요. 최근 몇 년 사이의 현상인 것 같은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김창룡 :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라디오 청취자들의 증가가 굉장히 빨라졌다. 왜냐면 이동인구가 굉장히 많아졌고, 이동시간을 이용해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많아졌기 때문이고. 또 라디오 매체가 갖는 장점, 쉽게 만들 수 있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바로 전달할 수 있어서 그만큼 호응도가 높아서 그날의 주요한 여론형성에 라디오가 기여하는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라디오 저널리즘, 춘추전국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이동이라는 건 차를 타고 다니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김창룡 : 그렇죠. 주로 아침 출근시간대나 퇴근 시간대. 혹은 한낮에도 이동시간이 굉장히 많아진 거죠.
박인규 : 예전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생활과 관계된 정보성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굉장히 시사적인 프로그램, 특히 정치 관련된 것들이 많아졌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창룡 : 사실 라디오 저널리즘의 발전단계를 보면 아주 순리적으로 지나왔다고 보는데요, 80,90년대 보면 CBS라디오가 시사프로그램을 주도해 왔는데 90년대 후반에 SBS라디오가 등장하면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굉장히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부터 각 방송국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게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각 라디오 방송국에서 정부의 고위관리나 전 현직 대통령을 불러내서 아주 중대한 정보를 발설하게 한다거나, 혹은 아주 거친 표현... 국민들의 주목을 끌 수 있고 화제가 될 만한 내용들을 퍼뜨렸습니다. 특종성 보도인데요, 이런 것들이 라디오 저널리즘, 시사프로그램을 발전시킨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보구요.
2007년 현재 라디오 저널리즘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작이 쉽고 기동이 굉장히 빠르다는 점, 그리고 이런 속보성을 강점으로 해서 이제는 완전히 자리잡은 모습이 아닌가. 미국 같은 경우도 봤더니 TV방송은 오락매체로 자리잡고 있고, 라디오 매체는 시사 정보용이고. 신문은 고급정보 취득용이나 신분과시용 이런 식으로 대충정리가 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매체마다 특징이 갈리는 거로군요. 8,90년대 CBS라디오가 시사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건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88년이죠. 민주화가 되고 나서. 말하자면 그 전의 독재시대에는 상당히 어려웠는데 민주화가 상당히 기여한 바도 있네요.
김창룡 : 그렇습니다. 87년 민주화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매체의 민주화를 굉장히 앞당긴, 진정한 경쟁시대를 열었고 진정한 매체의 보도영역의 자유가 주어졌다. 그 전까지는 독재시대에... 사실 매체는 있었지만 저널리즘은 존재할 수 없는 숨막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발전을 기대할 수 없었죠. 바로 그 점을 정확히 지적하신 겁니다.
박인규 :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주로 이른 아침 시간대에 누구누구의 뭐뭐... 전부 아침 시간대에 있어요. 아침 시간대에 몰리는 건 왜 그럴까요?
김창룡 : 저는 이 아침시간대는 하루가 시작되는 아주 중요한 시간대고 출근이나 등교하는 시간, 비교적 정신도 맑고 새로운 내용들이 귀에 쏙쏙 들어올 때입니다. 또 출근하는 시간이 보통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 짧으면 30분 밖에 안 걸리지만 그 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주 시청시간대라는 거죠. 그래서 하루의 시작과 주 시청시간대, 또 인간의 바이오리듬상에서도 가장 머리가 맑을 때, 이런 내용들이 귀에 쏙쏙 들어올 때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시사 간판프로그램을 아침에 집중 배치시켰고, 이것이 또 청취자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 :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특히 아침에 하는 프로그램의 단골손님들이 주로 정치인인데, 이 분들이 TV보다 라디오에 많이 나오는 건 라디오가 편한 측면이 있어서 그런 건가요?
김창룡 : 아무래도 TV는 공식적 매체고 라디오는 좀 비공식적인 매체, 어떻게 보면 친근한 감을 주는...
박인규 : 얼굴이 안 보이고 전화로만 해도 되는
김창룡 : 네. TV는 이미지 매체기 때문에 굉장히 갖추고 차리고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라디오의 경우는 비교적 많은 시간이 주어지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줍니다. 하지만 라디오 매체가 권력가나 정치인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일부 비판도 있습니다. 너무 소재가 제한되고 있다.
박인규 : 신문에 비해서도 많이 나오는 건, 신문기사로는 말이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어서 그런 건가요? 라디오는 자기 말을 바로 그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겁니까?
김창룡 :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박인규 : 신문 같은 경우는 정치인들이 잘 인터뷰를 안 하려고 하고 오히려 라디오에 많이 나오는 것이 자기의 말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그런 건가보죠?
김창룡 : 그런 점도 있죠. 특히 자기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라디오야 말로 중간 여과과정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또 하나는, 라디오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고 넓게 펼쳐진 안테나다. 그래서 공론화 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특히 정치인들은 라디오에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지지자들을 확고하게 내편으로 만들 수 있고. 그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치지도자들은 라디오 매체에서 섭외를 하면 비교적 잘 된다고 얘길 합니다.
박인규 : 사실 저도 신문기자 출신이지만 최근에 방송진행자나 방송에 나오는 브리핑 하시는 분들 보면, 보통 펜대기자라고 하죠. 글을 쓰시는 기자 분들이 라디오 방송에 많이 출연하세요. 이런 것들이 라디오의 저널리즘 성격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창룡 : 저는당연하다고 봅니다. 지금 보시다시피 매체환경이 굉장히 변화가 크고 다양한 소수들, 다양한 뉴스들을 정리해서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의미를 부여하고 편집기능을 할 수 있는 능력있는 언론인들이 진행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는 신문사 기자 출신들이 이런 강점이 있다고 보는 거죠. 라디오는 자체적인 취재력보다는 신문이나 통신, 또 다른 매체를 토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아니면 그런 뉴스를 차용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뉴스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갖춘 진행자나 출연자가 많아진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박인규 : 1차 정보이기보다는 그걸 해석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데 더 강점이 있다.
최근에 와서 라디오의 저널리즘적 성격이 굉장히 강화됐는데 사실은 저널리즘이라고 하면 아주 옛날에는 신문, 최근에 와서는 TV가 저널리즘의 본령인 것처럼 됐는데 라디오가 굉장히 저널리즘 성격이 강해졌어요. 그렇다면 라디오와 TV와 신문의 저널리즘 성격이 각각의 특징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창룡 : 저는 특징이 있다고 보는데요, 다른 매체와 달리 라디오가 강점이 있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걸 말씀드리자면 라디오 같은 경우는 진행자와 담당PD와만 코드가 맞을 경우에는 바로 방송을 내보내 버리는 그런 생생함이 있고, 기동성이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위험성도 있다는 거죠. 한 번 걸러주거나 검증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이 굉장히 중대하거나 민감한 사안일 경우에는, 신문 같은 경우는 데스크 기능을 거치고 편집국장 회의를 거쳐서 이런 중대한 것을 어떤 식으로 보도할 것인가 논의를 한 뒤에 소위 말하는 게이트키핑을 거친 뒤에 보도하지만 라디오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고 바로 내보내서, 아까 말씀드린 생생함과 기동성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여과되지 않은 내용을 이렇게 생방송에서 전해도 되는가, 그런 검증과정의 문제점은 라디오 저널리즘이 경계해야 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또 라디오의 경우 다른 매체와 소비성향을 조사해 봤더니 TV같은 경우는 저학력의 장시간 시청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혹은 저소득층이 장시간 시청하는 형태를 보였고, 라디오는 고학력 혹은 고소득층이 장시간 청취하는 경향이... 조사해 봤더니 한국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자료를 봤더니 라디오를 거의 안 듣는다는 층도 한 40%로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라디오를 많이 듣는 층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 성인들이 하루 평균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하루 73분을 듣는다고 나왔고,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평균 44분. 신문보다 라디오를 더 많이 보죠.. TV 같은 경우는 172분을 볼 만큼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이렇게 보면 서로 매체에 대한 특성과 그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도 어느 정도 비교가 될 수 있다고 보죠.
박인규 : 라디오의 저널리즘적 성격이 강화되면서 저널리즘 전체에도 어떤 변화가 좀 보입니까?
김창룡 : 전체적으로 볼 때는 과거에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대해서 타 매체들이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그만큼 라디오 저널리즘에 대해서 주목도가 없었다는 거죠. 어떤 얘길 하고 무슨 정보가 나오든 라디오는 1차적으로 정보생산기관이기보다는 전달기능 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사실 라디오에 누가 출연하고 어떤 말을 하는가. 이걸 매체 담당기자들이 사전에 스크린을 하고 비중있는 사람이 출연할 때는 라디오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굉장히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기사화하는, 말하자면 이런 뉴스의 1차적인 생산매체가 됐다. 이걸 저는 1차적인 큰 변화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정치인 편중이 위험스러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라디오 저널리즘을 보면 그날그날의 뉴스를 기동성 있게 쫓아가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감시와 비판 기능이 있는데 비판기능이 부족한 거 아니냐. 또는 보다 더 심층적인 보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거 아니냐, 이런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김창룡 : 맞습니다. 저는 라디오가 굉장히 기동성도 있고 제작이 용이한 만큼 다양한 주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할 수도 있을 텐데, 특종상 심사 이런 걸 해보면 지금 라디오가 저널리즘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특종상 심사후보로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건 곧 심층보도나 발굴보도기능은 아직도 약하다. 이걸 반증한다고 보는데요, 그래도 라디오가 발굴한 특종다운 특종은 과연 뭐가 있느냐, 이렇게 반문해 볼 필요가 있구요. 그런 관점에서 라디오가 너무 편하게, 또 너무 쉽게 만들려는 관행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쉬운 소재, 섭외를 통해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채널을... 이런 건 필요하지만 너무 이쪽에 비중을 많이 두는 건 아닌가. 서민매체라면 좀 더 서민들의 애환과 그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문제를 이슈화 시킬 수 있는 폭넓은 소재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 심층보도영역을 라디오가 좀 더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과제로 말씀드릴 수 있죠.
박인규 : 나아가서 비슷한 문제의식이긴 합니다만,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출연하신 분에게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을 던진다거나 심하게 얘기해서 싸움을 붙인다거나. 너무 관심과 흥미 위주로만 나간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김창룡 : 저는 그런 지적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사실은 라디오 매체가 그리 강력한 매체는 아닙니다. 부드럽고 아주 친근하긴 하지만 영향력과 파급력이 강한 매체는 아니기 때문에 라디오의 입장에서는 그런 도발성 질문, 그리고 뭔가 적극적인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인 질문.. 이런 걸 저는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의도적으로, 지나치게 센세이셔널리즘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비판받아야겠지만 라디오가 저는 너무 점잖은 매체로 남는 건 맞지 않다. 라디오는 때론 공격적이어야 되고 때론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매체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비판을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감정들을 여과 없이 라디오 방송에서 좀 내보낼 수 있는 자유로운 매체라는 게 라디오의 특성이 아닌가...
박인규 : 어떤 측면에서는 좀 싸움을 붙일 필요도 있다.
김창룡 : 저는 그렇게 봅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TV에 나와서는 싸움을 하기가 힘듭니다.
박인규 : 다만 싸움의 주제가 뭐냐가 중요하겠죠.
김창룡 : 그렇죠. 뭘 갖고 어떤 식으로 논쟁하고 그 결과 생산물은 무엇인가, 이런 것만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면, 지엽적인 공격적인 질문 내지 적극적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법은 저는 얼마든지 허용되고 용인돼야 한다고 봅니다.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시간이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성공회 대학 최영묵 교수가 나오셨는데 그분이 라디오는 사실 공익성에 가장 알맞는 매체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최근에 와서 라디오의 저널리즘적 성격이 강화된 것이 라디오의 공익성 공공성의 측면에서 플러스라고 보십니까 마이너스라고 보십니까?
김창룡 : 저는 이 저널리즘과 공익성, 공공성은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라디오의 저널리즘적 기능이 강화됐다는 건 그만큼 공익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오락기능에만 머물 수 없는 것이 라디오 매체라고 보는데요, 지금 보면 다매체 다채널... 이런 시대에 새롭게 라디오가 저널리즘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건 저는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을 찾아나가는 것이고, 이런 과정 속에서 당연히 저널리즘과 함께 공익적 기능이 강화됐다고 보는 것이죠.
박인규 : 저널리즘적 성격은 오히려 계속 강화될 필요가 있다.
라디오의 저널리즘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정치인들이 주로 많이 나오고. 그 분들의 말씀을 여과 없이 전달하다 보니 자칫하면 이게 정치권이나 정부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는 거 아니냐. 라디오 자체의 시각이나 균형 같은 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요.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김창룡 : 저는 그래서 라디오가 사실은 한 쪽 일방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는 매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홍보와 광고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래서 진행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진행자는 뉴스를 판단해서 적절히 제어하고 또는 그쪽에서 얘기하는 일방통로가 되지 않도록 견제를 해주고 반대 얘기도 만들어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 뉴스전달의 완결성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진행자가 단순히 그쪽 얘기만 듣고 얘기하고 단순히 중계자 역할에 머문다면 저는 라디오 저널리즘이 굉장히 홍보기능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저는 진행자는 어떻게 보면 즉각적 개입과 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인규 : 또 한편에서는, 예전에는 생활과 관련된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너무 정치, 정책만 나와서 시끄럽고 재미없다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김창룡 : 우리 사회가 사실 굉장히 이중적인데요, 정치를 굉장히 혐오하면서도 굉장히 좋아하는 이중적인 국민성이 있기 때문에 저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이런 이중적인 측면을 교묘하게 파고들어가서 정치가 싫다, 시끄럽다고는 하지만 또 그 얘기를 안 하면 궁금해 하는 이중적 소비행태에 어떻게 보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런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거 아닌가. 다만 그렇다 해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너무 정치에 모든 소재가 함몰되지 않도록, 인권이나 환경 등 인생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를 발굴하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거죠.
박인규 : 시사프로그램이라도 지나치게 그날그날 정치뉴스에만 매몰되는 건 곤란하다. 폭넓은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창룡 : 그렇죠. 라디오 매체가 우리 서민들에게 굉장히 가깝고 친근한 매체입니다. 그래서 좀 더 발품을 팔아서 우리 생활 주변에서의 감동적인, 아픈 이야기.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이런 이야기들이 라디오에서 좀 더 많이 소개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박인규 : KBS 1라디오의 경우에는 뉴스 시사 전문채널로 바뀐 지가 올해로 4년째 됐습니다. 다 듣진 않으셨겠지만 그동안 들으시면서 시사 전문채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강점과 약점은 뭔지 지적을 좀 해주시죠.
김창룡 : 저는 사실 기자생활을 하거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원칙이 뭐냐면 자사 매체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건 곤란하지 않은가. 제대로 공정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잘한다 못한다 얘기하는 게 좀 부적절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에 KBS에 나와서 KBS라디오를 평가하기가 사실은 부담이 됩니다. 다만 제가 바람을 말씀드리자면, 저도 라디오를 자주 듣는 편이고 특히 시사프로그램은 친숙한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에 저 역시도 굉장히 많이 듣는 편인데, 보면 아까 이미 지적됐습니다만 KBS가 공정성이나 중립적 입장을 취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려는 것은 높이 평가하는데 내용 자체가 굉장히 정치권력적으로 함몰됐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박인규 : 정치권력적이라는 건 현재 집권층 쪽에 가깝다는 의미입니까? 아니면 정치문제에 집중한다는 뜻입니까?
김창룡 : 소재 자체가 정치문제와 권력문제, 그와 동시에 말하자면 질문이 좀 더 예리했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KBS는 어찌 보면 굉장히 점잖은 매체의 성격을 가져서 그런 사람들이 비리정치인들이나 권력가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에 대해서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얘기할 순 없지만, 주요 시사프로그램에서.. 저런 사람들을 불러냈을 때에는 적극적 해명이나 반대 얘기를 통해서 그 사람들의 일방적인 변명을 전달만 해준다는 건 저는 청취자들을 너무 안타깝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반대쪽 주장에 대해서 적극 해명하거나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허점을 파고들어서.. 그래서 저는 진행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일방적인 통로가 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저는 국민의 방송이라고 생각하고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자랑하는데 일부 정치인의 방송, 일부 권력가의 방송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민의 눈과 귀가 돼 준다는 건 바로 그런 사람들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그런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언론이 국민의 소리로 감시 견제한다. 이런 것을을 인식시켜 주는 게 저는 큰 바람입니다.
박인규 : 국민의 입장에서 다소 논쟁적이고 시끄럽더라도 좀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너무 점잖다 지금의 KBS.
김창룡 : 너무 점잖고, 어떻게 보면 기계적인 중립에 너무 함몰돼 있지 않은가, 왜냐 하면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이 많습니다. 조금만 공격적으로 해도 누구를 흠집낸다, 편파적이 아니냐는 식으로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만, 저는 그런 식으로 해서는 국민의 방송이 되기 힘들다. 한국 국민의 전체적인 이익이 어디 있는가, 권력가나 정치인들을 출연시켰다면 왜 그 사람들을 출연시켰고 이 사람들로부터 국민이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가, 그 사람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내버려두기보다는 국민들이 정말 알아야 할 그런 목소리를 그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하겠죠. 안 하려는 얘기를 하게 하는 게 저는 국민의 방송의 역할이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좀 더 공격적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얘길 하셨습니다만, 어떻습니까.. 계속 라디오 저널리즘의 비중은 커져 갈 것 같고 개선돼야 할 점도 많은 것 같은데, 쭉 보시면서 라디오 저널리즘이 사회의 민주화랄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이런 점이 좀 필요하다. 그런 게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창룡 : 저는 일단 라디오에서 흥미와 주목도를 빼 버리면 너무 건조해진다고 봅니다. 재밌어야 됩니다. 재밌고 흥미있게, 스토리텔링.. 듣는 사람의 귀를 잡도록, 처음부터 귀를 잡기 위해 노력하긴 힘들지만 무슨 얘긴지 귀를 기울여 보니까 정말 흥미있다. 그래서 진행자는 스토리텔링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그래서 라디오가 전달하는 뉴스에는 좀 생기와 감정이 살아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좀 약한 거 아닌가. 라디오 뉴스에 너무 점잔과 격식을 차리지 말아달라. 그리고 출연 연사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해 달라. 이런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박인규 : 재밌고 공격적이 될수록 라디오 저널리즘은 더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 KBS에 계신 분들도 많이 참고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특별기획 『방송 80년, 라디오저널리즘을 말한다』마지막 시간으로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김창룡 교수와 함께 <라디오 저널리즘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얘기 나눠 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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