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2월16일 오후 1시 이 날은 한국 최초의 방송국인 경성방송국이 호출부호 JODK로 첫 라디오 방송전파를 발사한 날입니다. 지금은 1947년 국제무선위원회로부터 독자적인 호출부호 'HLKA'를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올해는 이 땅에 방송이 시작된 지 80년이 되는 햅니다. 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사흘동안 특별기획 『방송 80년, 라디오저널리즘을 말한다』를 보내드리는데요. 2007년 오늘, 한국의 방송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 한국 방송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방송학자 3인을 통해 진단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영묵 교수와 함께 포기할 수 없는 가치!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에 대해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상업방송의 성장과 뉴미디어의 등장과 같이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어떤 의미를 갖고, 왜 중요한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들이 필요한지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방송학자 최영묵 교수입니다.
최영묵 교수는 1963년 경기도 안산 출생으로 1985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한양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한양대, 성대언론대학원,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했고 1997년부터 4년간 한국방송개발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수석팀장을 역임했고 2001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오늘의 주제는 '방송의 공영성을 지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 방송의 공영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데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지금 지상파 방송 자체가 위기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특히 케이블 방송이나 DMB등 여러 가지 뉴미디어가 나오면서.. 지상파 방송의 현재를 어떻게 보십니까?
최영묵 : 지상파 방송 내지는 공영방송의 위기 얘기가 나온지 10년 정도 됐는데요, 케이블TV를 비롯한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으로 독과점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위성방송에다가 최근에 방송통신융합 얘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IPTV라든가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있거든요. 이러다 보니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단 시장에서 경쟁력, 재정의 위기거든요.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거고. 지상파 방송의 핵심을 이루는 게 공영방송인데 그러다 보니까 동전의 앞뒤 같은데, 재정위기가 오니까 수익구조를 호전시키기 위해서 상업화 전략을 펴거든요. 예컨대 시청률에 신경을 쓰고 다양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공영방송과 민간 상업방송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그러니까 공영방송 너네는 정체성이 뭐냐, 왜 똑같냐, 이런 비판이 있는 거고.
그런데다가 선거와 연관해서 늘 문제가 됐던 게 편파성 시비인데, 우리 방송이 상대적인 것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자율성을 갖고 있지는 않으니까. 이따금씩 정치적 편파성 시비가 걸리면 소위 말하는 정당성 위기가 연결되는 거죠. 공영방송이라면 중립성을 견지해야 되는데 왜 특정 정파나 정권을 옹호하거나 홍보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시장의 위기와 정체성의 위기, 정당성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3중고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는 지상파가 모든 방송을 독과점하다시피 했는데 케이블 방송이 나오고 최근에는 IPTV까지 나오면서.. 그러다 보니 이제는 지상파 방송이 방송을 독과점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야겠네요.
최영묵 : 그렇죠. 이미 다채널 경쟁시대가 됐고, 이동공간에서 휴대, 송수신 가능한 단말기들이 널리보급됐고. 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서.. 소위 말하는 단말기, PC를 통해서 방송을 보는 게 일반화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거실에서 고정수신을 통해서 TV방송을 보고 라디오도 특정한 위치에서 듣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그래서 그때 일정한 독과점적 지위를 가졌던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박인규 : 저널리즘의 주역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80년대까지는 신문이었다가 90년대 이후는 지상파 방송이었다가 앞으로 방통융합이 되면 새로운 미디어일 거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게 되면서 중요한 건, 방송들이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 너무 많은 관심을 둔다. 그런 추세 자체를 인정을 해야 되는 겁니까?
최영묵 : 사회자께서 저널리즘의 중심을 이루는 매체가 신문에서 방송으로, 이제 통신으로 변하는 거 아니냐는 가정을 갖고 말씀을 하셨는데. 신문 같은 경우 아직도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타당성 시비하고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매몰됨으로 해서 신뢰가 굉장히 저하됐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저널리즘영역에서 신문이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고. 방송은 상대적으로 보면 공영방송 중심다 보니 국가의 개입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했거든요. 그러니까 저널리즘 기능이 80년대까지 현저하게 약했습니다.
그러다가 방송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확보하고 강화했거든요. 그래서 21세기 넘어오면서 대표적 매체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했는데, 지금 말씀드렸듯이 재정위기나 다양한 매체의 도전으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융합 상황에 따라서 소위 말하는 새로 등장하는 통신융합형 서비스들이 이후에 저널리즘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 그것은 대단히 회의적이라는 거죠. 왜냐, 그건 굉장히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고 기본적으로는 분화된... 아주 취향을 중심으로 한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매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국가나 공동체를 대변하는 저널리즘기능을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지적을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도 저널리즘은 방송과 신문이 중심이 될 것이다.
최영묵 : 당분간은 그렇게 갈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신문은 대체로 개인소유나 민영이 많고 방송은, 특히 KBS는 공영인데, 따라서.. 예를 들면 방송은 특히 공영성이 강해야 한다. 전파는 국민의 것이다.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 방송에서의 공영성이 왜 중요하고 공공성이라는 게 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최영묵 : 쉽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데 사실 우리는 다공영 1민영이라고 얘길 합니다. 지상파 방송을 얘기하면서. 한국에는 공영방송이 다양한 채널이 있고 그게 한국방송의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에 한국의 방송은 아직까지 상당 부분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요. 그것이 공적 가치를 표방하고 소위 공익성이나 공공성을 이념으로 삼고 지향해 왔기 때문에 그런 현실이 가능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 공익성과 공공성은 사실 방송이 갖고 있는 전파라는 자원의 공적 성격에서 출발하구요. 그리고 그 전파자원은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에 그것을 근거로 이뤄지는 사업은 사적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 없다. 이것이 공익성의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그래서 방송들은 구체적으로 사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공동의 가치소자로서 그 사회의 공론을 모아 주고 그것이 널리 확산될 수 있게 연결해 주는 매개 구실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계속 강조해 온 것이고. 이것은 이후에도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를 끈끈하게 연결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 매체는 대단히 중요한데 갈수록 매체가 많아질 뿐이지 그런 기능을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공적 가치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다공영 1민영 체제라서 공영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시청자나 청취자들이 보기에는, 특히 TV같은 경우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방송에서도 지나치게 시청률에 연연하는... 선정적이거나 흥미위주의 방송이 많은 게 아니냐. 가만히 들여다 보면 겉은 공영이지만 속은 상업방송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많아요.
최영묵 : 그건 우리 방송의 재원구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사실은 KBS... 기간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의 경우도 역시 수신료와 광고수익. 광고수익이 더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른 공영채널인 MBC도 광고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EBS가 공적 자원 중심인데 거기도 사실은 참고서 판매수익이나 이런 소위 말해서 수익구조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공적 재원이 공영방송의 재정적인 걸 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에 각 공영방송 채널들은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구조라는 거죠. 공적 재원과 광고수익이라는 게 그렇게 접합이 돼 있는데, 그러다 보니 광고수익이 악화되면 전체적으로 굉장히 경영이 어려워지니까 광고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신경쓸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소위 말하면 시장화 전략이고 시청률이라든가 다양한... 상업방송과 유사한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그런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것과 달리 다른 어떤 채널에서도 볼 수 없는, 수월성 있는 프로그램들도 역시 같이 제공되고 있다는 거죠, 주목해야 될 것은. 전반적으로 다 상업화 되는 것이 아니고 쇼·오락 영역은 그런 면이 있지만 역시 뉴스와 다큐는 철저하게 공적 성격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공영방송이면서도 시장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어떤 재원구조상의 제약이 있다는 말씀이신데....흔히, 그렇다면 전체 운영을 시청료로 운영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게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그게 안 되는 건 왜 그럴까요. 흔히 말하는 방송의 정치과잉화, 정치세력들이 방송에 대한 장악하고 싶은... 그런 것들 때문입니까, 왜 그렇습니까?
최영묵 : 방송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국영방송 시절에는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방송시스템을 국가가 직영했던 것인데 그걸 공영화 했다는 것은 국가가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 국가와 시민사회나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던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국영방송일 경우에 전적으로 조세에 의존해서 방송을 만들 수가 있지만 공영화 할 경우 그것은 수신료를 근거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수신료라는 건 준조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방송이라는 게 굉장히 많은 재원이 필요한 사업이거든요.
그것을 전적으로 수신료로 조달할 경우 엄청난 직접부담이 발생합니다 시청자들에게. 지금 시청료가 2500원인데도, 27년간 묶여 있는데도 인상하려고 하면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직접지불에 대해서는 굉장히 저항감이 큰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광고수익은 간접지불이고 결국 광고를 통해서 일반 시민들이 물건을 사면서 지불이 되는 건데, 간접지불에 대해서는 저항이 약하니까 차라리 광고를 일정하게 동시에 할 수 있게끔 열어 놔서 재정구조가 그렇게 기형적으로 형성돼 온 것이 우리 방송의 역사기도 하구요.
박인규 : 수신료와 광고료의 조합에 의해서 공영방송이 운영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수신료가 계속 보존이 되고 광고료에 의존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다 보면 공영방송도 상업방송국처럼 자꾸만 시청률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을까요?
최영묵 : 이미 우려되고 있고 그래서 수차례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제기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신료가 KBS에서는 지속적으로 현실화 논리를 제공하고 주장을 했지만 그것이 정치적으로 입법을 통해서 돼야 되는데.... 정치가들, 소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이런 정책을 하거나 입법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유권자들의 반응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데, 부담이 늘어나는 정책을 해서 자기에게 비판이 돌아오는 걸 감수하려고 하지 않죠. 그러다 보니 수신료를 인상해야 된다는 건 동의하지만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가지 않는, 이런 인기 없는 정책의 대표가 돼 버린 겁니다. 그러다 보니 상업적 의존도는 늘어나고 있고 정체성 위기는 계속 심화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수신료 인상 문제나 특히 KBS, MBC, EBS 같은 공영방송의 사장을 인선하는 경우 이것이 굉장히 첨예한 정치적 쟁점으로 바뀌거든요. 과연 이런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오히려 방송이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에 의해서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 정치과잉화라는 말도 하는데, 현재 방송에 대한 정치세력의 입김이나 영향력이 불가피한 것인지, 또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걸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것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최영묵 : 일단 상대적인 것이지 방송이 절대적인 자율성을 갖고 운영되는 경우는 없다는 전제로 말씀드려야될 것 같구요. NHK건 BBC건 다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일정한 관계 속에서 위상을 갖고있고 존재하고 있는데요. 우리 같은 경우 과잉이란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건 사장 선임이나 프로그램에 있어서 약간의 특정 정파에 불리해 보인다든가 이런 것들이 나오면 집단 항의를 하거나 국회에서 사장을 호출하거나, 이런 식으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고. 그건 과거 우리 방송을 철저하게 우리 정치에 도구로 이용했던 전통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거죠.
그 정치인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회환경도 바뀌고 방송국도 바뀌었는데. 정치인들 입장에서 보면 옛날에는 방송이 철저하게 자기들 입맛에 맞게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자율성을 갖고 쓴소리도 하고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가니까 불안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끊임없이 방송을 공격해서, 그리고 방송재원을 옥죔으로 해서 방송사가 자율성을 갖는 걸 견제하려고 하니까 이건 과잉정치화라기보다는 방송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의 과잉이라고 볼 수 있구요. 그것은 방송사가 끊임없이 견제하고 차단함으로 해서 스스로 자율적 영역을 형성해 가고 지켜야겠지요.
박인규 : 오히려 독재권력의 일방적 통제로부터 벗어나면서 여러 정치세력이 경합하는.. 그래서 좀 과도적 현상으로 봐야 된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게 최근에 한미FTA 협상을 하면서 최근에도 CNN의 더빙방송을 한다는 말도 나오고. 그래서 이른바 외국의 거대자본을 가진 방송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이 굉장히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방송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최영묵 : FTA협상이 진행중이니까... 방송 쪽에서 지금 단식에 들어가기도 하고 언론노조에서 굉장히 반발하고 있는데, FTA에 포함된 방송영역의 주요한 의제들은 대체로 방송사 소유지분 제한 문제. 지상파에 대해서 외국자본이 못 들어오게 막아 놨고 케이블TV나 위성은 일정한 퍼센트 이상 못 들어오게 막혀 있거든요. 그런 걸 완화해야 되는 상황이 도래할 거라는 우려가 첫 번째구요.
두 번째는 IPTV 등 소위 말해 방송영역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영역들.. 이것이 사실 통신영역에 가깝거든요. 그것들에 대한 철저한 자유화를 요구합니다. 그것을 외국자본이 직접 들어와 운영할 수 있게 해서 직접 수익구조를 만들려는 거거든요 미국 입장에서 보면. 그런데 이것은 지금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후의 생존에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외국자본에 넘겨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고.
박인규 : 방송학자 입장에서 보신다면, 방송시장 개방이라는 게 지금 정도만 적정한 겁니까 아니면 FTA에서 더 개방해도 괜찮은 겁니까?
최영묵 : 지금 같은 경우 뉴미디어방송 영역은 사실 전적으로 개방돼 있는데, 지상파와 뉴미디어방송, 통신으로 나눠 봤을 때 통신은 거의 전적으로 열려 있고, 뉴미디어 방송은 50% 내외로 묶여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30%만 소유해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뉴미디어방송 간은 경우 외국자본에 상당 부분 열려 있는데, 그나마 최후의 우리 문화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외국자본이나 대기업이나 신문이나 통신자본이 못 들어오게 막아 놨거든요. 그걸 열게 된다면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 왜냐 하면 이제 우리 방송이라는 건 뭐냐,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인규 : 적어도 지상파 방송만은 지켜야 된다. 주로 방송 하면 많은 분들이 아직도 TV를 생각하시는데, 라디오 입장에서 라디오와 TV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나눌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라디오 매체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최영묵 : 상대적으로 TV같은 경우 비주얼한 이미지 중심의 매체기 때문에 더 상업화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걸 통해서 광고효과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 라디오는 상대적으로 대표적인 매체였다가 한 시기에 굉장히 몰락할 것 같았지만 지금 다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요즘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라디오가 갖고 있는 저비용매체면서 쌍방향 참여가 늘 열려 있는 매체라는 속성이 21세기 미디어 지형에 잘 부합하구요. 그리고 친근감도 있고 아주 기동성 있게, 지금 DMB 얘기를 하지만 여전히 라디오가 일반인들에게 가장 편안한 매체거든요. 이런 장점들이 있고. 그리고 각 방송국들은 TV 중심으로 모든 게 논의되는 구조긴 하지만 여전히 이런 라디오의 특성과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 같고 청취자들 입장에서도 라디오 프로그램의 마니아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시사적인 이슈 등에 있어서 아주 기동성 있게 즉각즉각 연결을 해서 당사자들을... 들려주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공적 성격도 상당히 강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라디오 저널리즘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할 정도로 공적 성격이나 모든 부분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오히려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TV보다 라디오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지금 외국을 보면 영국 BBC도 그렇고 일본 NHK도 그렇고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최영묵 :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공영방송이 NHK, BBC, KBS 인데요. 이 공영방송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안정성을 갖고 있었거든요. 안락한 독점체제라고 했는데, 상업방송보다 공영방송이 재원이 안정화 돼 있고, 그러다 보니 내적 비효율성이 강해졌습니다. 개혁도 별로 안 하고. 그리고 경쟁력 있는 뭔가를 개발 안 해도 살 수 있었던 측면 때문에 경쟁력에서 첫 번째로 문제가 된 거고.
두 번째는 정치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수신료 문제나 재원을 의회를 통해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늘 정치적으로 유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었거든요. 특히 NHK가 그런 문제가 굉장히 강했는데, 그런 것들이 투명성 재고를 통해서 드러나니까 일반 청취자의 불신이 커진 거죠. 그래서 신뢰도 문제가 생겼고. BBC 같은 경우 이 극복을 위해서 몇 년 전부터 치열한 내부개혁을 했고 다양한 시장화 전략을 폅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그래서 내가 시청자에게 구체적으로 뭘 해주고 있고 사회복지를 위해서 우리가 추구하는 게 뭐고 시장경쟁력.. 방송영역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우린 무엇을 할 거냐, 이런 구체적 가치를 제시하고 평가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NHK는 아직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박인규 : KBS를 보시면 나름대로 공영성을 지키고 어떤 면에서는 더 향상시키려고 노력할 텐데 방송학자 입장에서 보실 때 KBS의 공영성을 위한 노력이 만족스러우십니까?
최영묵 :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닌 부분이 공존하는데, 특히 KBS 같이 세계적으로도 거대한 방송조직은 몇 년간 내적 슬림화, 개혁을 통해서 구조조정도 하고 지역 통폐합도 하고 팀제도를 도입하고 그런 부분들이 가시적으로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 존재하고 있고. 그런데 상대적으로 보면 그 속도가 미디어환경 전체의 변화속도보다 늦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개혁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KBS는 개혁 별로 안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죠.
박인규 : 말씀하신 것처럼 자체적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측면에서는 아직도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말하지만 속도가 늦는 같다, 이런 말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방송학자 입장에서 보시면서 그런 개혁의 속도를 빨리 하는 것 외에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 이런 조치랄까 개혁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조언이 있으시면 해주시죠.
최영묵 : 역시 인력과 프로그램에 있어서 가시적인 뭔가를 보여주는 건데, 소위 말해 조직구조의 효율성을 우린 어떻게 높였다는 것을 끊임없이 시청자에게 알려야 되거든요. 그래야먄 KBS가 이런 가시적 변화를 꾀하고 있구나 하는 걸 이해하고 수신료 내는 것, 그리고 이것의 인상이나 물가연동을 지지하고 동의해 줄 수 있는 측면이 있구요.
그리고 여전히 프로그램을 통해서 얘기해야 되는 거니까 KBS에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일부 프로그램들에 의해서 그것이 이 채널에 이런 것들이 문제될 경우 마치 다른 프로그램들도 상업적 이해관계에 오염된 것처럼 비판 받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럴 경우 굉장히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는 거구요. 임금문제나 구조조정 문제는 역시 지금까지 논의가 충분히 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역시 공영방송은 자체혁신도 중요하지만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수록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특별기획 『방송 80년, 라디오저널리즘을 말한다』그 첫 번째 시간으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영묵 교수와 함께 <포기할 수 없는 가치!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에 대해서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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