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일각에서는 또 다른 '악의 축' 이란과의 협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NYT "6년 만의 중대한 노선변경"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포기를 전제로 불능화 조치를 취하면 중유 100만 톤 상당의 에너지 및 경제지원을 하기로 한 이날 합의가 발표되자, 즉각 특별성명을 내고 "북핵을 처리하는 데에 외교적 수단을 사용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the best opportunity)를 제공하겠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역시 "좋은 출발"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시 행정부는 완전한 핵 폐기 수준은 아니더라도 추가 핵실험 등 더 이상의 도발이나 사태 악화를 막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한사코 거부하며 '악행(惡行)'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던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향후 협상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취한 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의 중요한 노선변경의 징후로 주목한다"고 밝혔다.
지난 6년 간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협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정권 붕괴를 목표로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인지를 둘러싼 치열한 내부 논의가 진행돼 왔고, 한 때 행정부 내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대북접근 역시 제재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한 경향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번 6자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에서 이 논의가 협상파의 승리로 끝났음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보다 약한 '레버리지'가 난관
이에 북핵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변화된 의지가 이란 핵문제 해결에도 차용될 수 있지 않겠냐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계열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의 조지프 시린시온 국가안보담당 수석부소장은 14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행동양식의 발전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카다피를 어르고 달래 리비아의 대량 살상무기 전면 포기 선언을 이끌어 낸 데 이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도 물꼬를 튼 만큼 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제재나 군사조치 등 강경노선 대신 외교적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베이징 협상 소식에 대한 논평 말미에 "우리는 이란을 위해서도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해 왔다"며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여세를 몰아 이란과의 협상에도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비록 이란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미국은 이전에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이란 정부와의 대화 용의를 밝힌 바도 있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 이란과의 협상은 북한과의 협상보다 한층 더 풀기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하다. 경제적 지원이란 부동의 지렛대가 존재하는 북한의 경우와 달리, 이란은 자원이 풍부한 부요한 국가인데다가 서유럽과의 경제적 연결고리도 튼튼한 편이라 북한을 움직였던 채찍(제재)과 당근(지원) 모두가 효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 인근 이라크에 13만 명 규모의 병력을 묶어두고 있는 점은 군사력 사용을 통한 해결을 선택하는 일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외교연구기관인 외교협회(CFR)의 게리 새모어 부회장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그리 세지는 않을 테지만 다자간 협상의 틀을 만들어낼 때까지 일시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유예시킬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이란 핵을 두고서도 외교적 해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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