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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엔 '안중근 의사'를 뮤지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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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09년엔 '안중근 의사'를 뮤지컬로"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13] 100만 관객 초읽기 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장려한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 한국의 에비타!' '시종일관 관객을 전율케 하는 탁월한 작품!' 바로 한국 최초로 뉴욕, 런던 등 뮤지컬 본고장에 진출한 명성황후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극찬인데요. 이렇게 국내외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온 뮤지컬 '명성황후'가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995년 말 예술의 전당 초연 이후.. 흥행 돌풍을 이어가며 12년 만에 유료 관객 100만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연출가이자 뮤지컬 전문극단 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인 윤호진씨를 초대해.. 명성황후 100만 관객 돌파의 의미와 우리 뮤지컬의 과제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씹니다! 윤호진 씨는 1948년 충남 당진출생으로 72년 홍익대학교 정밀기계과를 졸업했습니다. 1970년 극단 실험극장에 입단했고, 76년 연극 그린 줄리아를 연출하면서 연출가로 데뷔해.. 이후 실험극장 대표와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 등을 지냈습니다. 91년부터는 단국대 연극영화과 교수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뮤지컬 전문극단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와 한국뮤지컬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명성황후, 페임, 몽유도원도, 겨울나그네 등이 있고,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연출상, 한국연극 예술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저희가 두 번째 모시는데요, 지난번에는 일본 뮤지컬이 진출해서 한국 뮤지컬이 위험하다는 약간은 어두운 거였는데 이번에는 명성황후가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좋은 소식입니다. 우선 축하드리구요, 아직 돌파한 건 아니죠?

윤호진 : 네. 이번 공연 기간에 100만을 돌파할 예정입니다. 현재 98만입니다.

박인규 : 다음 공연이 언제 시작이죠?

윤호진 : 17일부터입니다. 2월 17일부터 3월 8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박인규 : 우선 미리.... 그동안 많이 인터뷰도 하셨던 것 같은데 100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윤호진 : 감개무량합니다. 1995년에 저희가 이걸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줄 몰랐는데, 세월이 벌써 12년째 접어들면서 1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앞으로 또 이게 얼마나 더 뻗어나갈지 저희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저희 생각에는 푸치니 오페라처럼 향후 100년 후에도 공연될 수 있는 명성황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작년 연말 공연 때 보니까.. 대개 시간이 지나면 관객이 떨어지는 게 보통 섭리인데, 오히려 더 많은 관객이 들었다구요?

윤호진 : 작년 연말에 최고기록이 나왔습니다. 공연 전 예매 상황이 3만 장을 돌파했으니까, 전체 박스가 4만이니까 거의 공연 전에 표가 거의 다 팔렸다는 얘기죠. 그럴 정도로 폭발적 증가세로 기록을 매년 경신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시간이 갈수록 관객이 드는 건 연출가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현상인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윤호진 : 작품이 갖고 있는 무게 같아요. 보통 뮤지컬은 하나의 오락성으로 끝나지만 이 명성황후는 감동과 더불어서 역사의 교훈 등이 함께 어우러져서, 아마 그 여운의 파장이 긴 것 같습니다. 독실한 신자들은 자기 믿음을 혼자 갖고 있지 않고 전파하듯이 명성황후를 한 번 보면 자꾸 구전하는 것 같습니다. 좋다, 가서 꼭 봐라. 그리고 자기가 보고 나서 너무 좋으면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자식들 손을 잡고 다시 극장에 오는 현상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이 매년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일부에서는 이런 말도 할 것 같아요. 영화 같은 겨우는 몇 달 사이에 천만 돌파하는 영화도 많은데 10년 사이에 100만 돌파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 뮤지컬에서 창작뮤지컬로 100만을 돌파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윤호진 : 어쩌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야, 인도영화는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들지만. 그렇지만 가격으로 봤을 때 영화는 7천 원이고 이건 한 10만원 가량입니다. 가격 대비로 봤을 때도 상당히 의미가 크죠.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가 뮤지컬이 시작된 지 40년 역사인데 최근 들어서 뮤지컬 마니아들이 급격하게 급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계 뮤지컬 메이저 시장에서는 한국을 어메이징 마켓이라고 할 정도로 놀라운 시장이라고 합니다. 그럴 정도로 폭발적 증가세가 있어요. 지금은, 좀 있으면 우리나라도 큰 작품들이 좀 더 좋은 것들이 나온다면 명실 공히 세계 3대 시장으로 부각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3대 뮤지컬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어떤 언론보도를 보니까 명성황후를 대한민국 국가대표 뮤지컬이라고 표현했던데, 초연한 게 1995년 12월 30일이에요. 제가 알기론 이게 아마 을미사변 100주년 되는...

윤호진 : 10월 8일이 을미사변 100주기 날인데 그때 공연을 못했어요. 거기 맞춰서 준비했는데 돈이 없어서 미뤄졌습니다. 간신히 100주기.... 잘못하면 101주기에 할 뻔했습니다.

박인규 : 1995년은 넘기지 말자 해서 12월 31일에 초연하신 거군요. 우선 저는 궁금한 게, 창작뮤지컬을 만드시면서 명성황후 시해사건, 혹은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거였는지...

윤호진 : 제가 뮤지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82년 런던에 연수를 가서 사실 정통극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뮤지컬이 눈에 확 들어오는 바람에.... 우리가 가만있다가는 외국 뮤지컬이 한국시장을 완전히 압도하겠다. 우리는 설 자리가 없겠다. 그래서 그때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뮤지컬에 대해서. 그러면서 공부를 뉴욕 가서 한 4년 하고, 그러면서 제가 꾸준하게 생각했던 게 뭘 가지고 우리가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까... 이걸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그때 쯤에 명성황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나라를 망친 게 아닌.

박인규 : 예전에는 민비라고 해서 고부간의 싸움...

윤호진 : 시아버지에게 불효한 며느리라는 식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새롭게 명성황후의 정치적 감각이나 외교능력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아.. 뭐 에비타 같은 작품도 하는데 우리 이 정도 얘기라면 충분히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하다. 특히 열강들 틈에서 작은 나라가 살아 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 같은 게 상당히 외국사람에게도 주목받을 만한 얘깃거리가 되지 않느냐. 그리고 엄청난 비극이 있고. 그래서 명성황후를 선택을 하게 됐죠.

박인규 : 원작이 이문열씨의 여우사냥이라던데, 윤호진씨가 청탁을 해서 쓰신 겁니까?

윤호진 : 그렇죠. 그래서 처음에는 여우사냥이란 이름으로 했는데, 우리가 국제적으로 나갈 때 여우사냥은 너무 좀 일본 쪽에서 지은 암호명인데... 그래서 암호명을 제목으로 쓰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실제적인 마지막 황후가 아니냐. 라스트 엠프레스(last empress). 명성황후라는 이름을 만든 거죠.

박인규 : 1982년부터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시고 많은 고민을 하시다가 명성황후를 소재로 하자. 그래서 실제로 만들기 시작한 건 91년이거든요. 그 당시로서는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굉장히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셨다고 들었어요.

윤호진 : 12억.. 그 당시에는 가공할 숫자거든요. 저희도 계산해서 쓴 게 아니라 쓰다 보니 그렇게 올라갔는데, 그게 천만다행으로 공연이 끝나고 결산해 봤더니 12억이 딱 들어왔습니다. 그때도 거의 전회 매진이었어요.

박인규 : 첫 회 공연부터 성공을 하신 거군요.

윤호진 : 예. 그래서 브로드웨이 가는 야망이 생긴 거죠.

박인규 : 하지만 91년부터 실제 제작하는 과정에선 나름대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윤호진 : 돈이 없어서 10월 8일 기일에 막을 못 올리고. 그걸 연기하고. 제가 그때 뛰어다니면서 큰 기업들한테 가서, 제가 그랬습니다. 저작권료고 뭐고 다 줄 테니까 그냥 막만 올리게 해달라고. 저는 돈보다도 일단 막을 올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까. 그런데 그쪽에서 천만다행으로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막이 올랐는데 관객들이 엄청나게 성원해 주셔서 첫 공연에서부터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2억이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돈이 들어온 거거든요.

박인규 : 한 번 공연에..... 지금까지 한 100만 관객 가까이 들어왔으니까 매출로 따지면 얼마나 되는 겁니까?

윤호진 : 어림짐작해서 500억 이상은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럼 윤호진 대표께서는 앞으로 뮤지컬 하시는 데 돈 걱정은 별로 안 하셔도 되는 겁니까?

윤호진 : 그 사이에는 상당히 부채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걸 다 갚고. 저희가 또 빅탑극장이라고 천막극장을 하나 소유하고 있는데, 그걸 들여오는 과정에서 빚도 많이 졌는데 명성황후 덕분에 다 갚고. 이제는 새로운 창작뮤지컬에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박인규 : 그동안 12년 동안 하시면서 작품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윤호진 : 한 60% 이상 바뀌었다고 보면 됩니다.

박인규 : 공연할 때마다 계속 수정을 하시나요?

윤호진 : 요즘 들어서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만 손을 대지 큰 골격은 손 안 댑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상당 부분의 골격이 많이 바뀌었죠.

박인규 : 주연배우도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윤호진 : 예. 지금까지 명성황후를 한 사람이 6명 째인데, 현재 이태원씨가 장기집권, 제일 오랫동안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 그런데 최근에 후배 이상은씨가 치고 올라오는데, 올라오는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그래서 이제는.... 처음에는 3대 7로 나눠주다가 이번에는 5대 5 정도까지.

박인규 : 첫 회는 윤석화씨가 했고, 이태원, 김원정. 김지현, 이상은, 김현주씨 등이 했는데... 다 특장이 나름대로 있겠지만 가장 잘 한달지 맘에 드시는 배우는?

윤호진 : 이태원씨 같은 경우는 천부적으로 소리가 좋습니다. 힘이 좋아요. 아주 강한 목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마지막에 '조선이여 일어나라' 하는 우렁찬 민비의 혼이 나와서 하는 노래 같은 경우에는 이태원씨 만한 성량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은씨 같은 경우는 아주 섬세하고 디테일한 여성의 모습, 그러면서 또 강인한 쪽의 칼라를 갖고 있어서 두 사람을 대비해서 보는 재미가 상당히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진짜 마니아들은 이태원 주연, 이상은 주연을 따로따로 보실 수도 있겠네요.

윤호진 : 그럼요.

박인규 : 명성황후가 97년에 처음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영국 웨스트앤드에는 2002년. 캐나다에는 2004년에 진출했는데... 동아시아에 한류도 많은데 중국이나 일본 쪽 진출계획은 없습니까?

윤호진 : 한 7,8년 동안 계속 교섭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국 같은 경우는 경제성이 조금 타당성 조사에서 떨어지는 것 같고. 이제는 적자 봐 가면서는 외국공연을 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가 캐나다 공연에서부터 흑자를 냈거든요. 중국시장과 일본시장은 앞으로 상당히 큰 시장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야말로 특히 중국시장에서는 엄청나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에 같이 당했으니까

윤호진 : 예. 그리고 또 일본은 당사자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보다 선진국이잖아요 여러 가지 면에서. 그래서 자기네들이 아픈 얘기라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내년 하반기쯤을 목표로 해서 계속 물밑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어떤 언론보도를 보니까.... 언젠가 중국에서, 자기네들이 돈을 댈 테니까 한국 정부도 돈을 대서 중국을 도는 공연을 해보자고 했는데 한국 정부에서 안 돼서 잘 안 됐다는...

윤호진 : 참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거죠.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었거든요. 중국 정부가 돈을 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거기서 100만 불, 우리가 100만 불 해서 동북 3성을 포함한 8개 도시를 순회하자는 조건은 정말 무지무지하게 좋은 조건이죠. 그런데 그걸 우리 정부가 돈이 없다. 예산이 없다고 해서... 100만 불이면 10억인데...

박인규 : 그 당시에는 한류라는 게 없었을 땐가요?

윤호진 : 없었죠. 한류가 그렇게 폭발적 반응이 안 나왔을 때인데 만약 그때 갔었으면 상당히 달라졌을 겁니다. 중국시장이 더 빨리 열렸든지. 그리고 그때 중국의 중요 간부가 하는 얘기가, 왜 가난한 북한도 공연을 많이 오는데...

박인규 : 무슨 얘기죠?

윤호진 : 북한에서 '꽃 파는 처녀' 이런 작품들이 중국순회를 자주 합니다. 피바다 이런 곳. 오죽하면 가사를 다 외워요. 그러면서, 명성황후.... 너희 잘 사는 남한은 왜 더 공연을 자주 와야 되는데, 왜 안 오냐고 할 정도로 참 가슴 아픈 얘기를 들었어요. 하여튼 이제 중국 문이 열린다면 아마 명성황후가 가서 상당히 좋은 대접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지금이라도 중국 정부에서 그런 제안이 왔으면 좋겠지만, 물론 이건 기본적으로 민간에서 하는 예술활동이긴 합니다만 우리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걸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런 건 없습니까?

윤호진 : 우리도 고가상품들이 많지 않습니까. 자동차나 핸드폰 등, 이런 것들은 세계 최첨단을 달릴 정도로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왔는데, 좋은... 고가의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그 나라 문화가 같이 가줘야 됩니다. 그래서 저 정도의 뮤지컬, 훌륭한 공연을 만드는 나라라면 제품도 상당히 좋겠다 하는, 그런 게 퍼져야 되거든요. 그런데 기업 쪽에서도 그런 적극적인 마인드가 좀 있어야 될 것 같고, 좋은 작품을 가지고 해외에 동반해서 물건을 팔고 문화상품도 소개하게 된다면, 저희가 지금 영국까지는 갔다 왔지만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 본대륙은 아직 안 갔거든요. 아마 명성황후가 그런 곳에 가면 상황이 상당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 창작뮤지컬의 역량이 확인 된 만큼 이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나 대기업에서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네요. 지금부터는 한국뮤지컬 전반에 대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작년에 모실 때는 일본의 시키라는 극단이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말하자면 독차지했다, 그래서 한국뮤지컬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때였어요. 라이언 킹인가 하는 뮤지컬이었는데.... 일본 뮤지컬 극단이 영향력을 발휘했습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윤호진 : 한국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쪽의 예상보다는 상당히 목표수치에 도달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고. 그렇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박인규 : 그때는 자칫하면 한국 뮤지컬을 초토화 시킬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진 않군요. 다행입니다. 그때 말씀하시면서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을 키우기 위해서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필요하다. 그걸 뮤지컬 하시는 분들이 만드시기는 어렵고 정부나 대기업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는데, 뮤지컬 전용극장을 건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습니까?

윤호진 : 예. 서울시에서 한남동 자동차 면허시험장 부지를 뮤지컬 전용극장 부지로 확정했습니다. 이제 기업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다 지어서 1500석 정도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어서 기부체납을 하든 직접 운영을 하든, 그런 쪽으로 가닥이 잡혀지는 것 같구요. 그리고 여러 군데에서 뮤지컬에 대한 붐이 조성되기 때문에 극장을 지으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박인규 : 다행이네요. 지난번에 나오셨을 때도 우리나라 뮤지컬이 세계 5대, 3위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하셨는데.... 뮤지컬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우리나라 뮤지컬이 캣츠니 미스 사이공이니 오페라의 유령이니 하는 외국 것만 갖다가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창작뮤지컬의 비율이나 비중이 어떻습니까?

윤호진 : 작년에 150편이 공연됐는데 거기서 창작뮤지컬이 한 60% 정도까지 상영됐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많네요.

윤호진 : 네. 앞으로 그 증가추세는 더할 것 같구요.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앤드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이, 성공한 작품이라도 무조건 한국에 와서 잘 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정서랄지....

박인규 : 라이언킹도 보여줬듯이...

윤호진 : 예. 한국영화가 잘 되듯이... 할리우드 영화를 누르고 선전하듯이, 아마 지금 창작뮤지컬도 그런 수준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물론 대형작품은 아직 잘 안 나오고 있지만, 소극장을 중심으로 해서 상당히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세대들이 좀 더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까지 간다면, 아마 한국이 이제는 명실공히 세계 3대 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우리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음주가무에 능하다. 그래서 뮤지컬도 잘 하는 것 같은데. 뮤지컬도 많이 하고 재능 있는 분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뮤지컬을 연출도 하고 제작도 하시는 입장에서 봤을 때 창작뮤지컬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회에서 이런 부분을 도와주면 더 좋아질 텐데...그런 부분이 있나요?

윤호진 : 그래서 올해 아마 창작뮤지컬 지원예산이 처음으로 편성이 됐는데, 액수는 아직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교육프로그램을 올해 많이 시행하려고 합니다. 보컬.... 뮤지컬은 노래를 진성으로 불러야 됩니다. 성악은 가성으로 부르지만. 우리가 벨칸토 창법 같은 건 상당히 훈련이 잘 돼 있는데 진성으로 훈련하는 방법은 잘 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것을 좀 외국의 저명한 사람들을 불러서 보컬워크샵도 해야 될 것 같구요. 그리고 작곡워크샵. 좋은 뮤지컬을 어떻게 작곡할 수 있는지. 또 좋은 대본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이런 워크샵 과정들을 올해 아마 문광부와 저희 뮤지컬협회가 주관해서 시행될 것 같구요. 창작뮤지컬을 응모해서 한 5개 정도 뽑아서 쇼케이스를 만듭니다. 그 중 하나를 골라서.... 5개 작품을 어느 정도 지원금을 줘서 쇼케이스를 만들게 하고, 하나를 선발해서 전폭지원해서 완전히 작품이 하나 나올 수 있게끔 그런 시스템을 운영하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렇게 한쪽으로 지원을 하고, 또 한 쪽에서는 저희가 지금 운동하고 있는 게 영화진흥기금처럼 뮤지컬진흥기금이 펀드가 조성돼서 뮤지컬 제작사들이 싼 이자로 담보 없이..

박인규 : 돈 때문에 뮤지컬 못 만드는 일은 없도록

윤호진 : 예. 그렇게 펀드를 한 번 조성하는 걸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명성황후가 곧 100만 관객 돌파를 하면 일단 기분이 좋으실 테지만, 역시 또 정상에 있을 때 다음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은데... 명성황후를 어떻게 보면 능가한달지 맞먹을 수 있는 다음 작품 같은 걸 구상하고 계신 게 있나요?

윤호진 :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 안중근과 이등박문의 얘기를 작업하고 있는데, 2009년이 또 안중근 의거 100주기입니다. 그래서 100주기마다 뭘 하느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걸 준비하고 있는데 만만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안중근과 이등박문도 일본과 중국시장에서 상당히 환영받을 만한 작품이거든요. 안중근과 이등박문 두 사람 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하얼빈 역에서 멀리서 한 번 만났죠.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다 대동아공영을 주장했습니다. 한 사람은 무력으로 주장했고, 안중근은 평화적 방법으로 아시아가 블록화 돼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는데. 그런 것을 균형감각 있게 잘 조명한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명성황후 속편 같은 작품이.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그게 왜 속편이 아니냐. 이등박문이 명성황후를 시해했고 안중근이 가서 쐈으니까 속편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박인규 : 2009년이면 한 2년 남았는데 준비는 어디까지 돼 있습니까?

윤호진 : 지금 작가 이문열씨한테, 이것도 명성황후 후속이니까 네가 써야 된다 해서 작업을 같이 하려고 설득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쪽에서 자료는 많이 보완시키고 있고

박인규 : 아직 집필에 안 들어가셨군요.

윤호진 : 명성황후도 한 1년 끌고 끙끙 앓다가 작업에 들어가서 만들었습니다.

박인규 : 올해는 이 부분에 힘쓰시라고 해야겠네요. 하여튼 명성황후 100만 관객 돌파를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뮤지컬 만들어서 한류의 확산에 많이 기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윤호진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연출가이자 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인 윤호진씨와 함께.. 명성황후 100만 관객 돌파의 의미와 우리 뮤지컬의 과제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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