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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봉합'…9.19이행 첫걸음…'아직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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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봉합'…9.19이행 첫걸음…'아직 먼 길'

[북핵 2.13합의] 의미와 한계…'성과급 마술' 통할까

제5차 3단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가 13일 채택됨으로써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 핵위기가 비핵화 이행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번 합의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았다는 실질적인 의미 외에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9.19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7개월여만에 이행의 첫걸음을 뗐다는 성과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쇄와 그에 대한 5만톤 상당의 중유 지원을 해야 하는 향후 60일 내의 행동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반면, 그 후 핵시설 불능화 조치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난해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불능화' 조치 및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 합의는 '긍정적'
  
  이번 합의는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와 '같으면서도 진전된' 측면을 동시에 담고 있다. 향후 60일 내에 북한의 5개 핵시설을 폐쇄하면 5만톤의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점은 '동결 대 에너지 지원'이라는 제네바합의의 기본 구도를 따랐다.
  
  제네바합의로 돌아가는 것을 극구 꺼려 하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고집으로 '동결'이 아닌 '폐쇄'라는 용어를 썼지만 우리 정부 당국자는 "폐쇄하고 사찰관 들어가는 데까지는 제네바 합의로 돌아간다는 것과 같다"며 두 합의의 유사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플루토늄 생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불능화(disablement) 조치를 명시한 것은 단순 동결이었던 제네바 합의보다 비핵화 쪽으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참가국들은 또 '60일 내 조치'에 '긴급지원' 명목으로 중유 5만톤 지원을 넣어 '동시행동'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한편, '폐쇄' 용어 사용 및 불능화 조치 명기 등으로 미국의 입장도 고려하는 묘안을 짜냈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공동성명 전체를 담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초기단계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으로 폐기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놓았다"며 "60일이라는 기한을 못 박음으로써 실효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이번 합의문은 명백히 동결이나 폐쇄보다는 불능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일종의 비가역적인 조치로 상당히 진전됐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역시 "핵폐기를 목적으로 한 초기조치로서 폐쇄, 봉인이 들어갔고 사실상 핵폐기 단계로의 진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에 미국의 태도 변화 주목
  
  또한 워킹그룹을 통해 북미·북일 관계정상화의 논의를 한다면 한반도에 남아 있는 냉전구도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성렬 실장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의 태도변화"라며 "그 변화가 합의를 이끌어냈고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김근식 교수는 "북미 관계정상화라는 목표와 관련해 북미 양자해결의 원칙이 나와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교수도 "테러지원국 해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출발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는 과거에는 미사일, 인권 문제 등이 다 해결돼야 한다고 했었는데 의외로 미국이 많이 들어준 것 같다"며 "일단 한 문장 '걸어둔 것'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성과급'으로 북한 움직일까
  
  하지만 '60일 조치' 이후 불능화의 시한을 명시하지 않고 세부적인 문제를 워킹그룹에 넘기기로 한 것은 지난한 협상 과정의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불능화 과정에서 이행하기로 합의한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가 북미 관계정상화 속도와 어긋난다면 1994년 제네바합의 이행 과정처럼 북한이 '불성실한 신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핵과학 전문가인 강정민 미 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기의 조건으로 언제나 상정했던 것은 북미 관계정상화의 완료 시점이었다"라며 "관계정상화 논의에도 엄청난 난관이 있을 텐데 그 과정과 '완전한 신고'가 같이 가는 것은 불성실한 신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불능화 과정에서 이행의 진전 속도에 따라 에너지 지원을 차등화하는 아이디어가 이같은 우려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센티브를 높임으로써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불능화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북한이 받을 지원량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외신들은 조선에 대한 지원을 양적인 측면에서만 취급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보도를 되풀이 하고 있다"고 보도한 대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종료와 관계정상화 없이 단순한 인센티브만으로 북한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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