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입니다! 안경환 위원장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70년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고 84년 미국 산타클라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83년부터 87년까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87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 서울대 법대학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제4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바깥에 전망이 굉장히 좋습니다. 작년 10월 30일에 취임하시고 한 100일 지난 것 같은데 항상 우리가 이론과 실천이 같지만은 않다는 얘길 하는데, 학교에서 법학이론 가르치시다가 직접 인권보고 현장에서 일하시니까 어떤 면이 다르던가요?
안경환 : 같은 점이 있고 다른 점이 있는데, 다른 점을 두 가지 말씀드리면, 우선 학교에서는 교수가 자기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대개 역할을 마칩니다. 이 자리에선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입장의 차이가 있고. 또 하나는, 교수는 개인의견을 낼 수 있는데 그것은 자기 스스로만 책임지면 되지만 이 위원장 자리는 위원회의 공식의견을 낼 따름이지 위원장 개인의견을 못 낸다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박인규 : 보다 덜 자유스럽고 책임은 더 많은 자리네요.
안경환 : 그런 표현도 가능하죠.
박인규 : 국가인권위원회가 생긴 지 만 5년이 넘은 것으로 아는데,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인권상황이 좋아졌다고 보시는지, 좋아졌다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요?
안경환 : 항상 인권에 관심이 있고 인권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항상 전면적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인권향상에는 마침표가 없다는 말을 하거든요. 그런데 바깥쪽에서 이 문제를, 한국을 쳐다보면 5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인권신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세계사에 유례없을 정도로 과거 식민지국가로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정착을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성장 이런 부분은 널리 알려졌지만 인권신장 부분은 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면 특히 자유권 부분에서 놀라운 신장을 이룬 건 사실입니다. 자유권 문제는, 모두에 말씀하신 검사에 의한 인권침해 부분도 들어가 있죠. 그런데 아직까지 사회권 부분은 상당히 많이 OECD국가로서 뒤져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고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죠.
박인규 : 사회권이라면 흔히 말하는 복지라든가..
안경환 : 그렇습니다. 자유권 부분에서 큰 신장을 이뤘지만 국제적 기준을 볼 때는 일부 분야에서 조금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한국정부에 계속 지적한 부분이 있거든요. 가령, 양심적 병역거부를 왜 인정 안 하느냐, 또 국가보안법 개정을 왜 안 하느냐, 그리고 정신병원 인권상황에 대한 지적도 있고. 변호사의 접견권 등 이런 부분이 있는데 많은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준을 볼 때는 조금 미흡하다고 볼 수 있죠.
박인규 : 그렇다고 해도 인권위원회가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차제에 인권위원회에서 진짜로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은 이런 거다.. 설명을 좀 해주시죠.
안경환 : 위원회에 진정되는 사연들이 많죠.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으니까 모든 인권침해나 어려움을 가져오면 된다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 우리 법상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많이 제한돼 있습니다. 크게 나누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국가기관에 의해서 받은, 공권력에 의한 침해. 그것도 최근 1년 이내에 일어난 일. 법에 그렇게 돼 있구요. 두 번째로는 국가가관을 포함해서 사적 부분에서도 크게 당한 차별. 예를 들면 성별 등 20개 정도 기준이 있는데 거기에 의한 차별을 저희들이 진정을 다룰 수 있습니다. 그 두 개가 가장 큰 내용입니다.
박인규 : 이제 100일 동안 업무를 보셨으니까 나름대로 파악하셨을 테고 과거 5년 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파악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이런 부분에 역점을 둬야겠다는 분야가 있으십니까?
안경환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자유권 부분에서 미진한 부분은 계속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저희들이 사회권 부분 신장을 위해서 특히 애써야 됩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 평등이념의 확대가 저희들의 주력사업 중 하납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적 발전과정을 보면 자유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난 뒤에 사회적인 문제가 등장하거든요. 사회권의 문제는 한 마디로 어떻게 하면 국가예산을 나누느냐 하는 복지의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까지 사회가 성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돼야 되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자유권과 사회권 문제가 거의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압축성장의 결과죠. 그래서 과거에는 인권문제로 생각 안 하던 문제가 많이 사회권 이름으로 등장해서 여러 가지 복잡하게 사회가 역동적으로 고민하고 발전하고 있는 중이죠. 저희들은 사회적 약자, 특히 소수자의 인권보호에 관심을 갖고 저희 10대 과제 중에 중점사업이 이쪽에 많이 담겨 있습니다.
박인규 : 올해 10대 과제를 소개해 주시죠.
안경환 : 예를 들면 계속 이어져 오던 것 중에서 새터민 사업.. 탈북자를 위한 것도 있고, 청소년 문제, 차별 관련된 문제제기. 그리고 아까 시설생활 하는 사람들. 예를 들면 사회복지시설, 요양 부분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박인규 : 자유권 관련 인권은 많이 개선됐지만 사회권 관련해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검찰이나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 JU라는 다단계 판매업체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면서 검사가 유리한 증언을 하면 봐주겠다는 등의 말을 해서 파문이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피해자가 직접 진정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안경환 : 예. 지금 접수가 돼 있는데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진정을 한 피해자 주장대로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저희 조사과정에서 밝혀질 겁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검찰 관련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저희도 아주 성의를 다해 꼼꼼히 조사해서 나중에 위원회 의결을 거쳐 사실여부를 알리겠습니다.
박인규 : 현재 검찰에서도 상당히 크게 감찰을 확대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인권위에서도 별도로 조사를 하시는 겁니까?
안경환 : 저희들은 상황을 봐서, 일단 검찰의 활동을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용의 진실여부가 아니고 수사 과정에서 과연 적법절차 위반이 있었느냐가 저희들의 관할사항입니다.
박인규 : 혹시 차제에 검찰뿐 아니라 경찰 포함해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측면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 같은 건 계획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경환 : 그건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저희 기관적으로는 국가기관에서 적절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혹시 수사에 너무 열의를 쏟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이렇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진정이 있는 경우에만. 나머지는 일반적 실태조사나 통계를 할 수 있죠.
박인규 : 저는 신문기자를 해서 그런지 어떤 범죄나 사건이 있을 경우 신문이나 방송에서 피의자나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어찌 보면 무분별하게 너무 일찍 보도해서 피해자나 피의자의 인권침해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반성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안경환 : 그건 신문이 스스로 자정해서 반성을 해야지요. 그 부분에서 불만을 가지고 혹시 법적으로 위반했다면 그건 관계기관에 가져가시고. 신문이나 방송이 공적 기능을 하지만 아직까지는 저희들의 관할권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벗어나 있습니다.
박인규 : 사회권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 최근에 한미FTA문제나 비정규직 법안 등이 있어서 집회들이 많은데 어떤 경우는 사전신고를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집시법 자체가 개악됐다는 불만도 많고... 이런 집회와 시위 부분에 대해서 진정이 들어오고 있거나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대책을 생각하십니까?
안경환 : 많이 들어왔죠. 저희들이 작년 말부터 시작해서 거기 관련된 집회 시위에 대해서 저희 입장을 밝힌 게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본질적 권리거든요. 왜냐, 인류 역사가 그걸 통해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발전해 왔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그건 다른 권리와 달리 가장 본질적인 권리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제약해선 안 되죠. 그래서 사전에 허가를 금지하는 건 기본적으로 용납이 안 됩니다. 다만 집회와 시위는 항상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다는 게 기본전제거든요. 그래서 평화적으로 안 하고 물리적 힘을 행사해서 사회질서를 교란한다면 그때는 제약할 수 있는 겁니다. 과거에 우리가 폭력시위를 많이 한다고 해서 사실 그것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집회 시위 부분에서 진정을 제기하는 쪽은 대체로 시위자들이 주로 합니다. 그럴 때 과거 관례에 의하면 진정인 측이 잘못 주문하지 않고 피진정인 측에 개선을 하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경찰에 대해서 뭘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부터는 진정인도 평화시위를 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사전집회불허는 대단히 위험하고 그래선 안 되는데 다만 평화시위가 정착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박인규 : 처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들어보니까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국가기관이 아닌 곳의 차별에 대해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걸 보면 인권위의 소관이 아닌 것 같은데 사회 일각에서는 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발언과 역할을 안 하느냐고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입장입니까?
안경환 : 저희가 표명했죠. 인권위 법에 의하면 저희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공권력에 의해 받는 침해에 대해서 진정을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측면을 볼 때 현실적으로 법리적으로 북한주민이 북한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법리상 저희의 관할권이 없다는 것이 법의 해석상 그렇고 국제법 기준도 그렇습니다. 그 부분만 관할권이 없기 때문에 못하는 거지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고 이미 탈북자... 새터민, 기타 납북자들 문제, 국군포로, 제 3국에 있는 탈북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이 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다면 그런 정도는 저희들이 관심을 갖고 하겠다고 이미 발표했습니다.
박인규 : 또 일부에서는, 당장 북한인권에 대해서 입장표명을 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알아둬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정보활동도 안 하냐고 합니다.
안경환 :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5차례 이상 자료로서 발표를 했습니다. 지금 나와 있는 것도 많고 지속적으로 할 것입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중에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를 인정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상당히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주제인데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가 있다고 보는 거죠?
안경환 : 그건 국제기준에 맞추자면 그렇게 해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이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국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여서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안경환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희 국가인권위원회의 업무 중에서 중요한 것이, 국내법이 국제인권법에 맞도록, 합치되도록 일을 하는 것이 위원회 법상 내용입니다. 그런데 국제인권법이라는 게 유엔의 권고사항이거든요. 그래서 일부 혹시 저희들이 한 권고 내용이 양심적 병역거부 ... 이게 사실 대체복무거든요. 군대 가는 사람의 비양심이 절대 아니구요.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한 것도 그것이 남용된 것 때문에, 또 그 법 없이 다른 법을 가지고도 국가보안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세계적인 대체의 기준입니다. 그런 거지 국가보안법이 절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저희 인권위 입장은 국내법을 국제법에 맞도록 하는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는 저희가 갖고 있는 일관된 입장입니다.
박인규 : 인권위의 역할은 그런 것에 대해서 조사를 해서 해당기관에 권고를 하는 건데, 그 권고를 해당 기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권고를 했을 때 수용되는 비율이 어느 정도입니까?
안경환 : 지금까지 작년 12월 기준으로 볼 때 진정 접수가 22000건 정도였는데 그 중에서 저희들이 권고한 게 790건 정도였습니다. 전체적으로 4% 정도인데 이 4%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 85%였습니다. 결코 낮은 게 아닙니다. 다만 4%라는 부분... 숫자가 작은 것은, 이건 저희 위원회가 조사할 수 없는 내용을 가져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10건 중 1건 정도가 저희가 할 수 있는 거고, 그 중에서 권고하기 때문에 권고한 것 중에서 85%가 수용된 겁니다. 모든 사안이 다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머지 부분에서는.... 국가기관에서 정식으로 수용 못하겠다고 하는 건 많지 않고 다만 현실적으로 입장이.. 너무 빠르다거나 더 연구한다거나 그런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박인규 : 85%면 분명히 많은 수치인데 일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나 사전집회 금지나 양심적 병역거부 등이 상당히 논란이 되는 사안이다 보니 이런 것들은 안 받아들이는 거 아니냐, 문제가 많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경환 : 말씀하신 내용들은 저희 위원회 입장이기도 하지만 이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평가하는 데에 상당히 나쁘게 작용하는 요소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인권이 많이 개선됐는데 법상 남아있는 장애물이 있다는 거죠.
박인규 : 앞으로도 계속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장이나 생각을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안경환 : 아마 저희들이 좀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면 문제를 제기해서, 저희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떻게 볼 때는 시민사회나 국민이 제기한 문제를 받아서 해결해 줘야 되는데, 정부기관 내에서 저희는 문제를 또 제기해서 해결하는 이중적 역할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다른 정부 부처와 상시협의도 하고 정서적 공감도 갖고 정책적 협의도 해서 그런 부분을 높여 나가서 국가기관 전체에서의 화합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약간은 도발적인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아마 북한인권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하는 일이 대체 뭐가 있냐. 일부 인권위의 일부 직원들이 약간 좀 문제 있다. 그래서 차라리 국가인권위원회가 없어져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일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경환 : 어느 국가기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대통령제를 없애겠다는 생각을 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권은 그야말로 보편적인 가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이 직접적으로 권장해서 나선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점점 세계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늘어나는 추세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는 이 부분은 저희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잘못된 점에 대한 비판은 따끔하게 수용하겠지만, 그러나 이 자체가 없어진다는 건 아마도 한국 국민으로서는 불행한 일이겠죠.
박인규 : 대선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게 되면 국가인권위원회의 간판이 북한인권위원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대선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안경환 : 안 미치죠. 미칠 수가 없고 미쳐서도 안 되죠. 혹시 일부에서는 인권위원회 활동을 어떤 정치적 입장을 기준으로 볼지도 모르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념적으로 보수도 진보도 좌도 우도 아니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특정 정권의 연장 또는 교체와는 아무 관계없이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때문에 이건 전혀 영향을 받을 수 없죠. 받아서 안 되고.
박인규 : 그렇긴 하지만 전임 위원장께서도 갑자기 사임하셨고, 일각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내부에 계신 분들 사이에 입장이 다른 분들 간에 갈등이 좀 큰 것 같다는 관측도 있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안경환 : 저도 언론을 통해서 그런 부분을 접하고... 그런데 와 보니까 좀 과장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슨 공직이나 자기 개인사정으로 근무를 못 할 수가 있겠죠. 그리고 저희들은 위원회 구성 자체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다양한 기관에 추천돼서 오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하나의 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토론하는 과정에서 자기 의견들을 많이 개진하고 그 토론 과정에서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죠. 민주주의라는 게 원래 다양한 의견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토론을 통해서 공동의 최선의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 아니겠습니까?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하나의 실험장이죠. 전혀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견이 있다는 건 오히려 건강한 토론이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서울대 법대학장 하시면서 처음으로 여성을 교수로 임명하셔서 화제가 됐는데. 뒤늦은 얘기긴 하지만 1급 시각장애인을 법대에 입학시키기도 하셨고 나름대로 파격적인 시도를 하셨어요.
안경환 : 예. 그때는 이미 시대가 차별하지 않도록 돼 있는데, 과거의 관행이나 특별한 의식 없이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최초로 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제가 안 했더라도 언젠가는 될 문제였고 제가 조금 먼저, 때가 돼서 했을 뿐입니다.
박인규 : 안경환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장 되셨을 때 프로필을 보니까 거의 모든 신문에 칼럼을 쓰셨더라구요. 문학을 원용해서 법을 설명하신 글이 많다, 상당히 문학에 조예가 깊으시다고 했는데... 대개 우리 사회에서는 법학과 문학이 상당히 거리가 먼 것으로 아는데 문학과 법학이 관련이 많이 있습니까?
안경환 :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학의 대체기능이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의 이름으로 해서 제기하는 거거든요. 그러면 법은 그런 문제를 받아서 해결해 주는 겁니다. 제가 잘 인용하는 김현의 얘길 들으면, 우리는 왜 문학을 하는가, 이 세상이 과연 살 만한 세상인가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럼 법이 왜 있는가, 이 세상을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거든요. 법이나 인간이나 다 인간생활의 갈등을 다룬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별로 다른 게 아닌데 우리 사회에 그만큼 법과 문학의 괴리가 있었던 것은 총체적인 발전이나 지성의 체계에 약점이 있고, 법이 너무 군림하는 쪽이라는 생각 때문에.. 저는 가능하면 그걸 좀 무너뜨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겁니다.
박인규 :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법과 문학이 대화를 많이 해야 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제 한 100일 지났고 앞으로 가실 길이 많이 남았는데, 제가 혹시 질문하지 못한 것이 있다든가, 차제에 청취자들에게 인권위가 어떤 일을 하겠다.. 그런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경환 : 아까 처음 시작 때 말씀대로 인권은 국제적인 기준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를 정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납니다. 제가 얼마 전에 OECD관련해서 회의를 하고 왔는데 저희들이 이제는 국내문제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고 한국 인권의 신장 등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전체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쪽으로 국민들이 많이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인규 : 처음에 말씀하셨지만 인권에 자유권과 사회권이 있다면 억압으로부터의 자유가 자유권이라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사회권인 것 같아요. 인권위에서 우리 사회의 사회적적 인권이 향상되는 데에 많이 기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안경환 :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가인원위원회 안경환 위원장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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