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8일 북미 양국이 지난달 베를린에서 양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기단계의 조치에 대체로 합의하고 각서에 서명까지 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이날 보도에 대해 "차기 회담을 위한 유용한 대화를 나눴을 뿐 무엇인가에 서명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6자회담 미국 대표단의 숙소인 베이징 세인트레지스호텔(國際俱樂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6자회담 기본 협의틀은 있는 듯
아사히신문은 이날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를린에서 서명한 각서에는 수주 내에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정지 등을 이행하고, 그 대가로 대북 에너지 및 인도적 지원을 동시에 개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양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각서에 담긴 북한의 구체적인 이행 조치는 △영변 흑연감속로(5㎿) 정지 △2002년 12월에 추방됐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현장 복귀 등이고, 이에 미국은 에너지 및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되어 있으나 지원의 양과 종류 등 세부사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신문은 각서에 원자로 정지와 에너지 지원 개시 시한이 설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 정부가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중단된 쌀·비료 지원 재개를 검토하고 있으나 북한은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각서 교환 자체를 부정했으나,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각서 내용은 이번 6자회담의 기본 쟁점과 협의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회담 가속화 위한 조치 취할 듯
한편 8일부터 시작되는 6자회담을 위해 각국 대표단이 베이징에 속속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김계관 부상 등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이하 현지시간)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각국 대표단이 모두 도착하는 대로 이날 오후 3시께 수석대표회의를 시작으로 개막식과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 계획이다. 중국은 특히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양자접촉을 적극 추진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회담 첫날부터 공동성명 형태의 합의문을 회람시킬 것이라는 전언도 있다. 논의의 확산을 막고 쟁점을 선명히 함으로써 협의를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을 제외한 각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부터 양자회동에 들어갔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께 일본측과 양자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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