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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의 인수ㆍ합병, 보다 활성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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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벤처기업의 인수ㆍ합병, 보다 활성화돼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07] 벤처기업협회 조현정 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IMF 외환위기로 국가경제가 심하게 휘청거렸던 1998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줬던 주역이 있습니다. 바로 벤처기업입니다. 그 당시 '벤처만이 희망'이라는 말과 함께.. 김대중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엄청난 벤처 붐이 일었는데요. 출범 10년을 맞는 벤처 기업이 연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한때 일부 벤처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와 정경유착 의혹 등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제 벤처업계는 그동안 시련을 이기고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벤처기업협회장 조현정 회장을 초대해 벤처 10년의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벤처기업의 발전 전망과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벤처기업협회 조현정 회장입니다! 조현정 회장은 1957년 경남 김해 출생으로.. 85년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졸업 전인 83년, 의료 솔루션 업체인 비트컴퓨터를 설립해.. 2005년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현재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 한국소프트웨어 산업협회 부회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이달 말에 벤처기업협회 회장 임기가 끝나시는 걸로 압니다. 보통 임기가 끝나게 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데 조 회장 같은 경우는 어떻습니까? 지난 2년간의 활동을 자평하신다면..

조현정 : 벤처기업협회를 만든 건 95년도 12월입니다. 그 당시 소위 벤처 1세대라고 불리는 13명이 만든 단체인데 그 당시 산업구조가 노동집약형에 가까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를 지식정보사회로 앞당겨 볼까 하는 욕심에서 벤처기업협회를 만들었는데요, 2000년 초에 벤처버블이 생겼고 2001,2002년도에는 벤처 하면 사기꾼이라는 식으로 심각한 비난을 받기 시작했죠. 그리고 2003, 2004년도에 와서는 무관심임입니다. 아예 관심 자체가 없으니까, 우리가 괜히 단체를 만들어서 희생을 너무 지나치게 했나 하는 후회도 많이 했지만, 그러다가 제가 협회장을 맡은 게 2005년도인데... 그러다가 어떻게든 벤처는 재도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원년을 선언하고 활동해 왔는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벤처기업으로 확인돼 있는 수나 전체 매출이 100조가 넘는다든가, 모든 통계지수가 아주 최고의 시점에 떠나게 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협회를 만들 때 이 정도 목표치를 정했는데 거의달성하고 떠나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우리 1세대에 대한 자랑도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벤처기업협회의 지난 12년간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해 주시면서 정상화로 돌아오고 상승기에 떠나게 돼서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2000년도 벤처버블, 벤처거품을 말씀하셨어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벤처기업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게 98년이라고 하죠. 벤처 원년이라고도 하는데,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던 해인데 그 해가 벤처 원년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조현정 : 따져보면 벤처기업협회는 95년, 코스닥이 96년도에 만들어졌고. 특별법이 97년도에 만들어졌습니다. 코스닥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한 주 가지고 상한가도 되고 하한가도 될 만큼 거래량이 초기에는 없었어요. 그만큼 관심이 작았어요. 그리고 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 이 특별법은 따져 보면 지식정보사회를 어떻게 앞당길까 하는 모델을 그 법 속에 담아뒀거든요. 그러고 IMF가 터졌고, 터진 후에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서 사회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벤처기업만은 달랐죠. 여러 가지 성과가 뛰어나게 나타나고 하니까, 그 다음에 DJ정부가 들어서고 적어도 다른 산업보다는 한국의 산업이 이런 구조로 가야 된다고 해서 정부가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이 1차 붐이 일어난 계기가 됐을 겁니다.

박인규 : 지금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에서 벤처기업의 비중이나 비율은 어떻게 됩니까? 예를 들어 전체 기업 중 몇 퍼센트가 벤처기업이고 경제성장이나 수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조현정 : 지금 전체 중소기업 수는 3백만 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상공인을 빼고 기업형 중소기업을 한 30만 개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벤처기업 수가 12200개 정도 되니까 전체의 한 4%로 보고, GDP에 기여하는 건 약 4% 정도까지 도달했습니다.

박인규 : 오히려 수출에 상당히 많이 기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조현정 : 아직 2006년 통계를 접하진 못했고 2005년도 통계로 하면, IT 벤처수출에만 103억불 정도 될 만큼 많이 성장하고 있죠.

박인규 : 작년 벤처기업의 연매출이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는데 100조원이 갖는 의미는... 100조원이란느 건 아까 말씀하신 12000개의 벤처업계의 매출을 다 합친 겁니까?

조현정 : 정확하게 따지면 120조 정도 됩니다. 12200개라는 벤처기업은 중소기업이면서 벤처로 확인된 기업 수가 그렇다는 거고, 그 기업의 토탈 매출이 100조 정도 됩니다. 해마다 실태조사를 통해서 숫자가 나오고. 그리고 더 이상 중소기업의 규모를 벗어난 벤처기업의 숫자가 또 따로 있거든요. 예를 들면 벤처 1000억 클럽을 제가 작년에 따로 만들어 봤는데요, 2005년도 매출이 1000억인 회사가 78개 있습니다. 그 회사들의 토탈 매출이 13초 8천억으로 별도로 있고. 또 중소기업의 범위는 700억 이상을 넘으면 중소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700억에서 1000억 사이인 매출이 있기 때문에 이걸 다 따져보면 120조 정도 되는 규모로 성장했죠.

박인규 : 벤처기업이라고 해도 규모에서는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조현정 : 그렇습니다. 한때는 제가 회장을 맡으니까 비트가 벤처냐라는 질문을 합니다. 왜 아니라고 이해하시나고 했더니, 규모가 아니라는 거죠. 미국에는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는 곳들뿐만 아니라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도 다 벤처로 분류되고 있다. 벤처는 창업벤처, 성장벤처, 스타벤처 이 세 그룹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는 벤처라는 것 작고 어렵게 시작하는 작은 회사만 생각하시는데 성공한 기업까지 다 망라하셔야 맞습니다.

박인규 : 최근 들어서는, 자리를 잡은 벤처대기업 중에서도 도산하는 사태가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팬택이나 VK, mp3의 선두주자였던 레인콤은 도산까지는 아니지만 위험하다고 하고. 대표적 기업처럼 자리를 잡은 줄 알았는데 무너지는 경우는 왜 생기는지.. 어떻게 보십니까?

조현정 : 벤처회사가 사실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승부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바잉파워를 통해서 부품값이 아무래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자본력이나 세계 0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거고. 그런데 결국은 그런 기업들이 대기업과 승부하기보다는 상생하는 모델을 찾아야 되는데 그 중 제일 좋은 모델이 M&A입니다. 한국은 대기업이 벤처를 인수하는 걸 탐탁치 않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방법이 한국의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또 하나의 모델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저희가 지난주에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을 모셨습니다. 그분이 최근에 벤처 투자가로 나섰는데, 그분의 주장은 우리는 고만고만한 작은 벤처기업이 많은 반면에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굵직한 기업이 없다. 승자를 제대로 가려야 하는데 그걸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인수합병이 활성화 돼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진 전 장관의 의견과 같은 의견이신가요?

조현정 :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 한국 벤처의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가 창업을 하면 꼭 코스닥에 상장되는 것까지가 목표인 것 같아요. 사실 미국을 보면 상장되는 것보다 M&A되는 시장의 규모가 10배 내지 12배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에 대한 관심이 작은 거죠. 적어도 우리 산업이 커지려면 투사이클로 가야 됩니다. 창업을 해서 M&A까지 한 사이클이고, 상장돼 잇는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나 성장아이템을 찾아가려면 자체적으로 R&D 하는 것보다는 이미 검증받은 시장엣 M&A할 정도 수준이 되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훨씬 더 빠른 성장으로 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창업에서 M&A, M&A에서 성장모델을 찾는 식으로 투사이클로 가야 한국의 벤처가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M&A가 제대로 활성화가 안 되는 건 법적인 규제 때문입니까?

조현정 : 국민정서상 문제가 있습니다. 잡아먹고 먹힌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있구요. 법적인 문제도 보면 주식을 두 회사가 합병했을 때 소합의 주식을 아직도 현금화 시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게 하는 부분, 이런 것들 등 다 미진한 부분을 갖고 있죠.

박인규 : 이른바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인가요? 벤처기업 특별법이 나와서, 10년짜리 한시법인데 올해 만료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때는 벤처를 특별히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 지나친 특혜라는 주장도 있고 최근에는 일부 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은데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벤처특별법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십니까?

조현정 : 이 법을 만든 건 1997년 봄입니다. 당시 97년도에 저희들이 이 법을 통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적어도 한국의 벤처가 미국의 시장구조처럼 맡겨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 미국의 벤처 역사는 HP*(휴렛팩커드)의 역사부터 시작됩니다. 1938년이면 97년 기준으로 따지면 60년 역사를 갖고 있고. 그리고 나스닥은 71년도에 만들어졌으니까 25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시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검증받은 분야, 산업이 벤처인데 우리가 미국처럼 시장에 맡겨 놨다가는 너무나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어떻게든 압축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대치 때문에 이 특별법을 만든 겁니다. 그로 인해서 지난 10년 동안.. 9ㄴ년이 지났습니다만 초창기에 법을 만들 당시 벤처기업의 전체 매출이 3조가 안 됐습니다. 지금은 120조 정도까지 성장돼 있고. 또 고용성장률도 보면 최근 5년 동안 대기업은 0.3% 증가했습니다. 중소기업은 17.3%, 그런데 벤처기업은 45.7%입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많은 벤처기업이 인력이 부족하다고 야단할 만큼 고용창출능력이 크고. 또 우리 경제의 구조상 보면 중견기업화가 어렵지 않습니까. 이 중견기업으로 갈 수 있는 아주 토대가 될 수 있는 법을 벤처특별법이 담고 있기 때문에.. 이게 아쉽게도 일몰화 돼 있는 법입니다. 2007년에 클로즈 하게 돼 있죠. 놔 두면 없어지게 돼 있는데, 이 시점에 대한민국 벤처특별법이 없을 때 올 수 있는 혼란이나 많은 이공계 대학생부터 시작해서 창업을 통해 꿈을 키우려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뭉개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은 꼭 연장돼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박인규 : 꼭 연장되는 건 물론이고 조회장이나 벤처기업협회에서 보시기에 연장되는 김에 이런 부분은 좀 고쳤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은 혹시 없습니까?

조현정 : 왜 없겠습니까. 사실은 지난 9년 동안 이 특별법을 부분적으로 시기에 맞게끔 많이 고쳐 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왜 정부가 벤처기업을 직접 지정하고 직접 지원하느냐에 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시장에서 평가하고 시장이 지정하는 구조로 바꾸는 등 굉장히 많이 고쳐 왔거든요. M&A가 어떤 식이든 통과돼야 하는데, 사실 M&A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한 지가 5,6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제대로 원하는 수준에 미달돼 있고. 그러다 보니 아예 이걸 특별법 속에 넣어서 가자는 게 있고, 일부 생각은 M&A법을 별도법으로 하더라도 그건 통과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분리해서 가도 된다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박인규 : 아무래도 벤처업계 입장에서는 M&A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없애고 가급적 M&A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게 좋겠다.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도 질문해 보고 싶은데,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게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심사가 너무 느슨해서 상장하는 순간부터 부실해진다는 얘기가 있어요. 이 코스닥 시장이라는 게 벤처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조현정 : 사실 최근에 저희 벤처기업들이 요청한 사항 중 하나가, 코스닥에 한해서는 다산다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느슨하다고 해서 문제된다고 하는데.... 많이 들어가고 많이 빠져나가도록 하고자 하는 겁니다. 결국 시장이 평가하게 하는 거지 진입장벽에 붙어서 너는 되고 안 되고의 부분을 너무 강화시키지 말자. 오히려 저희들은 진입장벽을 완화시키자

박인규 : 들어가는 것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퇴출이 쉬워야 한다.

조현정 : 퇴출도 진입도 쉽고, 그래서 저희가 다산다사를 원하고 있고. 그리고 코스닥이 처음 시작됐을 때 지수가 지금 기준으로 하면 1000이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한 주 두 주 가지고 상한가 하한가를 치는 초창기가 있었는가 하면, 98년도쯤 돼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2000년 3월에 코스닥 지수가 정말 지나친 버블이 생겼죠. 그 지수가 2000년 3월에 한때 2923까지 올라갔습니다. 물론 전 세계 시장에서 비슷한 동반성장이 있긴 했지만 한국이 조금 심했었죠. 그러다가 거품이라는 표현 때문에 몇 가지 4대 게이트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2000년 12월에 525까지 폭락해 버립니다. 그러다가 지수가 2001년 6월에 790까지 약간 올라가는 둥 하더니 2003, 2004년도에 340까지 떨어져 버립니다. 그랬다가 최근에 활성화 정책을 통해서 710, 지금은 600 언더로 있습니다만 그래도 많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져야 하고 희망의 지수는 코스닥에서 나오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나라가 벤처산업의 큰 도약을 통하고 국가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수는 1000 이상으로 유지돼야 합니다. 이것이 저희들이 갖고 있는 아쉬움이죠.

박인규 :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2년 하시고 이달 말이면 퇴임하셔서 본업에 돌아가시게 되는데, 이른바 벤처 원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벤처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 벤처기업협회든 정부든, 앞으로 이런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조현정 :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창업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창업이 이뤄지는 기술이 5년, 10년 후에 신성장동력까지 확대될지 모르는 거죠. 사실 벤처기업의 분류상 보면, 새로운 기술을 갖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인데... 다른 표현을 하자면 어찌 보면 10년 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기술이, 제품이 지금 상용화 되고 대중화 되는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이 벤처기업이 주로 추구하는 기술들인데, 창업이 이뤄져서 그런 기업들이 결국 향후 10년, 20년 후에 국가의 먹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고. 또 결국 벤처로 성공하게 되면 성공사례가, 많은 후배들이.. 특히 이공계지원하려는 사람들에게까지 희망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이 시점에 이공계 기피가 심각한데 이런 현상을 선호현상으로 바꾸려면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몇십조억원이 들어가고도 어찌 보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 보면 99학년도와 2000학년도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가 의과대학보다 커트라인이 높았습니다. 확실한 이공계 선호현상을 우리가 경험한 바 있죠. 그걸 보게 되면 국가적 드라이브 정책을 편 게 아니라 단 한 가지.. 벤처가 잘 되니까. 그런 것들이, 어쩌면 국가가 앞장서서 소위 무리들을 끌고 다니면서 좀 신화를 만들어 주는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박인규 :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질문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말씀 나눠볼까 합니다. 요즘은 대학생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만 80년대 초반에 이미 대학생 신분으로 회사를 만드셨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됐는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조현정 : 컴퓨터 중에 퍼스컴이라고도 표현했던 PC라는 것을 79년부터 손을 댔습니다. 학교에 PC가 두 대 있었는데 교수님도 관심 없어 하시더라구요. 한글도 안 되고. 그때 저는 거기다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러고 어느 누구보다 PC에 빨리 손을 댔고 잘 다뤘죠. 그리고 군대를 갔다 오고 83년에 창업했는데 그로부터 시작해서 24년차가 될 만큼 아주 오래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듣기로는 비트컴퓨터의 사내 서류에는 사장 결재란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나름의 회사운영철학이십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조현정 : 벤처는 신기술이 생활화 돼야 한다고 저는 이해했고, 따라서 조직도 그런 식으로 구조화 돼야 하는데... 예를 들면 유연성, 스피드 경영이라든가 직원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런 것들이 결집돼 있는데요. 사실 구매담당 팀장이 1안, 2안을 만들어 오는 경우는 CEO가 사심이 없다면 대체로 1안이 옳을 겁니다. 2안도 사심이 있느냐, 친구냐, 도와줄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요, 그냥 2안도 만들지 말고 2안은 검토는 하되 1안으로 선택하라는 거죠. 그런 것들이 있었고, 어찌 보면 회사가 스피드 경영을 했구요. 만약 그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 회사가 없어졌겠죠.

박인규 : 조현정 회장께서는 북한도 자주 다녀오셨고 IT지원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소개를 좀 해 주시죠.

조현정 : 사실 이 시대 우리가 고민해야 될 것은, 언젠가 통일이 될 거고 통일비용을 줄이는 걸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과거 독일이 통일될 때와 다르게 디지털 격차에 따른 새로운 비용 항목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2001년도 1월에 북한을 처음 방문하게 됐는데 북한 정부에서 인민대학이라는 곳에서 IT전문가, 교수,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요청받고 방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때 가면서 여러 가지 북한의 IT실상을 많이 파악하게 됐고, 그러면서 2차 방문이 6월에 있었는데 갔을 때 남북간 IT용어가 차이가 있더라구요. 왜인가 했더니 일본 책을 본다는 겁니다. 일본책을 보고 일본 발음을 하는 거죠. 우리 책을 보면 우리 발음을 할 수 있을 것인데, 과연 북한이 우리 책을 받을가 하는 의심이 있었지만 제가 강력하게 받아야 되는 이유를 설명했고 북한 정부에서 그것도 합의해 줬어요. 그래서 작년 5월에는 책을 3만권을 모아서 전달하고 왔습니다. 최근에 방북한 사람 얘기를 들어 보니까 이미 공대라든가 곳곳에 책이 비치돼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책들이 결국은 우리가 북한 남한 간의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그런 역할을 제가 계속 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북한에 IT지원을 많이 하시는데 북한의 IT기술은 우리와 차이가 많이 납니까?

조현정 :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구요. 북한이 만들고 있는 여러 가지를 보여줘서 보긴 했는데, 정말 왜 너희들이 이렇게 IT에 관심이 있느냐라고 했더니 위원장의 관심사고 과학기술이지 않느냐,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IT는 과학기술적 시각에서 보지 말고 시장시각에서 봐야 한다. 결국 만들긴 했는데 팔리지 않는 것은 인정 못 받는 기술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한에서 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기술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팔릴 만한 게 없다는 거죠. 이 부분이 우리가 도움을 많이 줘야 할 부분입니다.

박인규 : 남북간의 경협이 앞으로 상당히 남북화해에 역할을 할 거라는 전망이 많은데 지금 단계에서 남북간에 IT기술을 가지고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까?

조현정 :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가, IT인력이 부족하죠. 그리고 기술자가 부족하고. 북한은,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분야의 기술자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건비가 쌀 것 같고, 그런 것들이 협력이 된다면 우리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지속적으로 IT강국이 될 건가'에 대한 부분적인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박인규 : 비트컴퓨터를 이미 24년째 운영해 오시고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서 2년 간 끌어오시고, 3월달부터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실 것 같은데, 벤처기업인으로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조현정 : 11년 동안 활동해 보면서 이제는 초창기와 다르게 정책은 많이 다듬어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쉽게 쉽게 월드베스트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협회가 나서지 않아도 금융권이나 정치권, 정부에서도 벤처 생태에 관련된 법을 스스로 만드는 수준까지 됐습니다. 그리고 자금도 보면 각종 펀드가 많아졌고, 전에는 융자 아니면 절대로 기업들에게 돈이 지원되지 않았던 것이 요즘은 기술이 명확하고 시장성만 있다면 투자자금도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해결 안 되는 단 하나가 있어요. 인력입니다. 기업마다 사람이 모자란다는 거죠. 저는 회사는 23년 이 넘었지만 17년 동안 고급 IT인력을 양성해 봤습니다. 대학이 140학점이고 한 학기가 16주지만 축제 빼고 나면 14주. 1960시간. 요즘 학부제가 되다 보니 그게 전공필수선택의 3분의 1밖에 안 됩니다. 한 700시간 정도 교육을 마치고 오는데, 그걸 마친 사람을 데려다가 추가로 1700시간 교육시킵니다. 그렇게 교육을 시키니까 당연히 지식이 높고 기술이 고급화 되다 보니 아주 선호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17년 동안 제가 7400명을 키워 봤는데 이 친구들 취업률이 100%입니다. 그건 그만한 수요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 수요를 우리가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이 산업에 어려움이 있는데 적어도 우리 산업이 잘 되려면 한 번은 인력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해야 하는데요, 저는 적어도 앞으로 한 10년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한번 지원해 줄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IT 고급인력 양성. 조금 있으면 비트대학 같은 것도 나올 수 있겠네요

조현정 :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는 것 같구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겠습니다.

박인규 : 이미 비트컴퓨터라는 벤처기업을 24년째 해 오셨기 때문에 뿌리 깊은 나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동안 벤처업계에서 쌓아 오신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우리나라 IT기술 발전에 많은 역할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비트 컴퓨터 조현정 회장과 함께 벤처 10년의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벤처기업의 발전 전망과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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