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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에서 히틀러처럼 망하려나"

3개 전선에서 적에게 둘러싸인 '사면초가'

이라크 내 종파 간 유혈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새 전략이 조만간 실행될 전망이다.

<BBC>는 5일 각 무장단체의 주요 거점을 파괴하고 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무력 진압을 앞두고 미군-이라크 정부군 연합군 수천 명이 바그다드에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민간인 135명이 사망한 지난 주말 최악의 폭탄테러는 이들의 작전개시를 앞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을 보인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전략은 이라크 혼란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이라크 주둔 미군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모두와 싸우는' 전략은 '모두에 지는' 전략에 가깝다는 것이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부시, 수니파에 이어 시아파도 '공격'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던 당시 주적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수니파 무장세력 알카에다였다. 그리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을 알카에다 연루 세력으로 지목함으로써 수니파 전체를 적으로 돌렸다. 이처럼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고 누리 알 말리키 정권을 세울 당시만 해도 미국은 시아파를 지원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달 신년 국정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극단주의자들과 알카에다의 원조를 받는 수니파 무장 세력과 예전 정권(후세인 정권)의 잔당들과 전쟁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라크 '새 전략'의 표적에 시아파 무장단체 메흐디 민병대가 포함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라크 지도자들은 연합군이 치안확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제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시아파 무장단체인 메흐디 민병대를 이라크 내 '새 표적'으로 지목했다. ⓒ로이터=뉴시스

지난 해 말리키 정권과 메흐디 민병대는 협정을 맺어 민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시아파 사드르 지역에는 미군의 진입을 금지토록 해 뒀다. 협정 덕분에 알카에다를 향한 미군의 공격이 빗발칠 때에도 사드르 지역은 안정을 지킬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말리키 정권에 이 협정의 파기를 압박함으로써 메흐디 민병대를 공격권에 두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우군' 없는 전쟁은 필패?

부시 대통령이 수니파 전체에 이어 시아파까지 적으로 돌리고 나선 데에는 시아파인 이란을 의식한 측면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31일자 <아시아타임스>는 "부시 행정부의 새 전략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병력을 활용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각료들이 최근 들어 자신들이 세워놓은 말리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잦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알카에다와 후세인 등 수니파 세력을 제압하고 보니 시아파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져 미국이 직접 시아파 공격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라크 내 미군은 3개의 다른 전선에 서게 됐고 믿을 만한 동맹 세력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기껏해야 소수민족으로 분류되는 쿠르드 족 정도가 미국 편으로 남았을 뿐이다.

이에 이라크 전문가인 더그라스 맥그레고르 전 대령은 "부시의 새 전략은 '모두와 싸우는 전쟁(war against all)'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히틀러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군 없이 모든 적대 세력과 모두 맞서 싸우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계획은 마치 소련군과 연합군을 동시에 섬멸하겠다고 나섰다가 2차대전에서 패하고 만 히틀러의 전술과 유사하다는 설명이었다.

맥그레고르 전 대령은 1991년 걸프전 당시 후세인의 공화국 수비대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전략가로 꼽힌다.

메흐디 민병대, 전력 최고조

최근 들어 메흐디 민병대의 전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점도 부시 대통령의 계획이 위태로워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CNN> 바그다드 특파원 마이클 웨어는 "메흐디 민병대는 단순한 군대가 아니라 하나의 '운동(movement)'이 됐다"며, 이를 이끌고 있는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병 밖으로 나온 지니"라고 평가했다.
▲ 메흐디 민병대는 지난 40여 년간 억압의 세월을 살았던 시아파 주민들의 구심점으로 그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사진은 메흐디 민병대를 이끄는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초상화를 들고 기도하는 이라크 시아파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40여 년간 수니파 정권 아래에서 피폐한 삶을 살아 왔던 시아파 주민들이 메흐디 민병대를 구심점으로 삼아 세력화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메흐디 민병대가 이처럼 큰 조직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미국이 제공했다.

지난 2004년 미군은 이라크 내 시아파 집단 거주지인 나자프를 침공해 메흐디 민병대 2000여 명을 사살했다. 이에 분노한 시아파 주민들이 메흐디 민병대를 적극 지원하고 나서, 현재 메흐디 민병대는 2004년 보다 몸집이 몇 배 불어났고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민병대의 지도자를 넘어선 시아파의 지도자로 성장케 된 것이다.

이라크를 치려다 이란을 키운 '자승자박'의 시나리오가 이라크 내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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