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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이 마비되도록 쓰고 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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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른팔이 마비되도록 쓰고 또 썼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01] 대하역사소설 '대발해' 탈고한 작가 김홍신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흔히 베스트셀러는 '시대를 읽는 거울'이라고 하는데요. 1980년대 초 5공 군사독재정권하에서 . 우리 사회 암울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그리고 화끈한 해결법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줬던 소설, 인간시장...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의 저자 김홍신씨가 대하역사소설을 들고 다시 문단으로 돌아왔습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8년 간 의정활동 1위를 도맡아 하며 정치인으로도 숱한 화제를 낳았던 그가.. 발해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 집필을 최근 마무리 지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작가 김홍신씨를 초대해.. 정계를 떠난 이후의 생활과.. 발해사를 통해 그가 우리 시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작가 김홍신씨입니다. 김홍신씨는 1947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71년 건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76년 <현대문학>에 소설 '물살'로 등단했습니다. 인간시장 등 왕성한 집필활동과 함께 경실련 상임 상임집행위원을 거쳐 제15·16대 국회의원 등 활발한 정치사회활동도 펼쳤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해방영장> <인간시장> <바람바람바람>을 비롯해.. 소설집 <무죄증명> <수녀와 늑대>, 꽁트집 <도둑과 도둑님> 등 100 권이 있고 또, 한국소설문학상, 소설문학 작품상,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발해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을 최근 탈고했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축하드리구요.. 그런데 워낙 열심히 쓰시다가 팔에 마비가 와서 주사도 맞으셨다구요.

김홍신 : 예. 지금도 치료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오른팔을 잘 못 써서 머리 감을 때나 옷을 아래 위로 벗을 때 참 고생하고. 잘 때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다가 깜짝 놀라서 밤에 깨는 경우가 있는데, 몸을 이렇게 혹사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걸 크게 공부했습니다.

박인규 : 도대체 분량이 얼마나 되기에...

김홍신 : 200자 원고지 12000장인데, 그것을 쓰면서 손 마비가 손가락에서부터와요. 쭉 어깨를 타고 올라와서 등까지 가죠. 그러니까 아주 고통스러울 때 병원에 가면 깁스를 하자고 하는데 깁스를 하면 손으로 쓰는 거니까 방법이 없는데.. 의사 선생님이 '평생 고생하는데 그래도 좋습니까..' 해서 우선 주사를 맞으면 스테로이드제는 한 두 달 정도는 괜찮아요. 그런데 반드시 재발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운동선수들이 진통제 맞고 경기 나가는 거나 비슷한 거군요. 제가 지난주에 작가 최인호씨를 모셨는데 그분도 아직 펜으로 연필로 쓰신다고 하더라구요. 요즘 작가들이 컴퓨터로 쓰다 보니 기계 냄새가 난다.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김홍신씨께서도 펜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그런 겁니까?

김홍신 : 그런 것도 있고... 사실 컴퓨터를 잘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고. 또 하나는 최인호 선생하고 젊은 시절에 약속했어요. 이어령 선생이... 손으로만 쓴다고, 날아가는 상상, 나비나 벌처럼 날을 때 그걸 딱 잡을 수 있는 건 컴퓨터가 아니냐.. 그러니 그걸 써라 했는데, 인호형과 제가 뭐라고 했냐면 그때 둘이 약속하기를.... 80년대입니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손으로 쓰자. 그렇게 약속하고 서로 배반하지 말자고 했는데 둘이 아직까지는 배반을 안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칼의 노래 쓰신 김훈씨도 연필로 꾹꾹 눌러 쓰신다고 하더라구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홍신 : 그런 분들이 종종 있는데요 무엇이 좋다고 꼭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박인규 : 자기 스타일이랄까... 이번에 쓰신 책이 제목이 김홍신의 '대발해'.. 한두 마디로 요약은 안 되겠지만 어떤 내용입니까?

김홍신 : 발해는 고구려가 망하고 30년 후에 만들어진 나라인데, 고구려 후손들이 만들었는데 자꾸 우리의 역사가들마저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말갈이 세웠다고 생각하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일제 36년 11개월 16일 동안 통치를 받았는데 그 기간이 지나고 나서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 일본 사람이 아니고 한국인 아니었습니까. 우리 조선인들이었죠. 마찬가지로 30년 후 그 땅은 고구려인들이 살았으니까 말갈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중국이 그런 주장을 하는데, 그건 말하자면 중화사상에 물들었거나 모화선비들이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고 발해 역사를 우리 역사에서 지워버렸는데, 분명 장대하고 웅원한 우리의 역사입니다. 그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 땅은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까? 요즘은 백제 땅, 호남까지도 중국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학자들이.

박인규 : 근거가 뭐죠?

김홍신 : 나당 연합을 해서 백제를 자기들이 무너뜨리고 지배했다는 거죠.

박인규 : 안동도호부인가 그런 건가요?

김홍신 : 안동도호군은 고구려고, 그러니까 자기들이 지배를 했기 때문에 자기들 땅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역사적 증거를 갖고 하나하나 뒤집어 주는 작업을 한 겁니다.

박인규 : 최근에 KBS TV에서도 대조영이라는 드라마를 하고 다른 방송국에서도 주몽, 연개소문 등 고구려 관련된 드라마가 인기도 높다고 해요. 어떻게 보면 김홍신씨께서는 발해를 일찍부터 쓰시기 시작했는데 발해를 소재로 역사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김홍신 : 결정적인 계기는 법륜스님이라는 정신적 스승인.... 북한이나 중국을 자주 다니며 여러 가지 역사현실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 우문함을 보면서 안 되겠다. 저보고 국회의원 열 번 하는 것보다 우리 민족의 혼을 되살려 놓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작업 아니냐... 그러니까 차라리 국회의원 그만 두고 소설 쓰는 게 어떠냐. 이게 결정적 계기였습니다만 그 전부터 역사탐방 다니면서 제 피 속에서 영혼 속에서 들끓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역사를 재조명해서, 이 소설을 쓰면서 제가 느낀 건 제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이렇게 영광스럽구나 하는 걸 깨달았으니 고통스러웠지만 너무 큰 행복이었습니다.

박인규 : 집필을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입니까?

김홍신 : 구체적으로 집필을 시작한 건 햇수로 2년 됐습니다.

박인규 : 그럼 2005년부터인가요?

김홍신 :

박인규 : 그렇다면 2004년도에 세 번째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하시고 바로 준비에 들어가신 거네요?

김홍신 : 그때부터 자료를 준비하고 중국기행을 계속하면서 자료를 모았는데, 발해는 근거가 너무 없습니다. 발해 자체의 기록은 3대 문황제의 둘째 공주 정혜, 넷째 공주 정효 무덤에서 나온 비문 1500자 정도가 고작인데 그것도 역사적 근거는 별로 없어요. 왕이라고 부르지 않고 황제라고 불렀고 불교국가였다는 사실, 적어도 이 정도 외에는 다른 근거가 없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발해사를 원고지 12000장에 담으시려면 나름대로 근거랄지 역사적 사실이 필요할 텐데 상당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신 건가요?

김홍신 :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한국에 있는 연구기록들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적어도 역사서나 모든 참고자료 수백 권을 읽고 그 안에서 말하자면 꺼낸 건데요, 중국은 모든 중심을 자기 역사중심으로 씁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할 '위'자를 중국이 우리한테 보낸 것은 '하라'로 번역하고 우리가 보낸 건 '하옵소서'로 번역해요. 이 못된 버릇을 역사적 사실 하나하나 규명해서 전부 뒤집어 놨습니다. 뒤집었다는 게 억지로가 아니고 그럴 만한 근거를 제시한 거죠. 예를 들어서, 우리의 환인, 환웅 단군, 동이족을 다스렸다. 그 '이'자가 오랑캐 이자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이번 소설을 쓰면서 자료를 찾으니까 본래 오랑캐 이자가 아니고 군자를 뜻하는 이자에요. 큰 대자 속에 활 궁자가 들어가죠. 이건 활을 쏠 수 있는 사람, 곧 군자를 뜻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민족이 그렇게 군자였습니다. 이것을 전부 중국이 바꾼 거죠.

박인규 : 언론 보도를 보니까 이번 소설의 마무리가 상당히 비참하다고 할까 비극이라고 할까요. 발해 황제가 적군에 무릎을 꿇고 적군의 황제가 발해 황제한테 자기가 타던 말의 이름을 하사했다던데, 영광스러운 발해사가 비참하게 끝나는 것으로 맺게 된 의도가 있으십니까?

김홍신 : 그렇습니다. 왜냐 하면 한 나라가 망할 때...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뿐 아니고 그 전에 다른 나라들, 중국 당나라나 이런 나라들 망할 때 멸망사를 연구해 봤는데 특징이 뭐냐... 첫째가 내부갈등, 두 번째가 지도층의 불호사와 불공평 불공정한 세상. 세 번째가 지도자의 혼함함. 지도자가 어리석고 못나서 사리에 어두운 것을 혼함함이라고 합니다. 네 번째가 민심이반, 다섯 번째가 외침인데, 옛날에는 창검이고 근래에는 총칼이고 지금 현대에는 경제, 과학, 기술 이런 것들이거든요. 이미 IMF때 우리는 한 번 망했습니다. 패망했거든요 전쟁에서. 그런 과정을 쭉 보면서, 처절하게 망하는 모습을 통해서 다시는 대한민국이나 우리 한민족이 망해선 안 되는구나 하는 걸 뼈저린 교훈으로 남겨주기 위해서 마지막장을 처절한 비극으로 처리했습니다.

박인규 : 자기반성을 위한 의도적인 비극적 결말이라고 하셨는데

김홍신 : 그런데다가 야율아보기가 실제로, 그와 그 부인이 우리 황제와 황후를 무릎 꿇려 놓고 자기가 말 '아르고', 부인이 탄 말 '오르고'. 이 말 이름을 사람 이름으로 하사를 했습니다. 사람을 짐승 취급한 거 아닙니까. 이 비극을 우리가 정말로 되새겨야만 합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중에 외침. 나라가 위험해질 때의 증상을 강력히 경고하기 위해서 그런 결말을 쓰셨다고 했는데, 지도층의 호사, 부정부패.. 혹시 그게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 상황에 대한 일종의 비유랄까 그런 것도 포함하고 있나요?

김홍신 : 상당히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래서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이, 이 다섯 가지 멸망의 원인을 우리가 지금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 속에 우리가 지금 빨려 들어가고 있으니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제대로 정신 못 차리고 있고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저렇게 혼함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고. 이런 것들을 국민이 질책하고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릴 때거든요. 그런 것에 관한 경고도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대단한 민족입니다. 그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웅대함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망하지 않는 것이죠.

박인규 : 이번 작품을 쓰시면서 중국에도 많이 갔다 오셨을 테고 최근에 동북공정 얘기도 많이 나오고... 동북공정이 심한 경우에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북한까지도 자기 세력권으로 넣기 위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이 나오는데, 중국의 의도 같은 건 어떻게 보십니까?

김홍신 : 중국의 의도는 분명한 것이, 중국이 워낙 인구가 많고 땅이 넓기 때문에 완벽한 민주주의가 되면 거기 있던 55개 소수민족이 각자 뿔뿔이 독립하려고 운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몇백 년 안에 반드시 중국은 조각이 나서 독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저들은 가장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그 중 가장 두려운 민족이 조선족과 위구르와 티벳입니다. 그러니까 이걸 찍어 누르기 위해서는 아마 곧 연변 자치주마저도 없어지거든요. 자치라는 말이 없어지거든요. 인구가 지금 한족이 대거 늘어나고 있고 조선족은 많이 떠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일종의 동화정책을 쓴다 이런 건가요?

김홍신 : 그렇습니다. 그런 것에다가 중국이 전통적으로 중화사상, 우주와 지구의 중심은 중국이라고 보고 있는데, 지구는 둥글지 않습니까? 어디든지 자기네가 중심이라고 보면 다 중심인데 한국인은 이것을 깨달아야 됩니다. 우리가 중심이다. 우리가 거대하다. 우리가 웅대하다. 이런관점을 우리 스스로 가져야만 우리가 결국 강대국이 될 수 있고, 세계를 우리도 한 번쯤 지배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이것을 버리면 안 됩니다

박인규 :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사전쟁이라고 해서 일본도 마찬가지고 어쩌면 한국도 너무 역사를 자국 중심으로만 해석하는 거 아니냐. 뭔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공통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거 아니냐, 그런 지적도 있습니다.

김홍신 : 미래사에서는 국경의 개념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역사를 잘못 봤다면 우리가 수정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 역사를 가지고 너무 자기들 꺼라고 주장하는 모순은 반드시 지적하고 수정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박인규 : 적어도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계속 주장할 필요가 있다. 김홍신의 '대발해'라는 책이 탈고 됐는데 책은 언제 볼 수 있는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홍신 : 아마 봄 쯤 볼 수 있는데, 지금 교정을 보고 있는데 앞부분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계속 공부하면서 쓰다 보니까 처음 쓸 때 제가 오기를 했거나 역사적 분석을 잘못 했거나 판단을 잘못한 부분들을 다시 수정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앞으로도 한두 달 더 기다려야겠군요.

김홍신 : 그렇습니다. 이렇거든요. 발해가 사방 오천리인데, 오천리라는 것은 그 당시에는 4km가 아니고 10리가 5.6km입니다. 이런 것들을 다시.. 저는 오천리라고 하니까 4km로 계산해 봤거든요. 그런데 그게 밝혀졌고, 황제국가였고 완벽한 독립국가였다는 거.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오랑캐가 군자를 뜻했다는 거. 그 다음에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한 번도 외국을 침략, 공격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732년에 2대.. 대조영 아들이 황제일 때 지금 만리장성까지, 그리고 산동반도. 옛날의 등주.. 지금의 봉래를 무섭게 침공해서 당나라가 급하니까 신라에 구원병을 청할 정도로 우리 민족의 아주 웅원함이 드러나 있습니다.

박인규 :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정치 얘기도 좀 하죠. 8년 간 의정활동 1위를 기록하면서 상당히 스타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날리셨는데, 외국이나 우리나라 얘기를 들어보면 장관이나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에 있다가 그만 두면 금단현상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상당히 힘들다던데 어떻게 바로 글을 쓰시는 것으로 옮겨가실 수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김홍신 : 제가 국회의원 할 때부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저렇게 사는 건 정말 국회의원 할 필요 없이 불행한 거구나. 그러니까 몸을 낮추고 평소처럼 그냥 살자. 그러니까 평범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국회의원이 되면 누리는 게 엄청 많습니다.

박인규 : 백 몇 가지인가 그렇다던데요...

김홍신 : 그렇습니다. 그것을 누리면 그 다음 국회의원 그만 두고 나면 못 견디는 금단현상이 올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국회에 있을 때 그걸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나 행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왜 자기를 낮출 줄 모르느냐. 그 자리는 높은 자리가 결코 아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니까 머슴이다.

박인규 : 공복이죠 사실.

김홍신 : 예. 머슴 노릇을 하면 결코 금단현상이 생길 수 없고, 남의 돈을 억지로 먹거나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 때 차떼기로 돈 갖다 쓸 필요도 없고, 고통스러울 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국회의원이나 장관이면 자기가 운전하고 다닐 줄도 알아야 되거든요. 그리고 왜 문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요? 손이 어디 갔습니까? 그런 것까지를 생각해서 좀 겸손하고 자기를 가장 낮게 놓으면 그런 증상은 없습니다.

박인규 : 작년에도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되신 걸로 압니다. 정치는 그럼 완전히 떠나신 겁니까?

김홍신 : 자꾸 그런 질문들을 많은 기자분들이 하시는데, 어떤 상황이 주어질 때 제가 몸이나 마음을 바쳐서 봉사할 수 있다면 그건 거절할 필요 없겠지만, 어느 정도 봉사했다는 생각이 드니가 미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 남은 인생을 좋은 소설을 쓰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아프고 고난 받는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게. 그런 모습의 제 미래를 자꾸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래도 8년간 국회의원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우리 정치의 장단점이랄까요?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 나름대로 그런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셨을 것 같은데, 지금 남아서 정치를 하시는 분들께 정치를 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김홍신 :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버리고 국민만을 바라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만날 선거할 때는 국민 위대하다고 하고 돌아서면 국민을 잃어버리지 않습니까? 그리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몸을 바치지 말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몸을 바치면 결코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저도 국회에 있으면서 국민들이나 시민단체나 언론이 가장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 취급을 해줬던 이유 중 하나는 무릎을 꿇지 않았어요. 무릎 꿇는다는 건 정치지도자나 공천권자, 대통령 총재, 대표에게 무릎을 꿇는 순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겠다는 뜻이거든요. 그러지 말고 국민에게 무릎을 꿇고 지도자에게는 도전하고 직언해야 됩니다. 왜냐, 지도자라는 건 언제나 말하자면 잘못되는 쪽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거든요. 지도자가 혼함 아니면 결국 그겁니다. 누군가가 매섭게 채찍질을 해야 되는데, 우리 조선조나 고려 때의 상소문을 보면 임금을 짐승 취급할 정도로 매섭게 야단했습니다. 그래도 그걸 받아들인 임금은 명군이고 그걸 받지 않은 사람은 전부 혼군들입니다.

박인규 : 최근에 어떤 신문 논설위원인가 기자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참모는 간 데 없고 비서만 나부껴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청와대가 반박도 하고 그랬는데, 우리나라가 민주화 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엄청난 기대를 가졌다가 말년에 가서는 엄청난 실망. 노무현 정부도 초기 지지율과 지금을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홍신 : 지금 중간단계 평가인데요, 아직 전체를 평가하는 건 이르긴 합니다만. 국민의 소리에 귀를 덜 기울였다. 한 마디로 이런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언을 받아들였다 안 받아들였다는 건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이 평가하는 거거든요. 그 현상이 나타나려면 국민들이 피부로 '아, 직언을 받아들였다. 참모가 있구나.' 이것을 국민들이 느껴야 합니다. 상층부에서 그렇게 했다고 주장해 봤자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으면 그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습니다.

박인규 : 일단 '대발해'를 완성을 시키시고, 꼭 실명이 아니더라도 우리 정치의 실상을 알 수 있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화끈하고 속 시원한 인간시장 2편이랄까... 그런 작품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김홍신 : 예. 저도 정말 쓰고 싶은 것이.... 국민들이 정치를 지나치게 불신하는데, 불신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서 그걸 통해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과 앞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반드시 어떤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할 것인가. 그러니까 정치를 시작할 때는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말고 제발 국민의 머슴, 국민의 종 역할을 해서 역사에 괜찮은 머슴으로 기록되는 게 중요한 거지, 살아있는 동안 호사를 누리고 풍요해 봐야 사실은 말하자면 육체적으로 살 늘어나는 거밖에 더 있습니까?

박인규 : 예. 알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작가 김홍신씨와 함께 최근 집필을 마무리 한 발해 역사소설과, 우리 시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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