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금융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차 핵실험 계획을 발표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북한 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이 31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말했다.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는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과의 금융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불법행위에 관한 증거를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며 북한이 내달 열리는 6자회담에서 이같은 상황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 증거 제시 없었다"
30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금융회담에 관해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설명을 들은 이 소식통은 "미국이 그(금융제재)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북한은 6자회담에서 2차 핵실험 계획을 발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제재라는 '장애물'은 주권국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의 불법 금융행위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며 "그것은 마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가 없었던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는 북한이 금융제재 문제와 6자회담에서의 핵폐기 논의를 분리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최근의 여러 보도들과 맥을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로이터통신이 전한 이 소식통의 발언은 현재 열리고 있는 금융회담에서 미국측의 양보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우회적인 압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금융회담과 6자회담의 병행 개최를 한사코 반대해 결국 금융회담이 먼저 열리도록 한 것으로 볼 때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8일 개막되는 6자회담에서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할 공산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도 31일 언론브리핑에서 "(북한 자금이 묶여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포함한 금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밖에 있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6자회담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 것이 사실이다. 즉, 이 두 사안은 틀 바깥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美 "금융 문제는 장기적인 의제"…北, 강경행동 가능성 없지 않아
30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됐던 북미 금융회담은 31일 북한대사관으로 자리를 옮겨 이틀째 공방을 이어갔다.
미국 대표단장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금융범죄담당 부차관보는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돈세탁, 위조지폐 유통, 마약거래 등에 관해 자신들이 발견한 사항들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들과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 등 미국 관리들은 BDA 문제가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지난해 12월에 이은 두 차례의 회동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금융제재 문제의 실마리 풀기가 늦어질 경우 북한은 차기 6자회담에서 추가 핵실험을 거론하며 대미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 북한에 반신반의
한편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폐기를 위한 초기이행조치에 합의할 수도 있다는 전망들에 대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해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6자회담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의 지원을 업고 영변 핵시설에 대해 일종의 '무력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북한이 지금까지 내놓은 제안은 고작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 복귀를 허용하는 정도라고 깎아내렸다.
이 신문은 지난 10년간 영변 핵시설에서 인출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 10개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한 북한으로서는 이제 핵시설의 동결을 검토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나쁜 선례로 비판했던 전임 클린턴 행정부에의 대북협상(제네바합의)과 유사하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에게는 '문제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워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핵기술 구입과 개발에 수십 년을 쏟아부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미국과 중국 분석가들의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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