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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계로 복귀하니 아주 신바람이 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1/31] 벤처 투자가로 변신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세계 최초로 16M D램을 개발한 엔지니어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어낸 CEO로 그리고 정보통신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Mr. 반도체', 'IT 카우보이'로 잘 알려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번에는 벤처 투자가로 변신했습니다. 세간에는 그가 잠재적 대권후보라는 말이 돌고 있지만 막상 진 전 장관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IT 벤처업계에서 터를 닦고 있는데요, 특히 국내에 새로운 벤처 캐피탈의 모델을 제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T기업을 키워낼 수 있는 벤처 생태계의 정원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을 초대해.. 국내 벤처 생태계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입니다. 진대제 전 장관은 1952년 경남 의령 출생으로.. 74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83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 수석연구원을 거쳐.. 93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메모리사업본부장.. 2000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지냈습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제9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고.. 현재 벤처 투자사인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지난 월요일에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KBS라디오에 나와서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진 전 장관 같은 사람이 한나라당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또 어디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전 장관, 진대제 전 장관, 손학규 전 지사가 뭉치면 드림팀이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혹시 한나라당에서 구체적으로 다시 한 번 정치를 해보자는 제의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진대제 : 그런 제의는 전혀 없었구요. 아마 손학규 지사께서 경기도 도정을 하면서 경험에 의하면 이러이러한 인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손학규 지사께서 경기도 지사를 하면서 이를테면 외자유치, 일자리창출, 영어마을 등으로 교육혁신을 굉장히 했거든요. 선진국이 되려면 지금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되고. 첫째가 경제고 일자리창출이고, 요즘 같은 경우 선진국에서 교육개혁을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교육개혁을 해본 분들이 다 힘을 합쳐서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해보자는 뜻인 것 같구요. 저하고는 그런 관련된 얘길 해본 적도 없고 그냥 단순히 실물경제를 좀 아는 진대제가 그런 얘기를 하면 마땅치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사전에 무슨 교감이 있었다기보다는 자신만의 생각을 말씀하신 것 같다?

진대제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최근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신 이후에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가 가장 큰 화두처럼 돼서 실물경제를 잘 아시는 분들이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는데, IT강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진 전 장관이 대권후보로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말도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정치에 다시 뛰어드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진대제 : 글쎄요. 경제발전이나 일자리창출은 정치의 틀 속이 아니더라도 경제나 기업활동을 하면서 충분히 할 방법이 있구요, 정치를 하려면 역시 정치쪽에 기반이 있고 경험이 있어야 되는데 별로 소질도 적성도 없어요. 또 그런 거 아니더라도 국가에 기여할 방법이 여러 가지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경제를 살리는 게 정치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진 전 장관께서는 원래는 엔지니어였다가 기업의 CEO였다가 정부의 고위공무원까지 하시고, 작년에 경기도지사에 도전하시면서 정치에 입문해 보셨는데 어떻게 보면 생애 처음 큰 실패를 하셨다면 한 건데 정치를 해보시니까 어떻던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진대제 : 되게 어렵더라구요. 그야말로 잘 안 맞는 옷을 입고 다니는 듯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다시 경제계로 복귀해서 기업활동하니 아주 신바람 납니다.

박인규 : 경험이 없으셔서 그런 건가요?

진대제 : 경험이 없는 게 우선 제일 큰 문제 같고, 무슨 대중연설을 한다든가 이런 게 상당히 연습하고 그런 과정을 겪어야 되더라구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하는 분들이 하는 거지 아무나 가서.... 정치에 연관도 없고.

박인규 : 나름대로 내공을 쌓아서 진출해야지 갑자기 가서 되는 게 아니다. 작년 5월에 선거를 치르시고 새로운 벤처투자기업을 10월에 창업하신 걸로 압니다. 상당히 기간이 짧다면 짧은데 그렇다면 벤처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 오셨던 것 같아요.

진대제 : 대기업에 있을 때는 사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잘 몰랐습니다. 공직에 3년 넘게 있으면서는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주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어려운 점을 많이 봤구요, 제일 큰 문제가 자금난입니다. 기술개발을 해서 사업을 해보려는데 잘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해서 담보 없이 투자가 돼 줘야 되는데 그게 가장 안 되고 있습니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500조가 있다는데 그게 돌아다니면서 아파트값, 땅값도 오르는데 기업에 투자는 안 되고 있거든요. 미국 같은 데 가면 소위 그 역할.. 기업이 잘 될 수 있다, 중소기업벤처가. 그 자금을 갖다가 넣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 금융기법이 발전이 안 돼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장관 할 동안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탈회사를 유치도 하고 우리나라에 접목시켜 보려고 애썼는데 잘 안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실리콘밸리 같은 아주 활발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했는데, 저도 공직도 떠나고.. 그렇다고 특별히 회사를 기업에 가서 다시 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투자를 실제로 해보자. 그 선진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박인규 : 회사 이름이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좀 어렵습니다. 어떤 뜻입니까?

진대제 : 재밌죠. '스카이레이크'가 영어로 돼 있지만 우리말로 번역하면 '천지'입니다. 제가 8월에 백두산 천지를 가서 천지를 중국 쪽을 한 바퀴 도는 트랙킹 코스를 한 번 가보고 역시 우리 민족의..... 천지라는 이름이 참 좋다. '인큐베스트'라는 말은 또 제가 만들었습니다. '인큐베이터'는 보육한다는 뜻이고 '인베스트'는 투자. 투자보육하는 회사. 단순히 묻지마 투자로 돈을 뿌리고 잘 될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고 돈을 투자해 주고 경영과 기술을 지원하고. 또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 해외에 나가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 걸 만들어 줌으로 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성장 발전하게 해서 저도 투자이익을 같이 나누는.

박인규 : 우리 말로 하면 천지투자보육회사군요. 와이브로라는 말도 진 장관께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작명을 상당히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진대제 : 내용을 잘 이해하면 말을 딱 의미있게 붙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정통부 장관을 하시면서, 유명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있는데 자금이 제대로 전달 안 돼서 못 키우는 경우도 봤다, 그래서 벤처캐피탈을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벤처캐피탈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가장 중요한 건가요?

진대제 : 제일 중요한 건, 우선 어떤 특정 기술을 개발해서 사업을 하겠다고 할 때, 그 개발하는 기술자들은 자기 기술은 좋다고 말하는데, 경쟁환경 있지 않습니까.. 항상 경쟁자가 있고 해외에도 있는데 그 환경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합니다. 이게 팔릴 수 있는 건지. 그 다음, 오랫동안 기업경영을 해보지 않으면, 난관에 부딪힐 수 있거든요. 기술을 개발해도 마케팅이 안 될 수도 있고, 마케팅이 되고도 불량이 돼서 돌아올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미리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것들도 가르쳐 주고. 또 좋은 기술이 만들어졌더라도 국내에서만 통용되고 있는데, 해외 야후라든가 노키아까지 물건을 팔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들도 많고. 제가 저뿐 아니라 저와 유사하게 대기업에서 경영도 해보고 기술전문가도 모으고, 또 해외 벤처캐피탈에서 일하던 투자전문가도 같이 모여서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공기업적인 선진국 형태의 벤처캐피탈 모델을 한 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박인규 : 신기술이 국제시장에서 제대로 팔릴 수 있고 경쟁력 있는가를 판정할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진대제 : 그럼요. 그걸 알고 그 다음에 돈을 줘서 더 부가가치가 일어나게 계속 지원해 주는 것

박인규 : 그런 말씀은 지금 국내에 기존 벤처투자하는 회사들이 그런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거 이니냐는 문제의식도 포함된 거네요?

진대제 : 그렇습니다. 제가 장관 하면서 지켜보니까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인규 : 이제 한 3개월 밖에 안 됐기 때문에 성패를 따지긴 어렵겠지만, 3개월 투자가로서 활동해 보시니 어떻습니까 해볼 만하십니까?

진대제 : 아주 즐거워요. 회사 사무실에 하루 5개 내지 6개 회사의 중소기업, 벤처 CEO들이 방문합니다. 사무실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인데 북적북적해요. 오는 사람들이 대체로 기술을 개발했다든가 해서 물건 갖고 와서 데모도 하고, 이 정도 했는데 그 다음 뭘 하면 되겠는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충처리나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저도 보람있고, 이런 건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이런 건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제일 문제가 지금 보니까, 벤처를 만들어서 한 7,8년 하면 지치는 것 같습니다. 코스닥 상장하고 2,3년 지나면 주가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 다음 뭘 해야 될지를 잘 몰라요.

박인규 : 어떤 언론 인터뷰를 보니까 국내 벤처계를 말씀하시면서 개구리알들만 잔뜩 있고 큰 개구리가 없다. 큰 개구리를 키울 수 있는 벤처생태계의 정원사가 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국내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보시는 겁니까?

진대제 : 구체적인 예를 들어, 우리나라 소프트 회사가 6300개 쯤 됩니다. 그중 연매출 300억 넘어가는 회사가 30, 40개 밖에 안 됩니다.

박인규 : 0.5% 밖에 안 되는 거네요.

진대제 : 네. 그러니가 99퍼센트는 다 작은 회사들입니다. 그래서는 글로벌경쟁을 할 수 없죠. 그러니까 M&A를 통해 합쳐지기도 하고, 강자를 만들어내야 됩니다. 그래야 해외에서 이길 수 있죠. 다른 큰 소프트웨어 업체의 100분의 1 정도 규모밖에 안 되거든요. 그걸 어떻게 하면 덩치를 키우느냐..

박인규 : 진 장관께서 대기업과의 M&A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도 강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그런 같은 취지인가요?

진대제 : 그렇습니다. 벤처생태계가, 국가에서 창업을 주로 도와줬습니다. 생로병사... 기업도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소멸되는 과정이 있는데, 벤처회사의 창업은 국가에서 많이 지원해 주는데 성장은 그 역할이 부족했다고 말씀드렸고. 그 다음에 꽤 커졌을 때도 상장을 하느냐 아니면 그 회사를 어디다 파느냐. 대기업이 사주기도 하고 아니면 조금 더 큰 기업끼리 합치기도 하고 이래야 되거든요. 소위 말해 출구... 엑시트플랜이 있어야 되는데 거기가 잘 안됐습니다. 생태계 마지막 끝에서 종결처분을 하는 게 잘 안 돼 있거든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산다든가 그래도 사회적인 시각이 안 좋습니다.

박인규 : 그렇죠. 우리나라에서는 M&A 하면 뭔가 재벌이 독식한다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그게 좀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군요.

진대제 : 문제 있습니다. 그것도 시장이거든요. 자연스럽게 돼야 되고,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꼭 자기가 꼭 사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거의 동종업계에서 조그맣게 나눠져서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하거든요. 그래서 발전이 잘 안 됩니다. 서로 힘을 합치는 게 부족한데, 사실 상장을 못하고 회사를 팔면 실패자로 낙인찍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니다..

박인규 : 기술을 만들어서 능력있는 기업에 파는 것도 좋은 성과다.

진대제 : 대기업은 자기가 하는 일에 집착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을 놓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런 걸 벤처가 하고, 그 벤처는... 시스코 같은 데서는 한 주에 한 개씩 사는, 그런 M&A를 활발하게 합니다. 그래서 회사가 성장 발전하거든요. 대기업이 놓치기 쉬운 그런 부분을 벤처들이 보완해 주고 그게 국가 전체로 보면 아주 활성화 된 생태계가 되는 겁니다.

박인규 : 말하자만 김대중 정부 때부터 벤처기업을 활성화 시켜서 굉장히 많은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었는데 이제는 거기서 승자를 가려내고 솎아주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진대제 : 그런 의미의 정원사가 되겠다는 말씀입니다.

박인규 : 문제는 인수합병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시각이라든가, 상장을 해서 내가 계속 운영해야지.. 하는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있는데 진 장관께서 하시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에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느냐... 그런 자신이 있으신지..

진대제 : 최근에 인테그란트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가 상장을 준비하다가 미국의 큰 회사에 매각을 했습니다. 1600억을 받았습니다. 반도체 설계 회사인데, 우리나라에서 코스닥에 등록해도 그 정도 가치를 인정 못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매각해서 굉장히 큰 성공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벤처계 안에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거든요. 성공사례가 몇 개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느냐. 코스닥이나 나스닥 상장을 해도 별로 자기한테 돌아오는 게 없으면 매각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도 하나의 출고방법인 거죠. 물론 상장하는 게 좋은데 꼭 상장만이 성공이 아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벤처가 만들어져서 한 3% 정도가 상장에 성공합니다. 나머지는 매각하거나 없어지거든요. 매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한 20%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매각은 없고 상장만 16%가 되거든요. 상장률이 높은 것도 나중에 코스닥이 부실해지는 사유가 되구요. 여러 가지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해야 되겠습니다.

박인규 : 이제는 될성부른 나무들을 골라내야 할 때가 됐다. 사모펀드라고 합니까? 진대제 펀드라고 해서 진 전 장관 이름을 딴 기금이 모였는데, 이 진대제 펀드라는 건 어떤 역할을 하는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진대제 : 공식 명칭은 아니고, 워낙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1호. 이렇게 해서 펀드 이름이고 우리나라 상법상 펀드는 그 자체로도 회사 정관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진대제 펀드라는 건 언론에서 그렇게 불러준 거고. 그 기금을 모아서 그걸 적절한 회사에 투자해 주고. 또 우리나라 법상에 보면 펀드 존속기간이 6년 정도입니다. 처음 3년은 투자하고 다음 3년은 회수하게 돼 있어서 장기성 투자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럼 진 전 장관께서 앞으로 최소한 6년은 계속 벤처투자가 활동을 하시는 걸로 봐야겠군요.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국내IT 업계에 대한 질문 좀 해보겠습니다. 우선 정통부 장관으로 계시면서 DMB라든가 여러 가지 와이브로 등 새로운 기술의 산업화의 바탕을 깔아 놓으셨는데, 신기술이 너무 많아져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많은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진대제 : 지금은 환율도 떨어지고 수출하는 기업들은 아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 환율의 영향이 굉장히 클 겁니다. 거기다 중국이 계속 쫓아와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그런 때일수록 점점 더 많은 신기술, 신제품을 만들어내야 됩니다. 조금씩 조금씩 앞서가야 되거든요. 크게는 못해도 조금씩 한두 발씩 앞서감으로써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는 쉬지 않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됩니다. 그것만이 오직 살 길입니다.

박인규 : 신기술 개발을 말씀하셨지만 지금 나오는 기술들 자체도 시장에서 생존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진대제 : 와이브로에 대해서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는데 와이브로는 WCDMA, HSDPA라고 좀 어려운 얘기지만 그 두 개가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박인규 : 두 가지 표준이 있는 모양이죠?

진대제 : 네. 하나는 이동통신에서 온 거고 와이브로는 새로 만든 무선통신에 해당하고. 그게 국내애서 경쟁을 해서, 경쟁이 다 싫은 거죠 사실. 그렇지만 경쟁을 해서 와이브로는 미국의 스프린트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영국까지 관심을 갖고 우리 표준을 쓰려고 합니다. 국내에서 표준을 하는 게 힘들지만 그게 결국 전 세계에 나갈 때는 경쟁의 결과가 나중에는 승패를 좌우하거든요. 우리가 해외 나가서 이기려면 국내경쟁을 많이 해야 됩니다. 엘지와 삼성이 경쟁을 그렇게 치열하게 하니까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는 거거든요. 경쟁을 회피하면 안 되고 국내경쟁도 좋고 해외경쟁도 좋고, 국가 전체로 보면 좋은 일입니다. 열심히 새로운 것들을 자꾸 만들어서 서로 경쟁하고, 그 중에 나쁜 건 도태되고 이기는 건 세계시장에 나가고, 그게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박인규 :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을 강조하셨는데, 최근에 언론보도를 보면... 예를 들어 엘지나 삼성이 디스플레이 경쟁을 하면서 세계 최고가 됐는데 최근 와서 일본이 왕년의 선두를 되찾으려 한다는 얘기도 있고, 반도체 등에서 대만의 추격도 있고. 지금 우리의 기술개발 수준이나 속도가 경쟁국들에게 뒤지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데 기술개발현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진대제 : 그동안 일본이 와신상담했습니다. 반도체, 특히 메모리는 한국한테 잡혀서 옛날에 정말 대단하던 명성들, 히타치, 도시바... 다 없어져 버렸어요.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칼을 갈았겠어요. 그래서 지금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이미 한국과 격차가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반도체, 메모리 같은 데서 일본이 다시 쫓아오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거고. 또 우리가 놀고 있으면 안 되죠. 굉장히 큰 장기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쉽게 쫓아오기는 어렵습니다. 첨단 기술이고 거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장기사업이고. 이러면 격차가 빨지 좁혀지지 않거든요. 다만 계속 우리가 새로운 기술, 끊임없는 투자, 기업가 정신,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기타 등등 요즘 말씀하신 것 중에 핸드폰.. 휴대폰 사업이 어려워지지 않았습니까.

박인규 : 몇 군데 기업이 도산하기도 했죠.

진대제 : 지금까지는 휴대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왔는데 이제 좀 성장세가 둔화 됐습니다. 한 20%씩 매년 성장하면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런데 10%나 그 이하로 성장하게 되면 문제는 기업들이 합쳐지고 없어지게 됩니다. 휴대폰 시장이 그쯤에 간 거죠.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노키아 1등, 모토로라 2등, 3등이 삼성... 한 5등까지는 이익을 내고 그 뒤부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더 가면 1,2,3등만 이익이 나고 그 뒤에는 더 어려워지고.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구요. 언제나 산업의 생태계가 그런 거니까. 그럼 또 다른 산업이 나와야지요. 또 거기에서 창출돼야 하고..

박인규 : 진 전 장관에 보시기에 우리나라가 IT강국, 종주국이라고까지 하고 자부심이 많은데, 신기술 개발에서부터 시장개척을 하고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우리나라 IT업계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어디라고 보십니까?

진대제 : 아직도 해결 못한 문제 중 하나가 중요부품, 신소재, 반도체 장비 이런 부분은 해외의존도가 굉장히 큽니다. 기반기술.... 그런 부분을 대기업 뿐 아니고 정부에서도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육성 발전시켜야 되겠고. 그러고도 대기업이 글로벌경영을 한다고 해서 위험도 큰 투자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기시장을 만든다든가, 애로기술이 발생하는 것들은 정부가 선행투자를 해줘야 될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부분은, 최근 IT부분은 꽤 많은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 같고, 기타 다른 산업의 영역에서도 계속 기업에 해외로 이전되고 하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억제할 수 있느냐. 자동화를 한다든가 원가구조를 국가적으로 자체적으로 낮춰야, 환율이 계속 떨어질 거 아닙니까,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게 되면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 역량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가가 큰 숙제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모든 경제정책의 우위에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고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가장 우선에 놓고 다른 걸 다 봐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됩니다.

박인규 : 엔지니어에서 시작하셔서 대기업의 CEO, 그리고 정부 관리, 이제는 벤처투자가로 변신하셨어요. 앞으로도 몇 년을 활동하실 것 같은데 혹시 앞으로 벤처투자가로 성공하신다면 또 하시고 싶은 일은 어떤 게 있는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디자인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던데, 앞으로의 계획을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진대제 : 우선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상당히 큰 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구글 같은 회사가 못 만들어지느냐. 구글이 상장 3년 만에 삼성전자보다 회사가치가 더 큽니다. 왜 우리나라도 소프트 업체가 많은데 그런 업체가 왜 못 나오는지, 우리나라 벤처회사는 왜 그렇게 글로벌 회사로 키워지는 회사가 없는지 퀘스천 마크거든요. 그런 것들이 잘 돼야 선진국이 되지 않습니까. 미국의 KPCB같은 큰 투자회사들 보면 야후나 구글 같은 회사를 키워줘서 큰 투자회사가 되고 있습니다. 아주 세계적인 회사가 된 예가 있는데, 우리도 그런 부분의 영역을 확보해야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우선 그게 당연하게 해내고 싶은 일이고. 그 다음 그게 만약 성공한 다음에 뭘 할거냐. 제가 요즘 진대제AMP... IT쪽의 최고 과정을 해보고 있는데, 여기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게 참 즐거운 일이더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기업경영, 행정을 해본 경험을 전수해 주는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부분이 앞으로 10년 뒤에라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핵심역량으로 자리 잡도록, 그런 분야에서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학교, 대학교를 해볼 생각이 있습니다.

박인규 : 진대제 전 장관 별명이 'IT카우보이'라던데.... 카우보이라는 게 항상 새로운 개척을 하는 직업이니까 앞으로 많은 역할과 활동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진대제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벤처투자가로 변신한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과 함께 국내 벤처생태계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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