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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장에서 생긴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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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장에서 생긴 코미디

"강봉균 고생 좀 더 해달라"…김한길에는 '감사패'

열린우리당이 새 원내대표로 4선의 장영달 의원을 선출했다. 장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체 재적의원 135명 중 112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78표를 얻어 32표를 얻은 이미경 의원을 제쳤다.

당의 제2인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계파 대결, 정책 대결로 치러지곤 하던 역대 원내대표 경선과 달리 이번 경선에는 긴장감 대신 어수선한 분위기만 가득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서로 농담을 던지며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소극(笑劇) 같은 분위기는 장영달, 이미경 두 후보 간의 노선 차이가 크지 않은 탓이기도 했지만, 이번 경선이 내포하고 있는 아이러니의 탓이 더 컸다. 당이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마당에 새 원내대표의 선출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미경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임기가 두 달이 될지, 세 달이 될지 모르나 지금의 한 달은 평상시의 일 년과 맞먹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장영달 신임 원내대표도 신당 추진 이야기에 무게를 뒀다. 장 대표는 "원내를 꾸려가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이나 대통합 신당을 성사시켜 올 12월 19일에 한나라당을 능히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데 온 몸을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코미디에 의원들 시종 '키득키득'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선거에 앞서 후보로 나선 장영달 의원과 이미경 의원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신랑신부 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뉴시스

원내 진용이 제대로 꾸려질지도 불투명하다.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가 14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신임 당의장과 협의해 임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단 및 정책위 라인 구성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장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 막바지에 "원내부대표나 정책위의장을 누가 맡아야 하는지 정하지 않았다"며 "오는 14일까지는 강봉균 정책위의장님께서 고생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강 정책위의장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어 의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강 의장은 탈당설이 파다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강 의장과 함께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원내대표에게는 이날 감사패가 수여됐다. 김근태 의장은 "이렇게 원내대표에게 감사패를 드리는 것도 초유다"고 말했다.

의원들도 사회자가 감사패에 적힌 내용을 읽어나가는 동안 웃음을 금치 못했다. 1년 임기를 채운 원내대표는 김한길 전 대표가 처음이라는 기구한 과거사가 드러나기도 했거니와 마치 감사패로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막아보려는 듯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어지간히 힘들었던 일 년을 보냈다"고 간략히 소회를 밝힌 뒤 "한나라당이 지금 우리당의 성적표가 시원치 않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며 "우리는 변화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 내야 한다. 아픔이 있더라도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제까지 원내를 진두지휘했던 사령탑이 '우리당으로는 안 된다'는 사망선고를 내린 것. 바로 이 장면이 이날 블랙코미디의 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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