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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힐러리"…'전쟁 찬성' 전력에 발목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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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힐러리"…'전쟁 찬성' 전력에 발목잡히나

"그 후 소신도 오락가락…공화당 의원보다 못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철군 제의를 묵살하고 추가파병 방침을 밝힌 이후 미국 내 반전여론이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이라크 내 미군 희생자의 급증과 추가파병으로 인한 전쟁비용 부담 등 현실적 문제 등에 바탕을 둔 반전여론은 일단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을 회복불가능한 상태로 떨어뜨린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라크 전쟁은 그간 명확한 소신을 보여주지 못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의 대권가도에도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클린턴, 뒤늦게 '이라크 철군' 주장해 보지만…
  
  지난 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돌아보고 온 클린턴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추가 파병 방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대신 아프가니스탄에 좀 더 많은 미군을 파병해야 하고 이라크에서는 철군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 클린턴 의원의 입장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전 국민 70% 이상이 부시 대통령의 추가파병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난한 해답'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그가 이라크 침공 직전인 2002년, 이라크 전쟁에 관한 모든 권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일임키로 한 상원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원죄'를 씻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클린턴 의원은 최근까지도 이라크 전쟁에 관한 '모호한 태도'로 민주당 내 반전주의자들의 원성을 사 왔기 때문이다.
  
  2002년 표결 이후에도 클린턴 의원은 2003년 한 인터뷰에서 "확신을 갖고 투표한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2004년 4월 <CNN> 인터뷰에서는 "부시에게 권한을 일임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커 보였고 사담 후세인은 최근 몇 십 년간 가장 큰 문젯거리로 국제사회를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2005년 11월에는 철군 주장을 '큰 실수(a big mistake)'라고 규정했고 2006년 6월에는 한 연설회에서 "즉각 철군에 반대한다"고 했다가 현장에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2006년 12월 <NBC> 인터뷰에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분명히 그런 표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를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하긴 했지만 이 역시 '반성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18일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힐러리가 아무리 정치자금을 많이 모으고 대중적 인기가 높다 해도 반전으로 쏠리고 있는 미국 내 여론 동향이나 민주당 지지층 내 반전 여론의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위험한 상황"이라며 "자칫하면 힐러리는 과거 유력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으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유약한 처신으로 조지 맥거번에게 몰려난 에드먼드 머스키 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 의원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강력한 라이벌인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그간 이라크 전쟁에 관한 확실한 반대 입장을 취해 온 것을 감안하면 반전여론의 확산 추이에 따라 승부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배짱없는 클린턴에게 표 주느니 공화당에 던지겠다"
  
  클린턴 의원에 대한 진보진영의 불신은 <LA 타임스> 필자인 로버트 쉬어가 17일 진보성향 웹진 '트루쓰딕(truthdig)'에 기고한 '척 헤이글을 대통령으로'란 제목의 칼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쉬어는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입장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서 유권자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배짱 없는 민주당 후보와 척 헤이글 상원의원 중 대통령을 뽑으라면 나는 공화당 소속 헤이글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주장했다.
  
  헤이글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추가파병 불허 결의안'에 처음으로 동참의사를 밝힌 공화당 의원이다.
  
  헤이글 의원은 지난 10일 이라크에 2만1500명의 미군을 더 보내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베트남전 이후 해외 정책상 가장 위험한 실수를 하고 있다"며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 스스로 더 심각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헤이글 의원은 또 "내전 상황에 미국 젊은이들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해 보면 도덕적으로 틀렸을 뿐 아니라 전술, 전략, 군사적으로도 틀린 선택이란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쉬어는 이를 "베트남 참전군인 출신인 헤이글은 제국주의는 완패할 수밖에 없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고 집권당 의원이면서 대통령의 주력 정책에 반기를 들 정도로 소신도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클린턴 의원을 향해서는 "겁을 먹은 듯 하다"며 "국가 안보나 이스라엘 보호 등을 감안하는 듯 하면서 국가적 불행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미국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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