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요즘같이 경쟁이 심하고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는 사회 흐름을 제대로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트렌드 분석이 기업경영은 물론 개인생활에서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에서는 이 트렌드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의 트렌드에 관해 연구해온 한국트렌드 연구소 김경훈 소장을 초대해 트렌드 읽기가 왜 중요한지.. 또, 2007년 올해의 트렌드 전망은 어떤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트렌드 연구소 김경훈 소장입니다. 김경훈 소장은 1965년 강릉 출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트렌드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1994년, 우리 나라 최초의 본격 트렌드 보고서 <한국인 트렌드>를 냈습니다. 그 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트렌드에 관한 다양한 책을 써내며 우리 사회를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고. 2005년 한국트렌드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김경훈 소장은 미래는 언제나 인기상품이라며 미래 예측과 트렌드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요즘 트렌드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바른 말로 번역하면 추세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패션이나 유행과는 다른 겁니까?
김경훈 : 아무래도 좀 차이가 있게 저는 쓰고 있는데, 사회적으로는 아마 비슷한 의미로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트렌드를 약 10년 정도 주기에 걸쳐서 중장기적 변화를 가지는 어떤 추세를 얘기합니다. 계절적 변화에 의해서 여름에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고 겨울에 두터운 코트가 많이 팔리는 건 일시적인 현상인데 한 10냔 정도 일정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걸 트렌드라고 부르죠.
박인규 : 유행이 단기적인 현상이라면 트렌드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현상이라고 봐야겠네요?
김경훈 : 예. 저는 바다에 비유하는데, 큰 파도가 치는 건 일시적 유행이나 변덕이라고도 하거든요. 막 인기가 몰리는 현상. 그런데 바다 밑바탕을 보면 조용하게 물줄기를 만드는 해류나 조류가 있는데 트렌드는 그와 같은 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트렌드 하면 아무래도 마케팅, 기업경영이 생각나는데 혹시 정치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경훈 : 트렌드를 끌고 나가는 것이 결국 사람이거든요. 예를 들어 기업의 경우 생산자 소비자, 이래서 소비자를 많이 연구하는데 인간은 소비자이기 전에 이미 인간이고, 정치에도 정치소비자가 있고 소비자기 전에 인간이라는 거죠. 어떤 특정한 트렌드가 시작되면 경제 뿐 아니라 정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되죠.
박인규 : 그렇다면 정치인 입장에서도 사회의 트렌드를 깊이 봐야 할 필요가 있겠네요.
김경훈 : 예. 저는 개인적으로 사석에서는 그런 얘길 하긴 하는데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좀 더 실질적 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시작되면 그 변화가 정치인에 대한 자기판단에서도 나타난다는 거죠.
박인규 : 거대담론보다는 실용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뽑는다든가
김경훈 : 그래서 예컨대 작년 재작년부터 쭉 얘기해 온 게, 다음 선거는 그래서 경제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하는 실질적 가치 중심으로 생각하는 변화가 뚜렷해졌는데 아직도 명분 싸움으로 할 때 사실 소구지점이 약할 것이다. 경제 쪽에서 훨씬 더 큰 화두가 형성될 거라고 봤거든요.
박인규 : 기업이나, 유권자의 표를 모아야 되는 정치인들은 트렌드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인 생활, 개인에게도 트렌드가 도움이 되나요?
김경훈 : 한 가지 예를 들면 장래유망직업이 뭐냐를 고민할 때 사회적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구요. 자기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소비자나 대상을 상대로 하고 있다면.. 개인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그렇다면 이 소비자들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해지죠. 그러니까 눈앞에 있는 소비자만 생각하면 매일 만나는 경험이나 일반적인 소비자리서치로 충분하지만 자기가 어떤 준비를 통해.. 한 1년 후에는 내가 이런 쪽으로 사업전환을 하겠다라든가. 현재의 수준을 좀 더 높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보겠다고 할 때는 그 변화를 예측해야만 하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기에는 큰 기업뿐 아니고 개인의 일상에서도 트렌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치가든, 알찬 삶을 살려면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라. 한 10년 넘게 김소장게서 한국사회의 트렌드를 연구해 오셨으니까 지금 한국인들의 변화, 커다란 틀에서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변하고 있습니까?
김경훈 : 가치관 변화부터 살펴볼 수 있겠죠. 가치관에서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한국인이 전통적으로는 사실 공동체적 가치관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습니다. 가족 지역 등 소속 내에서 편안해하는데, 90년대 중반 넘어서면서 개인화의 경향, 자기의 경계를 뚜렷이 하고 자기표현을 즐기는 경향이 하나 나타났구요. 또 한가지, 사실 우리나라가 1989년까지는 해외여행조차 자유화되지 않은 고립된 섬 같은 나라였는데 해외여행자유화를 비롯해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세계와 굉장히 급격한 충돌과정을 겪어왔어요. 그 과정에서 무엇이 실제적 이익에 해당하는가 하는 실용주의화. 그래서 개인화와 실용주의화가 가치관 변화에서 가장 큰 부분이라고 보구요, 그러면서 변화했던 게 바로 욕망에 대한 태도입니다. 욕망을 탐욕이라고 생각들 많이 하시는데 인간행위의 동기라고.. 가치판단을 떠나서..
박인규 : 쉽게 말해, 하고 싶은 것.
김경훈 : 그렇죠. 동기로 생각한다면 욕망은 중립적으로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한국인들이 욕망을 가졌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또 욕망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고.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는 변화들이 지난 10여 년간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그래서 인간의 새로운 규정을 '호모 데시데로(Homo Desidero)'라고 한 번 해봤습니다. 데시데로가 라틴어로 욕망이란 뜻이거든요.
박인규 : 욕망을 가진 인간, 인간의 기본은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다.
김경훈 : 네. 그런데 특히 최근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호모 데시데로로 인간을 규정하는 게 굉장히 유의미할 거라고 저는 봅니다.
박인규 : 90년대 이전에는 가급적 욕망을 표출 안 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표출한다고 하셨는데, 요즘 한국인들의 욕망표출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까?
김경훈 :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자아에 대해서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얘기해 왔어요. 예를 들어 2000년 월드컵이다 하면 온 국민이 빨간옷을 입고 붉은 악마가 됐잖아요. 그때는 고무줄의 탄력성이 엄청나서 한국인 전체가 마치 하나의 나인 것처럼, 그런데 어떤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일 때는 굉장히 좁은 이기적인 나.. 이렇게 경계가 불투명한 자아였다면 최근의 변화는 자기자신이 누구고 어디까지나 나이고 어떤 나인가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집중되는. 그 '나'의 내적인 욕망에 귀를 기울인다는 거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가를 가족관계나 부모 자식 간의 윤리의식이나 사회적 책임보다 중시하기 시작한... 이런 변화들이 보이죠.
박인규 : 한국인의 욕망을 몇 가지로 분류하셔서 정리해 놓으신 게 있던데요..
김경훈 : 네. 이번에 새로 책을 내면서 거기서 한 번 정리를 해봤는데요, 크게 7가지 정도입니다 이 7가지 욕망을 각각 다 시대를 반영하는데, 우리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복잡한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단순하고 친절한 기술을 원하는..스마트, 영리함에 대한 욕망이 하나 있구요. 또 고령화 사회라고 하면 다들 실버세대에만 주목하는데 실제로는 그 아래 세대, 30대 이상부터 벌써 오랫동안 젊고 싶다. 과거에는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면 지금은 오래오래 젊고 싶다, 청춘의 욕망으로 정리했구요.
디지털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굉장히 연결해 주는 것 같지만 사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거든요. 직접 보지 않고 하는 게 대부분이죠. 그런데 인간은 직접 부딪치고 부대끼면서 느끼는 정감이랄까 유대감 없이 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연결의 욕망, 이것을 커넥팅의 욕망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또 이런 사회적 삶이 간접경험을 증대시켜요. 미디어사회로 가면서 대부분이 대상과 거리가 있는 간접경험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날것으로 오감을 만족시키고 싶은 욕망이 증대되는데 이걸 체험의 욕망이라고 정의했구요. 또 변화의 주기가 굉장히 빨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계속 받아요. 마치 몸에 상처가 나는 것처럼 마음속에 생채기가 생기는 거죠. 이 생채기를 치료하고 따뜻하게 발라주고자 하는 위로의 욕망이 있구요. 또 한 가지는 아까 제가 말씀드렸지만 내면의 욕망에 더 충실하다보니 큰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같은 것보다 소소한 일상에 주목하게 됩니다. 일상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하는... 이걸 저는 레벨업의 욕망이라고 표현했구요.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장르들이 다 파괴돼 가고 있어요. 새로운 부가가치가,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을 통해서 새로 만들어낸. 교배 육종해낸 것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추구하고자 하는.
박인규 : 이른바 퓨전이라고 말하는..
김경훈 : 퓨전이라고도 하고 컨버전스라고도 말하고 다양하게 얘기가 되고 있는데 저는 그것을, 교배만 하는 게 아니고 교배를 해서 새로운 종을 탄생시켜야 된다는 의미에서 크로스브리딩.
박인규 : 이종간 교배.
김경훈 : 생태학 용어인데 교배육종이란 뜻이죠. 이렇게 7가지 욕망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박인규 : 지난 10년간 한국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변했군요. 우리가 흔히 IT,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는데 이런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영향을 많이 미친 건가요?
김경훈 : 그렇죠. 근본적으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삶을 많이 바꿔놓은 것 같아요. 제가 계속 욕망 얘기를 했지만, 개인의 내면에 있었던 욕망들이 밖으로 쉽게 표출될 수 있는 표현도구를 디지털이 줬고, 이 표현된 내용이 실시간으로 시공의 제약을 뛰어넘어서 표출되고 교환될 수 있게 만든 게 바로 디지털이죠. 보통 트렌드가 한 10년 정도 주기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적 기술은 약 50년 이상 정도를 지속적으로 삶을 바꿉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디지털은 아직도 초기 단계다. 우리 세대와 지금 10대 친구들과 성장배경이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까? 이 친구들이 한 40,50대 됐을 때의 세상... 그게 디지털이 바꿀 진짜 모습 아니겠는가 합니다. 앞으로도 한 30년 이상 주목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트렌드라는 건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긴 주기를 바라보는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저희는 또 올해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는데요, 작년에는 UCC다 DIY다 이런 게 굉장히 유행했던 것 같은데, 올해의 키워드랄지, 특히 주목되는 분야 같은 게 있습니까?
김경훈 : 아무래도 트렌드는 주기를 갖게 되는데, 올해의 트렌드를 얘기하자면 올해 성장세가 두드러진... 트렌드의 여러 가지 중에서
박인규 : 특히 눈에 띌 수 있는...
김경훈 : 네. 그런 것들을 좀 살펴봐야 될 것 같은데 첫 번째로 저는 문화의 교배. 크로스 브리딩인데 특히 다문화..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이 외부문화를 수용해서 창조하는 데 역사적으로 굉장히 익숙하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그동안은 모방..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모방의 문화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한국사회 자체가 글로벌 소사이어티 형태로 변화하는 경향을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일본 같은 경우도 일본인의 1.57%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해요. 그런데 한국이 이미 1.6%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서요. 예컨대 서울의 서초구 반포동에 가면 프랑스인들이 사는 서래마을이 있죠. 대학로 같은 경우는 필리핀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장터를 엽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내부에 외국인 정착촌이 늘어나고 또 아침에 브런치 문화라고 해서 아침 겸 점심 문화가 굉장히 많이 확산되고 있어요. 레스토랑 같은 경우가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중심지가 되고. 외국문화인데 받아들여서 전파하는 중심지. 이렇게 우리 내부에 문화의 교배현상이 굉장히 많아지고 한국문화를 중심으로 외국문화를 섞어서 새로운 이종적인 문화를 만들어내는, 이런 문화교배현상이 2007년에 굉장히 두드러질 거라고 보구요.
또 한 가지는 소비양극화 얘기를 그동안 많이 했는데 내적인 욕망으로 나타나는 소비자 니즈가 좀 달라지는 부분이, 예전에는 사치 하면 부유층이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중산층 혹은 그 이하층도 사치를 부리게 되는 거죠. 그 사치가 예전과 달라진 점은 자기 소득이 100만원이다, 그럼 사치를 부릴 만한 일이 없는데 그 중 50만원은 사치를 부리고 나머지 50만원은 아주 아껴 쓰고. 이걸 작은 사치라고 부를 수 있거든요.
박인규 : 뭔가 삶의 여유랄지 호사를 부리고 싶어 한다.
김경훈 : 자기 삶의 질을 특정한 상품이나 분야에서 구현하려는 것, 이걸 작은 사치로 보고. 또 가격이 낮더라고 거기서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이걸 제가 저렴한 멋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소비양극화 이면의 소비자 니즈가 작은 사치를 부리려고 하는 것과 값싼 것에서도 가치를 찾는, 이런 두 가지로. 그것도 올해 더 크게 나타날 거라고 보이구요.
세 번째로 한국사회가 공동체 중심에서 개인 중심의 사회로 이동하면서 개인간의 윤리, 개인간 네트워크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과거에 받았던 권위주의적 가치관은 없어졌지만 새로운 개인간의 질서는 아직 만들어지지 못한.. 그러면서 이 속에서 과거의 준거집단들에 대한 기대도 신뢰도 무너지고. 그래서 총체적 불신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휴머니티 등 절대적 가치에 기반한 신뢰회복과 관련된 움직임들이.. 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획득할 것이냐. 또 정부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고. 지금은 사실 교육계나 학계조차도 불신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뢰를 어떻게 대상으로부터 획득할 것인가, 이게 아마 또 하나의 큰 화두가 될 것이다.
박인규 : 신영복 선생님도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셔서, 요즘 사회의 특징이 신뢰집단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상당히 공감이 가네요. 정치 얘기 잠깐 하자면, 정치가 개인주의화 되면서 실용주의적 의제가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고 하셨는데 이런 예측도 있어요. 2002년 대선 때 인터넷언론이 주역이 됐다면 상당히 올해는 이른바 UCC...사용자제작콘텐츠라고 합니까. 그게 굉장히 위력을 발휘할 거라고 하는데 이번 대선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어떻게 보십니까?
김경훈 : 저는 UCC를 한편으로는 표현도구다. 소비자들이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더 많은 표현도구를 얻게 되고, 표현도구가 과거에는 텍스트 정도였다면 이제는 동영상. 또 어떤 소비자들을 보면 사실 아마추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아까 제가 신뢰 말씀을 드렸는데 기존의 언론이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강하니까 신뢰를 오히려 동료, 이웃..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신뢰감을 보내게 된다는 거죠. 저번에 KDI에서 조사한 걸 보면 한국인들이 낯선 사람에게 보내는 신뢰지수가 4인 반면 정치가나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신뢰지수가 한 3.3이었대요. 낯선 사람보다 낮죠. 이런 UCC가 강화될 수 있는 배경에는 물론 디지털기술이 갖고 있는 전파력, 파급력도 있지만 또 한 가지는 정치소비자들 사이에 있는 불신의 증대를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이 사람은 사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박인규 : 올해 대선이 그런 신뢰회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김경훈 소장이 한국인트렌드라는 트렌드 관련 첫 저서를 낸 게 29살 때였죠. 저는 사실 트렌드 하면 존 네이스비트인가요 그 사람의 메가트랜드를 한 번 본 기억 정도밖에 없는데, 어떻게 29살에 그런 책을 쓸 수 있었는지..
김경훈 : 20대의 막바지인데요, 그 당시 분위기에 맞춰서 20대 초중반에는 저도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이나 문화운동 쪽에 관여를 했었구요. 그런데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군대를 갔다 왔더니, 그 당시 소련이 몰락하고 동구권에 변화가 있고 우리도 북방외교를 시작하고 굉장히 변하고 신세대가 등장하고. 그래서 문화운동의 입장에서 익숙했던 건 전선이었거든요. 누가 적이고 우리편이냐. 그런데 사회가 다변화되고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때 제가 착안한 것이, 각종 통계들이 많이 있는데 그 통계가 사회를 알기 위해 만든 겁니다. 그 통계들을 통해서 큰 사회적 흐름을 한 번 짚어보자는 개인적 욕심이 있었죠. 그래서 그 욕심을 책으로.. 마침 제가 그때 출판 쪽에 있었기 때문에 책으로 한 번 엮어본 건데 의외로 굉장히 반응이 좋았죠.
박인규 :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물론 엘빈 토플러도 있고 존 네이스비트도 있지만, 자칫하면 구름 잡는 얘기일 수도 있고 무슨 근거가 있느냐.. 이럴 수도 있는데 나름대로 사회 흐름을 보는 본인만의 포인트랄까 그런 게 있으십니까?
김경훈 : 네. 가장 중요한 게 그 지점이겠죠. 미래학 같은 경우는 문명사적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큰 사회적 틀을 갖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실용적인 미래예측은 좀 더 가까운 근미래거든요. 그런데, 세계적인 미래학자들도 유행은 예측할 수 없다. 그건 그야말로 오늘은 오른쪽 귀걸이가 예뻐 보이다가 내일은 왼쪽 것이 예뻐 보이는, 변덕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가까운 유행도 아니지만 현재에 있는 어떤 징후가 미래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걸 확증할 수 있는.. 이런 방법은 없는가. 그래서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미국에서 시작된 게 트렌드워칭이라고 하는, 일정한 쏠림이 한 번 시작되면 그 쏠림은 금방 사그러들지 않더라. 제가 그걸 계속 연구하면서 주목한 것이 인간의 욕망이라는 거죠. 행위의 동기인 인간의 욕망은, 생존본능부터 시작해서 자아실현의 욕망까지, 굉장히 패러다임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고. 그것이 특정한 사회적 성향과 결합되면서 구체적 욕망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렇게 욕망으로 나타나면 한 5년에서 10년. 사실 트렌드에서 가장 유명한 분은 미국의 페이스 파콘이라는 분입니다. 그분은 전쟁이 일어나도 그 욕망이 변하지 않아야 트렌드라고까지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사회에서는 지금 트렌드 예측이 트렌드다. 이런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트렌드의 실용적인 미래예측이 방법론이 되고 있구요. 한국인을 바꾼 욕망이라고 하는 내적 동기가 있는가를 관찰하고 내적 동기가 시장에 나왔을 때는 소비자 니즈가 되고. 사회나 정치에 나가면 정치 또는 사회문화소비자로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런 관찰을 통해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 사회가 워낙 산업화도 40년 만에 해서 그런지 몰라도 80년대 이후로는 세대차이가 3년마다 혹은 1년마다 있다는 말도 있는데, 세대간 격차도 굉장히 크지 않습니까?
김경훈 : 90년대 2000년대 들어오면서 세대간 격차가 굉장히 커졌죠. 주기도 빨라지고. 최근에 제가 봤을 때 경향은 세대간 격차를 다시 종으로 쪼개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종으로 쪼갠다는 건, 예를 들면 60대 미시가 등장합니다. 미시는 아줌마인데 처녀 같은. 한 때 30대 미시, 이랬는데 지금은 60대 미시가 등장하고 있고. 오히려 나이차가 많이 나도 특정 성향을 가지고 종으로 묶이는. 그전의 세대는 나이차로 나뉘었다면 지금은 성향별로 다른 세대.
박인규 : 20,30,40대도 비슷한 유형이 나올 수 있다..
김경훈 : 그렇죠. 50대와 20대가 같은 취미와 성향을 가지면 같은 그룹으로 묶일 수 있게 되는.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가 성숙화 되면서 다양성을 가진 거라고 볼 수 있죠.
박인규 : 우리 사회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변하기 때문에, 사회 흐름을 좀 알고 싶어도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의 흐름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한 조언 같은 걸 해주시죠.
김경훈 : 트렌드 읽는 법을 트렌드워칭이라고 하는데요, 두 가지 '찰'자가 필요하다. 하나는 관찰, 또 하나는 통찰. 원래 찰이라는 글자가 제상에서 제사음식에 혹시 머리카락 하나라도 빠지지 않을까 관찰하는 걸 한자로 나타낸 거거든요. 그런 정도로, 사회변화에서 지금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사회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관찰된 결과들이 몇 개 모이면,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이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욕망일 수도 있고, 스마트일 수도 있고. 이렇게 키워드중심으로 관찰된 결과가 몇 개 모이면 그것들이 서로 맥락을 만들게 되고. 그게 통찰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 눈으로, 남이 만날 이야기해 주는 트렌드가 아니고 자기가 미래를 예측하는.
박인규 : 스스로 생각하고 유심히 볼 필요가 있겠네요.
김경훈 : 예. 그래서 관찰과 통찰이라는 두 가지 '찰'자 돌림을 유심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인규 : 2005년도에 한국트렌드연구소라는.. 아주 크지는 않겠지만 연구소를 만드셨어요. 연구소를 만드셨을 때에는 상당히 원대한 계획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을 좀 말씀해 주시죠.
김경훈 :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한국사회에 종횡으로 흐르는 다양한 트렌드를 지금까지 100여 개 정도 선정해 봤는데, 트렌드 지도를 만드는 게 제 꿈이구요. 또 한 가지는 트렌드 예측이 아직까지는 학문의 반열에 오른 것도 아니고 좀 실용적인 테크닉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논리성들을 훨씬 더 많이 부여해서 미래예측의 과학적 솔루션 형태로까지 만들어보고 싶고. 그걸 다른 분들과 트렌드워칭 아카데미 같은 형태라든가, 나누고 싶습니다.
박인규 : 우리 사회나 개인들이 좀 더 알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트렌드 예측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 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과 함께 2007년 트렌드 전망에 관한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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