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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털어 新나치 몰아낸 독일 소도시의 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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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털어 新나치 몰아낸 독일 소도시의 개가

"극우파 거점 될 수 없어"…정육점 주인 등이 모금 주도

"네오나치즘(신 나치주의) 반대 운동이 공동체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한 물 간' 공장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미국의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8일 네오나치주의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6개월간 연대투쟁을 벌인 독일 북부 소도시 델멘호르스트 주민들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그 무용담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네오나치 몰아내자"…인구 1만 도시에서 8000명이 모금 참여

실업과 빈곤 문제에 찌들어 애향심을 염두에 둘 새도 없었던 델멘호르스트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 시내 한 가운데 있던 슈타트 파크 호텔이 네오나치주의자인 위르겐 리거 변호사가 조직한 빌헬름 티예티옌 재단에 팔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리거 변호사는 극우극단주의자들을 비호하고 아우슈비츠 소장이었던 루돌프 헤스를 기념하는 행진을 매년 조직하는 등 적극적인 네오나치 운동으로 유명한 인물로, '순수 북방 백인종'을 위한 센터를 만들 목적으로 지난 1995년부터 독일 곳곳에서 부동산을 사들여 왔다.

슈타트 파크 호텔 역시 델멘호르스트 내 네오나치주의자들의 교육장소로 사용하는 동시에 일반 주민들의 생활에 네오나치즘을 침투시키기 위한 용도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 외로 격렬했다. 제일 먼저 팔을 걷어붙인 것은 정육점 주인들이었다. 델멘호르스트의 정육점마다 '나치에 대항하는 브라트부르스트(소세지의 일종)'를 팔기 시작했고 그 이익의 일부분이 호텔을 사기 위한 성금으로 적립됐다.

뒤이어 택시 운전사들은 팁 대신 성금을 받기 시작했고 인근도시 브레멘 소속 프로축구팀에서는 선수들이 사인한 운동복을 기증해 인터넷 경매에서 팔 수 있도록 했다.

그즈음부터 슈타트 파크 호텔 앞에서는 연일 항의시위가 열렸다. 인종차별에 기반한 네오나치즘에 반대하는 이슬람 신자들과 유대인들이 공동으로 시위를 하는가 하면 도시 반대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호텔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노조나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합류하는 바람에 많을 때는 한꺼번에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5개월간 델멘호르스트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금액은 120만 달러(약 11억 원)나 됐다. 인구 1만 명 도시에서 8000명이 모금에 동참한 결과였다.

여기에 시 당국이 돈을 보태 건물주가 원하는 400만 달러(약 36억 원)를 채웠고 마침내 작년 12월 20일 슈타트 파크 호텔은 시와 주민 소유가 됐다.

▲ 주민의 힘으로 네오나치세력을 몰아낸 델멘호르스트의 예는 극우단체의 폭력사태 등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유럽 전역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네오나치'로 골머리 썩는 유럽 전체에 신선한 충격


슈타트 파크 호텔을 네오나치주의자들에게 내주지 않기 위해 주민들이 벌인 연대 투쟁은 '부수입'도 남겼다.

공동체 의식이나 지역 자부심 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기존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지역 구성원들이 몰두해 소기의 목표를 성취해 낸 경험이 값질 뿐 아니라 모금을 위해 12번이 넘는 콘서트를 열었던 것도 분위기 쇄신에 한 몫 했다.

이제 델멘호르스트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유명한 도시가 됐다. 최근 들어 유럽 전체의 골칫거리로 부상한 네오나치주의자들이 그 세력을 확장하는 전형적인 방법이 슈타트 파크 호텔 같은 거점 건물을 사들이는 데에서 시작하는데 이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극우극단주의를 연구해 온 하조 푼케 베를린 자유대 교수는 "극우단체들은 이런 건물을 통해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확장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합법화 해 나간다"고 분석했다.

독일 내무성 집계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8월까지 7개월간 극우단체가 연루된 범죄가 8000여 건이었는데 2005년에 비해서는 20%, 2004년에 비해서는 두 배가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유럽내 네오나치를 비롯한 극우단체의 급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델멘호르스트 주민들의 개가는 이들의 전형적인 침투 수법을 주민들의 힘으로 저지한 상징적인 예로 유럽 전역에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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