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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언론, 누가 누구를 탄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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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언론, 누가 누구를 탄압하나

김영길의 '남미리포트'<227> 차베스의 정치적 언론숙청(2)

베네수엘라의 보수 우익 언론매체인 RCTV의 면허취소 파장이 베네수엘라 언론계는 물론 중남미 전역 언론계를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필자의 '남미리포트' 226회 참조)

중남미 지역의 재벌언론들은 이 사태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차베스 대통령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현지의 진보적인 언론계는 언론권력의 횡포를 추방하는 것이라며 차베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친(親) 차베스계 언론들은 "차베스가 오히려 보수 우익 언론들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고 주장하면서 RCTV와 차베스 간에 얽힌 지난 악연들을 재조명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베네수엘라의 유력일간지 <울띠마 노띠시아>의 편집인 디아스 랑헬은 "차베스 대통령이 밝힌 RCTV의 면허갱신 허용 불가 선언은 언론의 표현 자유를 해치는 게 아니라 베네수엘라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지극히 합법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랑헬 편집인은 같은 날 국영 VTV에 출연해서도 "RCTV의 보도행태는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 합법적인 정부에 대한 적대행위로 명백한 정치활동이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이어 "차베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02년 반정부 쿠데타와 2002~2003년 정유 산업노동자들의 총파업 때 보인 RCTV의 보도행태에 대한 괴씸죄에 해당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채널권 면허 갱신 불허가 RCTV의 문을 닫게 하자는 게 아니니 만큼 정부와 RCTV 측이 서로 시간을 두고 합당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 언론권력 추방에 나선 우고 차베스 대통령 ⓒ베네수엘라 정부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 언론계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글로보비시온과 RCTV, <엘 나시오날> 등의 보도행태는 차베스 정권에 대한 비판의 한계를 떠나 탄압에 가까운 횡포를 일삼아 왔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2002년 '3일 천하'로 막을 내린 반차베스 쿠데타 당시 RCTV는 광범위한 여론몰이를 했음은 물론, 쿠데타 주도세력인사였던 나폴레온 부라보가 조작된 차베스 대통령의 사임 발표문을 낭독하는 장면을 단독 방영했던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조작된 차베스의 사임 발표문은 당시 라 오칠라 섬에 불법 감금된 차베스의 제거를 합법화시키고 친차베스계 군부세력들과 시민들의 차베스 복귀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RCTV와 쿠데타 세력이 합작, 베네수엘라 국민들과 세계언론들을 속인 희대의 사기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RCTV가 단독 방영한 '차베스의 사임 발표문'이라는 이 문건은 차베스의 서명은커녕 차베스가 이 문건을 읽어보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RCTV는 납치된 차베스가 강제사임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차베스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조작된 사임서를 방영함으로써 여론조작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더욱이 RCTV는 쿠데타 실패로 차베스의 복귀가 확정된 뒤에도 차베스의 근황이나 차베스 지지자들의 전국적인 환영 모습은 일체 보도하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와 '톰과 제리' 등 만화영화를 재방송하는 것으로 24시간 화면을 채웠다.

또한 차베스 축출을 위한 제2의 쿠데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석유산업노동자 총파업 때 보여준 RCTV의 편파적인 보도는 언론매체이기를 포기하고 반정부 정치 세력임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차베스의 사임을 요구하며 2개월 가까이 지속된 총파업기간 동안 이들 언론매체들에게 모든 뉴스를 장악 당한 차베스 정부는 베네수엘라는 물론 전세계에 자신들의 입장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반차베스계 언론들은 차베스의 사임을 요구하는 파업주동자들의 입장만을 대서특필해서 보도하고, 파업 주도세력들이 제작한 반정부 홍보물들을 무제한적으로 무료방영·게재하게 해주었지만, 차베스 정부의 입장은 철저하게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4년 국민소환 투표 당시에도 이들 보수 우익 언론들의 차베스에 대한 탄압은 계속됐다. 이때에도 야권의 반차베스 주장들은 대서특필해 주고 각종 반정부 광고까지 무료로 방영해 준 반면 차베스에 관한 보도는 철저히 차단하고, 심지어는 정부가 요구하는 유료광고의 방영과 게재는 거부했다는 것이다.

"언론탄압 명분은 악어의 눈물일 뿐"

콜롬비아 현지 언론인 오라시오 두께는 베네수엘라 RCTV채널권 면허갱신 불허 사태를 이렇게 평가했다.

"재벌기업의 소유주이자 RCTV 사장인 마르셀 그라니어는 '예술적인 거짓말'의 달인이다. 그는 금권주의를 통해 베네수엘라 전체를 자신의 소유로 삼으려는 야망을 가진 정치가이며, 자신의 정치적인 야욕을 채우기 위해 '언론탄압'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악어의 눈물'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보라, 천하의 차베스도 지금까지 어찌하지 못한 인물이다. 차베스가 (정말로) 언론탄압을 했더라면 그가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에서 무소불위의 파워를 자랑하며 차베스 정권을 핍박했었겠나. 그라니어는 베네수엘라 내에서 차베스를 몰아내고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거대 언론권력 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언론자유를 내세운 그의 거짓말은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중남미 현지여론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자유를 위한 국경 없는 기자협회(RSF), 국제 라디오 텔레비전협회(AIR) 등 국제 언론기구들은 "차베스 정부가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인 언론매체들과 그 구성원들에 대한 탄압이 있어 왔음이 보고되고 있었다"며 베네수엘라의 RCTV 사태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3일 RCTV의 면허갱신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3가지의 새로운 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고위직을 제외한) 임직원 명의로 조합형태를 조직해 새로운 면허 갱신을 신청하는 방법, 채널권의 소유를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로 개정하는 방안, 뉴스방영을 포기하고 오락프로그램에 전력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또한 차베스는 최근 RCTV가 공중파 채널을 포기하고 유선방송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한결 완화된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지금까지 독점된 언론들로부터 자신이 정치적인 탄압을 받아 왔지만 그래도 국제 사회로부터 '언론탄압'이라는 비난은 면해보자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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