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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 '정지작업'에 스스로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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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 '정지작업'에 스스로 발목 잡히나

'휘발성'만 높았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발언

"인도적 지원의 개념과 운영원칙을 새롭게 정립하고 다각화해야 한다." (12월 28일 언론브리핑)
  
  "북의 빈곤에 대해 3000억 불 수출국으로서, 세계경제 10위권 국가로서, 또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2일 신년사)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대북 지원 재개를 위한 군불을 때고 있다. 지난달 말 첫 언론브리핑에서는 "모든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지원) 재개의 방법들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가겠다"더니 신년사에서는 '북한의 빈곤'이란 보다 넒은 개념을 들고 나왔다.
  
  보수언론들은 즉각 반응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따른 쌀·비료 지원 재개가 운위되던 지난해 11월 조선일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호처럼 날랬다.'
  
  조선일보는 3일 1면 톱기사와 3면 해설기사로 이 발언을 다루며 '쌀·비료를 넘어 파격적인 지원의 밑그림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1면과 6면에서 '빈곤 문제도 북한 핵 실험의 한 원인'이라는 이 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본말이 전도됐다'고 몰아붙였고 사설을 통해 또 한 번 비판했다.
  
  조간신문을 숙독하고 나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빨간 페인트'를 들이부었다. 정형근 의원은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주사파의 전형" "북한의 요구에 의해 임명된 장관"이라는 말을 쏟아 놨다. "파격적인 대북지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조선일보의 분석을 자기 얘기인 양 말하기도 했다.
  
  이재오 의원은 "대남방송을 듣는 기분"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피력했고, 전여옥 의원도 "친북좌파가 아니라 김정일좌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공격 들어올 줄 몰랐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중단된 쌀·비료 지원이나 핵실험으로 멈춘 수해 지원을 재개하기 위한 이 장관의 행보는 이로써 뭐 하나 해보지도 못하고 정쟁의 미로 속을 헤매게 됐다.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이날 국정브리핑 부처의견란에 "우리의 도덕적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이나 구체적인 대규모 대북지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발언이 원론적인 것일 뿐이었다는 이같은 해명은 이미 '정쟁의 회로' 속에 빨려 들어간 상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의 공격이 옳고 그름을 떠나 불필요한 발언으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해명과 공방으로 시간을 보냈던 전철을 또 다시 밟고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쌀·비료 지원을 미사일 발사에 연계시킨 것은 인도적 지원과 포용정책의 기본도 모르는 결정이라며 맹비난했던 한 전문가는 "이왕 끊은 이상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면서 "그런데 하지 않아도 될 말로 북한에는 모호한 메시지를 던지고 남한 내에서는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대선에서 북풍(北風)이 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한나라당은 북한에 대한 정부의 어떤 움직임에도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그걸 감안해 정말 지원을 하고 싶다면 당분간은 가만히 있는 게 더 낫다"고 주문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의지와 전략의 빈곤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검토하면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즉각 반발해 결국 무산되고 마는 여론의 작동방식을 모를 리 없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 스스로 발목을 잡힘으로써 남북문제를 국내정치적인 논란거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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