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4명이 도로매설폭탄에 숨졌다. 이로써 2003년 3월 이라크 전 개전 이후 미군 전사자 수는 2976명으로 집계됐다. 9.11 희생자 수인 2973명을 넘어선 숫자다.
이에 앞선 24일에도 바그다드에서 미군 6명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해 이라크 내 미군들은 '씁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다. 12월 한 달에만 이라크 내 미군 총 93명이 비슷한 이유로 죽어 나갔다.
부시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세력 알카에다의 자살폭탄 테러로 9.11 테러가 발생하자 "테러의 위협에 미국과 전 세계를 방치할 수 없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혐의를 물어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전쟁 장기화와 이라크 내 종파간 분쟁이 겹쳐 '테러와의 전쟁'으로 희생된 미군의 수가 테러 희생자 수를 넘어서는 역설적인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라크 전쟁이 부시 행정부의 '자충수'였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버먼트 주 미들버리 대 정치학 교수인 에릭 데이비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대중들은 곧 언론이 지적하는 그 상징적 숫자의 의미를 알아차릴 것"이라며 미군 사망자 수의 '정치적 함의'를 강조했다.
이미 이라크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고집은 대중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졌다. 10월 조사와 비교했을 때 6%나 더 떨어진 것이다. 전쟁에 관한 한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에 대한 미국인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너무 늦기 전에 자기반성의 기회를 가지라는 여론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데이비스 교수는 "연초에 발표될 이라크 관련 연설에 주목해야 한다"며 "해가 바뀌어서도 이라크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부시 대통령은 정말 어떠한 '정치적 자산'도 남기지 못한 채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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