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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회, 과연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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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회, 과연 무엇을 남겼나?

[기자의 눈]해도 너무한 '습관성 장기파행 증후군'

2006년 국회는 '장기 대치의 상습화'라는 불명예스런 전통을 세운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올해 국회는 사립학교법으로 시작해 사립학교법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문제도 청와대의 임명(8월16일)에서 지명철회(11월27일)까지 석달 열흘을 끌었다.

쟁점법안에 여야간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법안들이 연쇄 파행되는 일이 당연시되는 풍조가 만연한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여야는 이 점에 대해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

사학법,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적대적 공생

지난해 12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열린우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시작된 사학법 대치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 2월 임시국회도 역시 사학법 대치 정국이 테마가 될 공산이 매우 높다.
▲ 텅빈 본회의장. 사학법 대치, 전효숙 사태 등을 거치며 여야는 본회의장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뉴시스

현재 맞부딪히고 있는 지점은 '개방형 이사제' 문제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게 개방형 이사제 문제를 가볍게 절충하라고 주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국회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새인가 한두 달 장기 교착이 자연스러운 일인 양 받아들이게 된 감이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올 한 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들고 나왔다. 비정규직 관련법,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사법개혁 관련법, 국방개혁기본법 등 그때그때의 다른 쟁점 법안들을 연계시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사학법과 한번 고리가 걸린 법안들은 처리기간이 턱없이 늘어지거나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의 이견이 거의 없었던 국방개혁기본법은 애초 국방부가 입법시점으로 예상했던 2005년 9월을 훌쩍 넘어 2006년 12월에야 처리됐다. 2005년 6월 국회에 상정된 금산법도 1년 반이 지나 지난 22일에야 본회의를 간신히 통과했으나 애초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시키자는 취지에서 크게 후퇴한 누더기 법안이 된 뒤였다.

더욱이 여야가 개방형 이사제를 둘러싸고 실질적인 정책 공방을 벌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양당 공히 보수 종교계와 사학재단의 눈치를 보느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만한 결정적인 행동을 미뤄온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법안에 대한 '진정성'이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 논리가 사학법 정국을 휘감고 있다는 의미다.

'상습적 장기교착'과 '벼락치기' 법안처리 반복
▲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 달 14일 오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상습적 장기교착'은 8월 16일부터 11월 27일까지 석 달 열흘간 진행된 전효숙 사태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애당초 헌재소장 지명 과정의 절차적 문제로부터 불거진 이 사태는 '타협 불가능한' 정책적 차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있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 정기국회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다름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전효숙 후보자에 대한 지명절차의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9월 6일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두 번에 걸쳐 본회의장을 점거해 다른 법안처리까지도 무산시켜버렸다.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이 한때 3000건에 육박하는 등 각종 불명예 기록을 경신한 이유 가운데에는 사학법, 전효숙 대치가 큰 몫을 했다.

결과적으로 전효숙 지명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이끌어낸 것을 '승리'라고 판단했는지 한나라당은 비슷한 시도를 여러번 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 송민순 외교부장관, 정연주 KBS 사장 등 인사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내년 대선에 눈이 먼 '생색내기' 국회

이러한 장기교착-비효율의 악순환에서 그나마 여야가 합의 처리했다고 자랑하는 법안들을 들춰보면 가관이다. 무언가 일하고 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 여야가 제물로 삼은 법안은 비정규직 관련법안, 노사관계 로드맵 관련법안 등이었다.

지난달 30일 임채정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통과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열린우리당의 '성과주의'와 한나라당의 '보신주의'가 합작한 결과였다. 양당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반발을 얼마나 귀 기울여 들었으며, 과연 사학법 만큼 '치열하게' 논쟁했는지 스스로 따져볼 일이다.

연말마다 반복되는 졸속 법안처리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열린우리당이 벼락치기 당론을 만드느라 바빴던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문제가 대표적인 코미디다. 당초 2007년까지 자이툰 부대의 철군계획 프로그램을 명시하도록 한 수정 동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던 우리당은 국방위 논의과정에서 스스로 이를 부정해 버리고 정부 원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2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택시 LPG 특별소비세 면제 관련 조특법 개정안 수정안을 기습 상정해 대선을 앞두고 택시 기사들의 표를 끌어보려는 한나라당의 '무리한 욕심'과 자당이 제출한 원안과 수정안을 혼동한 일부 여당의원들의 '어리버리함'이 합쳐진 결과였다.

내년이 더 걱정

여야 의원들 한 명 한 명의 말을 들어보면 다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소신을 강조한다. 그런데 모아놓고 보면 죄다 대선판의 졸(卒)처럼 움직여 왔다. 따지고 보면 사학법, 전효숙 파동 등은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의 전초전이었다.

내년엔 대선이 있다. 입법부의 권한이 행정권력 쟁탈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일이 불 보듯 뻔하다. 해가 바뀐다고 여야가 사학법 문제를 대승적으로 해결해 낼 수 있을까? 이들이 17대 국회의 마지막 해에 스스로 입법권을 포기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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