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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의 불법행동 입증할 자료 안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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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의 불법행동 입증할 자료 안 내놨다"

北 김계관, 동결 대가로 '경수로·중유 요구'도 시사

미국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금융제재 실무회의에서 북한의 불법행동에 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말했다.

김 부상은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를 마치고 북한으로 향하던 지난 23일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북미 실무회의에 대해 "형식적인 만남이었다. 미국은 우리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북미 금융제재 실무회의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인 북한 자금의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다. 오광철 북한 조선무역은행 총재와 다니엘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양국의 대표단은 지난 19일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20일에는 북한대사관에서 총 8시간 동안 만나 BDA 문제를 논의했다.

김 부상은 이 회의가 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가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면 6자회담을 안 하겠다"고 하니까 (6자회담 미국 대표단이) 억지로 (재무 전문가) 몇 명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에 대해 "미국이 애국법 311조 얘기를 하면서 금융제재는 법적인 문제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만 강조했다"고 밝혔다.

애국법 311조는 미 재무부가 지난해 9월 12일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근거가 되는 법조항이다. 미 재무부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BDA의 계좌 인출 사태와 금융시장 혼란을 우려한 마카오 금융당국은 북한 관련 계좌 50여 개에 약 2400만 달러를 동결했고 이 과정 전체를 통상 '미국의 금융제재'라 부른다.

'증거와 해명' 보다 '제도와 경위 설명'에 치중한 듯

베이징 금융 실무회의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부상의 언급으로 볼 때 미국은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해법을 찾기 보다는 금융제재의 법적 근거와 조사 경과 등을 설명하는 데에 치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9 북미 금융제재 실무회의가 열린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정문에 중국 공안(경찰)이 지켜서있다. ⓒ프레시안

한편에서는 미국이 금융제재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동결하거나 해제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마카오 당국이라는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미 재무부가 향후 BDA 조사결과를 마카오 당국에 통보하면 합법성이 인정된 북한 계좌의 해제는 계좌주인과 마카오 당국이 협의해 처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북한은 '동결 계좌를 무조건 풀라'는 요구를 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금융제도와 관행 및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증거 제시가 없었고 따라서 북한 역시 그에 대한 해명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양측의 실무자들끼리 면식을 트고 후속 협의의 기반을 닦는 기회 정도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인다.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회의가 끝난 20일 "진전을 이루려면 좀 더 생산적이고 유용해야 한다. 이제부터 불법금융 우려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해 향후 심도깊은 논의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또 차기 금융 회의에 대해 다음 달 뉴욕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계관 부상은 "뉴욕에 갈 생각은 없다.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며 베이징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 건설 요구했다"

김 부상은 차기 6자회담에 대해 "금융제재 해제 문제가 잘 풀려야 한다"고 말해 '제재 해제가 선결조건'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따라서 차기 6자회담은 내달 열리는 2차 금융 회의의 추이에 따라 개최 여부와 날짜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상은 이어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핵활동을 동결하는 게 아니라 핵 동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미국은 너무 많은 욕심을 내 금융제재 해제 하나로 단번에 핵 동결을 얻으려 하는데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0일 금융제재 해제라는 조건이 성숙되면 북한이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부상은 또 이번 6자회담에서 원자로 가동 중단 등 핵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 건설을 요구했다며 "원자로는 경제적인 목적과 군사적인 목적 두 가지로 쓰이기 때문에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면 경제적 상응조치로 경수로가 제공돼야 한다"며 "경수로 건설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건설 기간 중 대체 에너지가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은 핵 동결(영변 원자로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수용)에는 서면 체제 안전보장을, 핵시설 신고에는 경제적·인도적 지원이라는 '상응조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김 부상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동결에 따른 경수로 제공과 경수로 건설 완료 시까지의 중유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동결에 따른 체제안전보장이 '행동 대 행동'이 아닌 '행동 대 말'에 불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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