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운찬'보다 '멍석'에 촉각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 VS "통합신당에서는 안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범여권의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열린우리당 각 계파는 일단 반가움을 표했다. 다만 정 전 총장을 껴안기 위해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 과정에서 어떤 멍석을 깔아야 하느냐에 대해선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우군 늘어난 것은 환영"
  
  김근태 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의원은 21일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와 정체성을 같이하는 분들이 많이 참여할 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당에 부각되는 대선후보가 없고 당 지지도도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의원들이 '정운찬 대안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내년 대선에서 화두가 될 경제 공부한 경제학자라는 점과 서울대 총장으로서 행정 경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정 전 총장의 부각으로 인해 김근태, 정동영 등 기존 대권주자들의 입지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급한 시나리오"라며 "무엇 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고 앞으로 나아갈 과정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했다.
  
  당내 중진의원들의 모임 '광장'의 오영식 의원도 "정 전 총장의 정치철학은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이라는 우리의 목표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정치적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니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장'과 함께 중도파를 자임하는 '처음처럼'의 최재성 의원은 '정운찬 대안론'이 거론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물론 정 전 총장이 후보로 나선다면 나쁠 것 없지만 사실 반한나라당 후보가 하나 더 늘었다는 수준에서 반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 전 총장의 철학이 무엇인지 공론화 된 것도 없고 우리당이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판국이다"고 지적했다.
  
  친노 "멍석이 통합신당이어서는 안된다"
  
  친노 그룹인 의정연구센터의 이화영 의원도 "외부인사가 참여한다는 의사표시에는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외부 인사가 뛰어들도록 깔아주는 멍석이 통합신당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지금처럼 김근태계, 정동영계, 고건계 등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선 정 전 총장도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뽑고 김근태, 정동영 등과 동등한 위치에서 정 전 총장이 경쟁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좀더 오픈 프라이머리를 개방적이고 공개적으로 시행하도록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근태 의장이 정 전 총장을 지지한다는 관측에 대해 그는 "김 의장이 누군가를 미는 것은 자유지만 지금 상황에서 김 의장이 민다고 되느냐"며 "우리는 정치적 협의와 합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그런 사고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