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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과학기술개발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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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젠 과학기술개발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21] 캘리포니아주립대 의약품개발과학센터 이형기 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황우석사태가 불거진 지도 어느새 1년여가 지났습니다. 논문조작이 밝혀진 당시... 충격에 휩싸였던 과학계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한국 과학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 모두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뼈아픈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는데요. 당시, 미국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는 엄청난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논문조작의혹이 제기됐다면 당연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과학계가 해결해야할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이형기 교수가 최근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부가 내년에 시행하려고 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문제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분교 워싱턴센터의 이형기 교수를 초대해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책을 어떻게 보완해야 되는지 또, 황우석 사태 이후 외국과학계가 한국과학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재미 과학자 이형기 교숩니다.

이형기 교수는 1962년 서울출생으로 1988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공군 서울병원장, 한국 MSD 임상연구실장, 종근당 임상의학연구실 이사 등을 지냈습니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타운의과대학과 피츠버그의과대학 임상약리학 조교수를 거쳐 지난 2004년부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분교 워싱턴센터의 부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개인적으론 작년 겨울에 한 번 만나 뵙고 1년 만이네요. 한국에 들어오신 게 언제죠?

이형기 : 3일 전입니다.

박인규 : 피곤하지 않으세요?

이형기 : 많이 피곤한데 일정이 아주 잘 짜여 있어서 거기 적응하다 보니 피곤한 것도 잊고 지냈습니다.

박인규 : 작년 11,12월에 황우석 사태가 굉장히 국내에서 커다란 국민적 논란이 됐을 때 이형기 교수가 여러 가지 글을 많이 쓰셨는데. 그 당시에는 피츠버그의대에 계시다가 지금은 UCSF라고 보통 하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 분교로 옮기셨는데

이형기 : 지난 9월 1일자로 UCSF 약학대학에 워싱턴센터. 워싱턴 센터는 의약품개발과학센터를 의미하는데 거기에 새로운 디렉터로 임명받고 약학대학 부교수가 돼서 적을 옮기게 됐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한국에 오셔서 어떤 포럼에 참가하신다고 들었는데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이형기 : 제가 한국에 온 것은 '약과 건강사회'라는 포럼의 창립준비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 이 포럼은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문옥륜 교수와 연세대학교 이규식 교수.. 두 분 다 보건정책의 전문가들이십니다. 이 분들이 준비하시는 '약과 건강사회' 포럼에 참석하게 된 것인데 이 포럼은 그동안 약과 관련해서 개개 학문분야의 학자들이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일해왔지만 그 분들이 한꺼번에 한 자리에 모여서 약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 정책의 타당성을 논의할 기회는 거의 없었거든요. 이렇게 좀 다양한 학문분야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학문과 학문 사이의 대화를 추진하는데 초점은 약이 되겠죠. 거기에 제가 특히 올해 한국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됐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서 외부자 입장에서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얘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오게 됐습니다.

박인규 :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는 건, 쉽게 말해 정부에서 비용대비효과가 좋은 약품만 골라서 건강보험을 적용해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의 재정부담도 줄인다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형기 교수께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비현실적이랄까, 말하자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형기 : 저는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그 정책 자체가 갖고 있는 의도나 목적 자체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무엇보다 비용효과적인 국민들의 의약생활을 통해서 국민건강도 증진하고 보험재정도 절감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자는 것이 이 정책의 초점인데, 문제는 현재 드러난 정책을 볼 때는 의약품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 집단 중에서 특별히 의약품의 공급자.. 즉 제약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일단 이 정책이 갖는 출발부터의 생래적 한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구요.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고...

박인규 : 제약기업에 초점을 맞춘다는 건 기업들을 봐준다는 의미입니까? 옥죈다는 의미입니까?

이형기 : 옥죈다는 거죠. 왜냐하면 의약품 가격을 낮추도록.. 약제비 적정화라고 해서 모든 걸 조정해서 가장 적정한 선에서 맞추자고 했는데 본질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약가를 통제하고 줄이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서죠 물론.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고 이름은 그렇게 붙였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주로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고 절감시키는 쪽으로 맞춰져 있는데, 그런 정책수단 자체가 의약품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집단 중에서 특별히 의약품 공급자인 제약기업 쪽에만 편향돼 있다는 것이 일단 이 정책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출발상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쉽게 말하면 제약기업에 압력을 가해서 약값을 올리지 말라고 하면 약값은 내려갈지 몰라도 이른바 건강증진, 치료효과 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건가요?

이형기 :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보험공단이 지불해야 되는 약제비는 줄지 모르지만 국민 전체의 총 약제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고, 그것은 유럽의 다양한 약가통제를 실시했던 나라들의 경험적 증거들이 뒷받침하고 있구요. 또 사회자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약제비를 줄여서 국민건강이 증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러 가지 경험적 증거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습니다.

박인규 : 건강보험의 재정지출은 줄지 모르지만 국민 개개인이 지출하는 약값은 늘어날 수 있다...

이형기 : 그리고 국가 전체적으로 봐서도 약제비가 증가될 수 있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건 왜 그렇죠?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주시죠.

이형기 : 한 국가의 총 약제비 지출은 약가에 국민들의 총 의약품 소비량을 곱한 것입니다. 약가를 줄이고 통제하면... 경제학의 가장 기본원리인 수요공급에 따르면 가격이 떨어지면 더 많은 소비가 촉진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그걸 통해서 국가 전체의 약품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유럽 각국, 그 중에서 특별히 프랑스나 그리스, 스페인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약가를 통제해온 나라들의 경험적 증거들이 약가를 낮출수록 의약품 전체 소비량이 증가했다는 증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인규 : 프랑스나 스페인에서는 약가를 통제했더니 전체 약값소비가 늘었다...

이형기 : 예. 예를 들어 프랑스는 유럽 전체 약가를 100으로 잡았을 때 의약품 가격지수가 한 50정도 밖에 안 되는데 1999년.. 약간 옛날 데이터긴 합니다만 1인당 의약품 소비량 지출이 한 680불 정도로, 실제로 약가를 통제하지 않았던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 비해서 4,5배 이상 1인당 약제비 지출이 올라갔고 약가를 높게 잡은 나라보다 약가를 낮춘 나라들이 GDP대비 약제비 지출이 늘었던 경험적 증거들을 통해서, 제가 말씀드렸던 그 얘기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약값이 싸니까 마구 쓴다는 겁니까, 약값이 싸니까 약효가 떨어져서 많이 먹게 되는 겁니까?

이형기 : 글쎄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요, 의약품은 다른 일용품과 달라서 수요에 대한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걸로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의약품이 필요하면 쓰는 것이고, 탄력성이 무척 낮다는 것도 여러 가지 증거들이 있고. 또 소득이 증가했을 때 그에 따라 의약품 소비량이 느는 것은 가격에 대한 탄력성보다 훨씬 높아서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의약품 소비량이 많이 늘어나구요. 어쨌든 가격만 초점을 맞춰서 낮추면 전체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가격을 낮추게 되면 그것이 보다 많은 소비량으로 연결돼서 총 약제비 지출은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이 제가 주장하는 근거가 되겠습니다.

박인규 : 어쨌거나 우리 정부에서는 내년 1월부터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할 예정으로 돼 있거든요.

이형기 : 저도 그렇게 알고 있고 지난 달 규제개혁위원회를.. 복지부 원안이 거의 그대로 통과돼서 제도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형기 교수께서 생각하시는 적절한 가격의, 또 국민건강에도 증진되는 약제비 관련 방안이 혹시 있는 겁니까?

이형기 :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워낙 많은 부분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만 관련해서 볼 때는 일단 정부가 약가를 통제해서 약제비 전체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접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서 의약품 가격은 줄이고 약제비 지출 자체는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국민건강의 신변위협, 국가 전체로 봐서도 산업기반을 잠식할 수 있는 여러 부정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된다는 겁니다. 여러 가지 경험적 증거들이, 의약품을 예로 들어서 지금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실시되면 일단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약들은 신약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허가를 받아서 사용되고 있는 약품들은 이 제도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신약 자체는 다른 약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입니다. 따라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서 약제비 지출감소를 달성하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약이 초점이 될 수밖에 없죠. 여러 가지 많은 얘기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신약, 특히 고가의 신약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권 자체가 제약을 받을 거라는 걸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많은 경험적 증거들, 통제된 환경에서 실시된 연구들이 의약품 중에서 신약을 사용하면 약제비 지출은 증가하지만 약제비 외의 다른 의료비용, 예를 들어 재택치료나 입원, 내원, 기타 응급실 방문 등에 사용되는 의료비는 낮춰 줘서 오히려 국민 전체의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는 보고들이 많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형기 교수님 생각은 정부가 제약기업에 대해서 약제비 부분을 인하하라고 하거나 통제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겁니까?

이형기 : 저는 그런 입장을 갖고 있구요. 제가 기본적으로 정책입장에서, 시장경쟁주의, 지장주의, 자유주의자적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렇긴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제를 가하면 일단 통제받는 대상의 목표는 쉽게 달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 영향이 부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사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한미FTA에서도 엄청난 논쟁거리고, 또 신약 하면 우리나라 제약기업은 거의 없고 주로 미국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신약개발 이런 거 하면 사실 미국을 도와주는 거 아니냐. 특히 이형기 교수가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시니까 미국측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형기 : 정확한 지적이시구요. 사실은 이번에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관련해서 국내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공청회, 제도개선을 위한 모임들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얘기들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국가의 이익, 특히 국민과 관련해서 외국에서 국가정책을 갖고 이래저래 간섭하는 걸 지켜내려는 쪽으로 연결해서 많이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과잉민족주의라고 할까요? 또는 포퓰리즘이라고 할까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생각할 때 미국의, 주로 전 세계 제약기업의 선도적 위치에 있는 나라가 미국이니까. 또 미국이 FTA를 통해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서... 특히 선별등재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으니까 그렇게 얘길 하는데,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약제비 적정화 방안 또는 의약품 관련 정책의 기본은 본질적으로 한 나라의 보건의료자원을 운영하고 배분에 관한 원칙을 논의하는 겁니다. 물론 배분 자체는 정치적인 행위지만 그 정치적인 행위라는 사실 때문에 정책의 과학적 타당성, 근거들이 무시되고 다른 의제에 의해 휘둘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록 이런 얘기들이 지금 당장은 미국의 이익이나 서구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전혀 부끄러움이 없구요.

박인규 : 말씀하신 중에 프랑스나 스페인 등은 약가를 통제해서 별로 효과를 못 본 나라라고 하셨는데, 혹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좀 제대로 시행해서 약값도 통제도 하고 국민건강증진에도 기여한 모범적 사례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까?

이형기 :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오랫동안 이 제도를 시행해 온 나라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호주가 있는데, 호주는 우리나라가 실시하려고 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의약품 선별등재라든가 비용효과분석 또는 약제비 통제 등을 오랫동안 실시해온 나라입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의약품 관련해서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 집단이 다양하게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약제비를 지출하게 되면 그것이 결국 국가에서 신약개발을 하려는 제약기업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한 나라의 산업기반 자체가 잠식될 가능성이 많고, 실제로 호주의 예가 그런 것들을 보여줍니다. 호주는 오래 전에 이미 의약품 가격을 매길 때 기본적으로 생산가격 이외 다른 것들을 보상해 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의약품을 개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약품이 갖고 있는 것은 물리 화학적 성상, 다시 말해 생산 단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게 아니라 의약품에 담겨 있는 정보에 대한 가치를 지급해 주는 거거든요. 의약품 개발 전문가들은 흔히 이런 얘기를 합니다. 만일 정보를 사시면 약은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다시 말해 의약품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갖는 물적 화학적 성상이 아니라, 다시 말해 생산단가가 아니라 정보. 특히 다양한 임상개발을 통해서 환자의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들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호주의 예로 돌아와서 호주는 생산단가 이외에 다른 것들을 보전해 주지 않았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제약산업이 많이 침체됐다?

이형기 : 실제로 호주 같은 경우는 제약기업들이 거의 거기서 잘 적응을 못하니까, 지금 호주 자국 내 시장의 매출을 담당하는 것은 거의 다국적 기업들입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들은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자면, 재정부담뿐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의 발달이나 국민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재정부담 경감 쪽으로만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씀이시군요?

이형기 : 예. 또 한 가지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는데, 물론 사회자께서 지금 말씀하신 것이 전적으로 옳은 내용이고 제가 주장하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의약품 관련 정책,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포함해서 정책의 중심은 제품이 아니라 환자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실시되면 어떤 제품이 환자의 건강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특히 보건의료인들에게 전달됨으로써 보건의료의 기본신조인 환자에 대한 충실함 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같은 방침이 계속되면 환자의 치료보다는 비용이 덜 들어야 된다는 쪽으로 갈 수가 있다.

이형기 : 예. 그런데 그 것이 과연 누구의 비용이냐 하는 것이죠.

박인규 : 지금부터는 작년 황우석사태 얘기 좀 해보죠. 작년에 사실 이형기 교수님 글이 저희 프레시안에 많이 나와서 얘기하기 쑥스럽긴 한데, 작년에 글 쓰시면서 대단한... 심지어 자녀분들을 해코지 하겠다는 위협, 협박도 받으셨는데 지금도 그런 게 많이 있습니까?

이형기 : 한국사회를 흔히 냄비근성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제 경험을 통해서 정말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혀 없어졌고, 없어진 것도 아주 극적으로 없어졌습니다. 그런 얘기는 요즘은 더 이상 듣고 있지 않습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사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건 기대도 많았고, 그게 말하자면 거짓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실망도 많이 했는데. 또 어떤 분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야 되겠다, 한국 과학연구의 신뢰성을 높이자고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한국과학계의 움직임에 대해서 외국과학계는 어떻게 평가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형기 : 이 사태에 대해서 한국과 동일시해서 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고. 미국에서도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런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기도 했고. 그래서 그 사태 이후로 한국과학계에 대해서 부정적 견해를 갖거나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지난 9월 서울에서 세계제약의학회가 열렸는데, 거기서 서울의대의 김옥주 교수께서... 김옥주 교수는 의학연구와 관련해서 윤리 등을 연구하시는 분인데, 그 분이 황우석 교수 사태 전반에 걸쳐서 한국사회는 어떤 대응을 했고, 정부는 어떤 잘못을 했고 또 어떻게 교정하려 했는지. 또 프레시안으로 대표되는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아주 소상하게 발표했는데, 학회에 참석한 많은 외국 분들, 주로 의약품 개발에 관련된 과학자들이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 한국 사회에 보여준 자정기능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을. 발표가 끝난 다음에많은 외국 학자들에게 둘러싸여서 김옥주 교수께서 질의응답을 하셨거든요. 제가 그걸 보면서, 물론 그 사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그 사태를 정리하고 처리해 가는 과정에서 한국사회가 나름대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작년 당시에 어떤 누리꾼이 그런 글을 올렸습니다. 우리들은 잔인한 진실보다는 몽롱한 환상을 원한다. 왜 환상을 깼느냐. 쉽게 말해, 황교수님 연구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냥 놔뒀으면 엄청난 황금알을 낳는, 그 분야에서 선점을 했을 텐데. 우리가 줄기세포 연구에서 많이 뒤떨어지게 생겼다는 불만도 아직 있으신 것 같아요. 줄기세포 분야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건지. 또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건지.. 어떻게 보세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이형기 : 저는 줄기세포연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드러난 것으로 봐서는 황우석 교수께서 갖고 있는 기술 자체는, 글쎄요..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거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박인규 : 심하게 얘기하면 젓가락기술 밖에 없다?

이형기 : 그렇게까지 말씀드리고 싶진 않습니다만, 드러난 것은... 사실 자료나 기타 여러 가지 것들로 입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몽롱한 환상 부분에 동의합니다만 문제는 몽롱한 환상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데 있고. 결국은 그런 것들이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더 큰 상실감을 맛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적절했다고 생각하고, 특히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과학기술 자체는, 튻히 줄기세포 연구 분야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도 다른 연구소나 이런 곳에서 하고 있고, 그래서 비록 전체적으로 타격은 입었다고 하더라도

박인규 : 황우석 교수 외에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

이형기 : 그렇습니다. 그렇게 저는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형기 교수의 원래 전공분야는 임상약리학으로 알고 있는데, 작년에 글을 쓰신 건 어떻게 보면 과학연구의 윤리성이랄까, 물론 과학자이시기 때문에 쓰실 수는 있지만 본래 전공분야는 아니란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그런 연구의 윤리성이나 진실에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이형기 :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임상약리학 자체가 의약품의 임상개발, 특히 환자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실시하는 분야 중에서 가장 앞에서 일하는 분야기 때문에, 저희 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의학연구의 윤리성, 특히 환자와 피험자에 대한 윤리적인 처우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그런 것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저뿐만 아니라, 저는 사실 외국에 있기 때문에 별로 한 게 없지만 국내에 계신 많은 연구자들이 이런 분야를 연구해 오시고 좋은 안들을 내오셨거든요. 제가 한 건 사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거고. 저는 개인적으로, 물론 저는 의사로서 특히 임상약리학을 한 사람으로서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찌만 전반적으로 제도와 시스템에 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오게 된 동기도 결국 의약품을 제대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개발에 관련된 각종 정책들, 특히 FDA로 대표되는 의약품 규제기관이 어떻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보고 연구하고 경험을 하져야겠다. 이런 것들이 저를 미국으로 가게 한 이유거든요.

박인규 : 이제는 과학 자체의 연구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가 있지만 규제나 시스템적인 측면이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이형기 : 오히려 저는 그런 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형기 : 글쎄요, 집값이 너무 올라서요. 현실적으로 그게 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참 놀랍기도 하면서 돌아오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박인규 : 언젠가 돌아오실 거라고 기대하고. 일단 UCSF가 상당히 좋은 대학인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 워싱턴 센터의 소장도 맡으셨으니까 앞으로 활동계획 같은 걸 간단히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이형기 : 제가 UCSF 워싱턴 센터의 디렉터가 되면서 제안한 것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규제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부센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게 학교의 승인을 받아 놓은 상태구요. 요점은 미국 내에서.. 특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물론 한국을 포함합니다. 제가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그 지역의 의약품 관련 규제, 또 제도,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를 만드는 거구요. 동시에 거기서 연구된 자료와 지식, 정보에 근거해서 이 지역의 규제기관들에게 자문활동을 하길 원하고. 공동연구도 진행할 수 있고. 더 중요한 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규제과학자들, 주로 정부에서 근무하는 심의 관련 공무원들, 또는 사계에 계신 분들을 다 포함합니다만, 그분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제가 소장으로서 갖고 있는 중요한 계획이고 꿈이기도 합니다.

박인규 : 황우석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연구의 수준을 올리는 것을 넘어서 과학기술연구의 윤리성, 그리고 사회적 기회에 대한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선진국에서 공부하고 계시니까, 많이 공부하셔서 한국 과학기술연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도록 기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프란시스코 분교의 이형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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