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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의 풀을 뜯어다 나물을 만들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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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의 풀을 뜯어다 나물을 만들었더니..."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19] '자연주의' 요리연구가 임지호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전문잡지인 푸드아트 최근호에는 한국인 요리가 임지호씨가 표지모델로 실렸습니다. 한국인을 내세운 이 잡지는 "2006년은 한국이 주름잡은 한해로 감추어져 있던 음식이 서양을 놀라게 했다" 라는 기사를 통해서, 한국음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알렸는데요.. 이렇게 한국음식이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서 한국음식을 알려온 요리연구가 임지호씨가 있었습니다. 정규 요리교육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어깨너머로 배워, 스스로 연구한 것이 배움의 전부였다는 임지호씨. 그러나, 그는 자연을 요리하는 것이 최고의 요리라는 철학으로 40여 년간 요리해오면서,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한국음식페스티벌을 통해서 한국음식을 최고의 요리로 탄생시켰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요리연구가 임지호씨를 초대해서 그가 말하는 자연주의 요리란 무엇이고, 한국음식의 장점은 무엇이며 한국음식의 세계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요리연구가 임지호씨입니다. 임지호씨는 1955년 안동 출생으로 8살 때부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을 요리로 만들어내는 <자연요리연구가>로 유명합니다. UN 한국음식축제, 캘리포니아 사찰음식 퍼포먼스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식 시연회, 아르헨티나 수교 40주년 기념 한국음식전, 베네수엘라 수교 40주년 한국음식전 등에 참가했으며, 한국전통음식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요리연구가를 하시다가 잡지모델까지 되셨어요. 푸드아트라는 잡지를 실제로 보셨습니까?

임지호 : 봤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는 또 경기도에서 선정하는 경기으뜸이로 선정되신 걸로 아는데 여러 가지로 축하드립니다.

임지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이미 국내외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셨지만 미국에서도 알아준다는 요리전문잡지 표지모델로 나오셨어요. 기분이 어떠십니까?

임지호 : 기분은 덤덤합니다.

박인규 : 덤덤하세요? 푸드아트라는 잡지는 어떤 잡지입니까?

임지호 : 저는 푸드아트라는 잡지가 있는지도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유엔행사 하면서 인터뷰를 하고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음식 전문잡지로서 영향력이 크다고 하더라구요. 이번 계기로 해서 한국 요리사들이 세계를 누빌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임지호씨께서는 푸드아트라는 잡지를 잘은 모른다고 말씀하셨는데, 푸드아트라는 잡지는 임지호씨를 어떻게 알고 표지모델로까지 세우게 된 건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임지호 : 제 음식을 먹어 보고 제 음식철학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갑자기 하게 됐어요. 기자가 와서 인터뷰 하고 사진을 찍고..

박인규 : 한국까지 와서..,

임지호 : 아니요. 제가 유엔행사를 할 때...

박인규 : 푸드아트라는 잡지가 임지호씨의 요리를 알게 된 게 유엔한국음식페스티발에서군요. 유엔한국음식페스티발이라는 게 어떤 겁니까?

임지호 : 각 나라마다 2주씩을 하는데요, 그쪽에 신청해서 그쪽에서 인가가 떨어지면 하는 행사에요. 음식이라는 것과 문화, 음식문화를 알리는, 각 나라에게 기회를 주는 거죠.

박인규 : 유엔을 통해서 그 나라의 음식을 널리 알린다.

임지호 : 빌딩 안에 상주하는 외교관들이나 외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는 행사입니다.

박인규 : 푸드아트가 유엔한국음식페스티발에서 임지호씨를 보고 표지모델로 바로 세웠다는 건 상당한 인상이랄까 감동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쪽 기자들은 어떤 면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던가요?

임지호 : 자연입니다. 인위적인 맛의 창출이 아니라 자연인데, 실질적으로 한 쉐프테이블이나 이런 게 있습니다. 큰 행사에는 쉐프테이블이 몇 번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저희는 쉐프테이블 때 센트럴파크에서 풀을 뜯어다가 그걸로 양념을 만들고 디자인했거든요.

박인규 : 센트럴파크에서 뜯은 풀을 먹었다는 건가요?

임지호 : 네. 사실 풀은 세계 어디나 공유하는 겁니다. 자연이란 게..

박인규 : 우리는 나물이라고 말하는 거죠.

임지호 : 네. 나물, 수액, 돌, 요리재료라는 건 한계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드는 과정이 법제라는 것. 약을 조제하듯이 하는 과정이 흘러가는 거기 때문에..

박인규 :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센트럴파크에 있는 풀을 뜯어다가 요리하는 걸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던가요?

임지호 : 네. 풀잎이나 나무가 고유의 향기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세트메뉴로 돼 있는데 그런 시스템에서 자연을 그대로 갖다 하는 걸 처음 봤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먹어보고 하는 얘기가, 프랑스가 전쟁이 끝나고 최고 요리사가 있었대요. 그 요리사와 견줄 만한 맛의 감흥을 받았다고 얘기하더라구요.

박인규 : 이번 유엔한국음식페스티발... 이런 축제 같은 걸 하면 나름대로 주제를 정하는데 이번 주제가 '버무림'이라고 들었습니다.

임지호 : 자연을 버무린다. 왜냐하면 양념과 원소재, 나물이라든가 모든 것이 그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그것으로 끝납니다. 우리 식탁을 보면 나물문화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김치나 발효.. 발효라는 과정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창조거든요. 그것이 세월이 가면서 맛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아마 그런 것들의 조화가 자연을 버무린다는 타이틀과 맞게 됐습니다.

박인규 : 센트럴파크에서 뜯어온 나물 말고 다른 건 어떤 요리를 선보였습니까?

임지호 :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음식의 죽이나 샐러드, 나물무침, 구절판, 전, 국, 고기와 여러 가지를 믹싱했습니다. 김치라든가.. 구절판도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완전한 베지테리안으로. 완전한 야채만 먹는 사람들의 식탁과 고기를 병행해 먹는 식탁과 같이 믹싱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박인규 : 임지호씨를 보통 자연주의 요리연구가라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이른바 인공조미료를 안 넣으시는 것으로 아는데, 요즘 사람들이 워낙 조미료의 감칠맛에 길들여져서.. 그걸 안 넣고도 어떻게 맛이 납니까?

임지호 : 맛이 납니다. 조미료라는 것은 일제시대 때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그때 산업화로 가면서 새로운 기업문화가 들어오면서 아지노모또라고.. 옛날 우리 조선요리의 책을 보면 반드시 아지노모또가 들어가 있어요. 그게 핵산인데, 조미료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이 갖고 있는 핵산을 가장 조화롭게 만드는 게 바로 음식.. 방법이거든요. 자연에 다 있습니다. 그것을 지나치지 않게, 서로 친구 되듯이 믹스해 가는 거예요. 어울리게. 그게 바로 조미료입니다.

박인규 : 혹시 임지호씨께서 독창적으로 개발해낸 요리가 있으십니까?

임지호 : 거의 독창적입니다.

박인규 : 모든 음식이 다..

임지호 : 네. 하긴 너무 독창적이라서 처음에는 마니아들만 좋아하고, 일반 사람들이 거북해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박인규 : 불고기, 구절판, 그것 자체도 임지호식으로 만든다고 해석하면 되겠군요. 이번 페스티발에서 유럽이나 중남미나 아프리카라든가..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먹어 봤을 텐데 그 분들이 보이는 반응이 어떻던가요?

임지호 : 세계 곳곳의 피부는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좋은 맛은 공유합니다. 음식에 있어서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세계 어디나 다 통합니다. 그리고 좋은 맛이라는 것도 인위적인 맛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준 맛은 우리 몸이 자연이기 때문에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지나치지 않으면, 여기에서도 조화라고 합니다. 이 조화만 잘 이뤄지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아주 감동적으로 취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어요. 우리 음식의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거예요. 조림, 튀김, 구이, 부침, 찌개, 국, 밥도 굉장히 많잖아요. 음식이라는 그 자체가 변증법적 논리로 보는데, 끊임없이 변해갈 수 있고 끊임없이 리드해 갈 수 있어요.

박인규 : 자연의 맛을 살려주는 게 가장 좋은 요리법이라는 말씀이신 거죠? 그동안 독일도 갔다 오셨고,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도 가셨고... 반응들이 좋았습니까?

임지호 : 앞으로 갈수록, 지금도 그랬지만 굉장히 폭발적인 관심을 가질 거예요. 그리고 우리 음식이, 항상 한국음식의 장점은 지나치지 않다, 넘치지 않는다, 그리고 부족하지 않다.

박인규 : 적절하다. 사실 보통 요리 하면 국제적으로 알려진 게 프랑스 요리, 중국 요리,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 요리가 상당히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임지호 :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민족을 통틀어 봐야 수적으로 얼마나 됩니까. 큰 나라의 음식이 인구로 인해서 빨리 확산됐을 뿐이지 요리방법으로 보면 우리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학문의 발달과 음식의 발달이 같이 갑니다. 우리 몸에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끌고 갔던 게 우리나라의 학문이거든요. 그래서 일본의 음식이 굉장히 아름답지만 깊이는 없습니다. 굉장히 가볍다. 감히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일본음식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냐 하시겠지만 사실 일본음식의 깊이와 우리나라의 음식은... 일본은 굉장히 잘 다듬어진 거라면 한국음식은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맛의 조화는 굉장히 절제돼 있습니다. 저희는 보이는 것을 집중적으로 한 게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올려놔서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거예요.

박인규 : 앞으로 한국음식이 굉장히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많다는 말씀이신 거죠?

임지호 : 엄청납니다.

박인규 : 그동안 한국요리를 연구해 오시면서 한국요리의 특징이랄까, 장점을 어떻게 요약하십니까?

임지호 : 저희 음식은 제1원칙으로 해서, 우리 음식은 절기마다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 다음 가장 기본적으로, 화가가 그림을 그리려면 물감을 많이 장만해 놓듯이 우리 식탁의 뒷자리에 항상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것이 젓갈, 장 문화, 장아찌 종류, 김치, 이게 한 세트가 되는 거예요. 거기에 그때그때 나오는, 전라도 지방 이런 데서 나오는 음식이 굉장히 진하고 다양하다고 하잖아요. 그쪽에서 보면 뼈가 튼튼하고 덩치 좋고 자손을 번창시키는.. 그러한 바탕에는 반드시 이런 음식들이 있어요. 보리새우무침이라든가, 보리새우무침을 중어라고 하는데 이게 신김치와 묵은 김치를 같이 넣어서 참기름, 고춧가루, 마늘, 깨소금 넣고 무쳐서 바로 먹는 회 같은 거예요. 그리고 웅어. 웅어라는 생선이 있는데 그걸 가시 째로 썰어서, 철분이나 이런 것들.. 그러한 것들을 된장초무침으로 해서 먹는다든가. 젓갈은 사시랭이젓, 조기작은젓, 전어젓, 병어젓, 박대젓, 이런 게 다양하게 많습니다. 이게 아주 독창적인 음식이면서 이것을 세계화 시킬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사실 저희들은 한국의 음식문화가 굉장히 독특해서 젓갈 같은 경우 워낙 독특하고 냄새도 나서 이걸 외국인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어필할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임지호 : 그렇죠. 왜냐하면 치즈문화나 와인문화 이런 것들이 보편화 돼 있습니다. 젓갈도 그것과 같습니다. 발효된.... 공유하는 향기가. 그런데 젓갈의 지나친 그 향기를 중화시키는 게 바로 요리방법입니다. 젓갈이 들어간 걸 느끼지는 못하지만 젓갈의 영양을 그대로 취할 수 있습니다. 그게 요리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미면 남미에 가서, 거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들을 사용하기도 하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채를 사용해서 우리 방식으로 만듭니다.

박인규 : 젓갈을 바탕으로 하되 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약간의 중화를 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질문 좀 드려볼까 합니다. 8살 때부터 요리를 배웠다고 돼 있습니다. 굉장히 일찍인데,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임지호 : 사실은 8살 때에는 첫 가출입니다. 그때는 짧게 가출을 했는데 저희 외삼촌이 그리워서 그냥 나갔다가, 이게 출발점이에요. 그리고 11살, 12~13살 계속 다니다가 이렇게 됐는데 아마 혼자서 새로운 걸 찾아가는 게 남들과 달랐던 것 같아요. 고요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박인규 : 8살 때 가출을 하셔서 어디 가서 요리를 배우신 겁니까?

임지호 : 아니요. 그때 나왔다가 집에 들어갔죠. 들어갔다가 그 뒤로 나왔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임지호 : 관심이 원래 많았던 게 아니고, 일단 어릴 때 나오면 의식주를 해결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쉽게 취직해서 밥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게 바로 식당입니다. 그렇게 했던 게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고 음식과 관계 되는 일이었는데, 그걸 하다 보니 지금까지 했어요. 저는 이 일에 대해서 후회가 없습니다.

박인규 : 어렸을 때 집을 나와서 일단 먹고 살아야겠다. 그래서 식당 가서 일을 시작하셨는데, 음식과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일을 해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임지호 : 네. 아주 다양한 일을 했죠.

박인규 : 소개를 좀 해주시죠.

임지호 : 저는 우선 굶는 걸 밥먹듯이 했습니다. 많은 굶주림과, 식당에는 음식이 풍족하지만 먹을 수 없습니다. 그게 재료기 때문에 주는 대로 먹어야 되고. 그걸 하면서, 거기서 어떤 인격의 성장이나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임지호씨께서는 말하자면 이른바 요리에 관한 정규교육을 받으신 게 아니라 요리를 실전으로 경험하시면서 나름대로 요리에 관한 철학을 해 오신 건데, 정규교육을 안 받고도 가능한가요?

임지호 : 저는 조금 특별한 경우인데요, 아주 어릴 때도 식당에서 일하면서 철학책을 엄청 많이 봤습니다. 서양철학이라든가 각 시대별로 문화적인 배경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봤거든요. 그것과 만화책 같은 것. 그때 당시에는 그것을 보면서 이해를 못했지만 살아가면서 그것과 접목되는 삶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모른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모르지만 일단 자꾸 접하는 겁니다.

박인규 : 시도를 해본다. 임지호씨를 보통 자연주의 요리가라고 말하는데 자연주의라는 걸 설명을 한다면 어떤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임지호 : 제 몸이 자연입니다.

박인규 : 몸이 자연이고 몸에 맞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너무 간단한데요?

임지호 : 제 몸이 자연이고, 내 밖의 자연은 내 안의 자연과 대화하는 언어에요. 그게 곧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새로운 창작이라는 것도 역시 만화적인 발상이.. 자연과 자연의 대립이 아니라 교감입니다. 거기서 얻어지는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음식을 배를 채우는 차원이 아니라 나라는 자연과 먹을거리라는 자연이 교감하는 과정으로 보시는 겁니까? 상당히 철학적이시네요. 특히 임지호씨께서는 요리재료를 다양하게 쓰신다고 알려져 있던데요...

임지호 : 사실 음식재료라는 게 마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쓰지 못할 것이 없고 써야할 것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보편적인 식생활은 편의 위주로 가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편의위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뛰어난 요리가 될까를... 내 몸에 맞게, 자연의 순리에 맞게 가는 것이 바로 요리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내 몸이라는 자연과 외부의 자연이 서로 교감하는 것이기 때문에 먹을 수 있고 없는 것의 상식적인 별 의미가 없다. 실제로 우리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식재료를 쓰신 게 어떤 게 있으십니까?

임지호 : 나무의 수액, 열매, 뿌리, 잎을 쓰는 건 보편화 돼 있는 거고. 재를 쓴다거나...,

박인규 : 타고 남은 재... 재를 먹습니까?

임지호 : 네. 잿물이거든요

박인규 : 맛이 있나요?

임지호 : 혓바닥이 싸합니다. 지나치면 독인데 그 터치가 가벼우면 우리가 마사지를 하듯이 잠자고 있는 우리의 감성을 깨우는 방법이.. 우리가 일상적인 것을 맛보는 게 아니라, 아주 맛보지 않았던 것인데 일단 그 맛을 봄으로 해서 우리의 잠자는 감성을 깨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요리소재가... 저는 이슬을 받아서 쓰기도 하고 닭똥의 배설물에도 쓸 수 있는 게 있고 별 게 다 있거든요. 하나의 음식이라는 것이 어떤 정형화 된 틀이 아니라 새가 웃고 가면 그 웃는 소리조차 담을 수 있는 것이 음식의 기법이다...

박인규 : 요리에 관한 말씀보다는 철학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모든 것이 요리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래도 구체적으로 저걸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들어야겠다는 구상을 하실 텐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시는 겁니까?

임지호 : 저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건 우리나라의 의서를 참고합니다.

박인규 : 의학관련서적.. 전통의학서. 동의보감 같은 것..

임지호 : 당의학, 본초강목이라든가 이러한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 삶을 굉장히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이것과 음식을 매치시킵니다. 서로 상생되는 게 있고 서로 독이 되는 게 있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도 그 기분의 교감이 있고 배척이 있는데, 이것을 잘 조화롭게 엮어가는 것.

박인규 : 혹시 개인적으로도 음식점을 경영하십니까?

임지호 : 네.

박인규 : 임지호씨가 운영하시는 음식점에 오시는 분들은 요리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임지호 : 글쎄요. 그걸 제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고, 사람마다 감흥이 다른 것 같아요. 아주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자기가 본 만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본 만큼 만들 수 있으니까.

박인규 : 요리를 단순히 먹을 것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간의 교감, 합일을 말씀하시면서 거의 철학 수준으로 만드시는 것 같은데, 혹시 본인의 요리철학을 책으로 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임지호 : 현재 책은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1월 15일 정도면 책이 나오는데 '밥'이라는 타이틀입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요리가 사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었는데 요즘은 웰빙바람도 불고 젊은이들이 요리사가 되겠다고 외국으로 유학도 많이 갑니다. 요리를 직업으로 택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요리를 잘 하려면 이런 것이 중요하다든지 하는 조언을 마지막으로 해 주시죠.

임지호 : 젊은 친구들을 보면 과정을 잊어버립니다. 결과만 가지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꽃인데, 꽃만 보고 꽃을 피우기 위한 고통은 모르거든요. 어려움이 없으면 꿈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은 기회고 약속이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게 인내...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기다리는 마음이야말로 요리의 본질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너무 성급해 하지 말아라. 인내를 갖고 꾸준히 연마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음식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서 세계화 하는 데에 선봉장이 돼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임지호 : 우리 젊은 친구들이 그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음식이 세계의 가장 리더가 되는 날이 멀지 않을 겁니다.

박인규 :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자연주의 요리연구가 임지호씨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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