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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일의 대북 지연전략, 'EU의 참여'로 깨야"

글린 포드 "부시의 변화 없이는 6자회담 암울"

18일부터 재개될 예정인 북핵 6자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합의의 이행에 대한 보증자를 다변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이 참여해야 한다고 유럽의회의 '한반도 관계 의원 협의회'의 일원인 글린 포드 의원이 주장했다.

포드 의원은 지난 14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노틸러스연구소 웹사이트에 올린 기고문에서 "북한의 가장 진지한 대화자로서, 그리고 지난 수년 간 북한에 5억 유로의 재정을 지원한 자로서" EU를 우선은 옵서버 자격으로라도 참여시킬 것을 촉구했다.

북핵 회담에서 가능한 EU의 역할에 대해서는 "EU가 일본과 미국이 지연전략을 못 쓰도록 할 수도 있고, 북한에는 포괄적인 합의로의 대장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드 의원은 이번 6자회담의 전망과 관련해 "부시 미 대통령의 입장에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회담 전망은 암울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해체(CVID)'을 요구하고 있다면 북한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대북 적대정책의 중단'의 선행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시각차가 쉽사리 좁혀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주장을 담은 포드 의원의 기고문 제목은 '데드 톡스 워킹(dead talks walking)'이다.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 사형 집행장에 입장하는 사형수)'에 빗댄 이같은 표현은 포드 의원으로서는 이미 6자회담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뜻이다.



지난 9월에 또 다른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S)도 6자회담 관련 보고서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압박을 통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미국의 시도가 북핵 6자회담을 '데드 맨 워킹'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평가했었다.


다음은 포드 의원의 기고문 전문이다.

▲ 글린 포드 유럽의회 의원. ⓒ www.glynford.com

<죽은 회담의 발걸음: 북한과 핵폐기>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옴으로써 15개월 간 공전됐던 6자회담이 재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의 입장에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회담 전망은 암울하다. 북한은 지난 2005년 말 당시 북핵 해결의 돌파구로 여겨졌던 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직후에도 6자회담을 등져 버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경수로 제공할 만한 적당한 시점, 미국엔 없다"

사실 9.19 공동성명이란 합의의 주역인 북미 간의 현격한 시각차를 대충 얼버무려둔 것이었다. 북한 정권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대북 적대정책의 중단과 에너지 공급에 대한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었다.

합의문에서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한 '적당한 시점'을 두고도 북한으로서야 '지금 당장'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그 시점은 '절대 올 수 없는 때'였다. 물론 이 합의문은 이 요령부득의 회담이 몇 차례 더 열리는 동안 북한의 핵실험을 묶어두는 효과를 낼 수는 있었지만 이는 핵폐기를 위한 절차가 아닌 한시적인 중단일 뿐이었다. 이마저도 미국이 북한이 보기에 명백한 적대행위를 재개함으로써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파기돼 버렸다. 미국이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했던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압력을 넣어 북한 자산을 동결해 버린 것이다.

9.19 공동성명 직후 북한의 자금 2400만 달러를 묶어버린 미국의 결정 뒤에는 어떤 음모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행정부가 둔감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전자에 무게를 두는 편을 선택했다. 그 방편으로 자신이 가진 핵에 대한 국제적 신임을 얻으려 노력하기보다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10월 9일 1킬로톤에도 채 못 미치는 규모의 핵실험을 해버린 것은 '위협'이라기보다 '애원'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 단 한 번의 실험으로 북한은 오랫동안 추정되기만 했던 플루토늄의 보유와 핵기술 보유를 기정사실화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북한은 절대 동거할 수 없는 사이가 돼 버렸다.

"북한, 회담 복귀는 했지만…"

미국은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에 가해 온 금수조치와 금융제재를 강화한 덕분에 북한이 회담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 복귀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좀 더 복잡하다. 북한의 일방적인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분노와 핵실험으로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북한의 판단, 그리고 미국의 일정부분 양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북한의 결의를 국제사회에 내보이는 동안에도 평양의 통일시장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회담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에서 일방적인 금융제재의 해제를 약속했다.

문제는 미국의 약속이 북한을 테이블에 묶어 둘 수는 있겠지만 북미 간의 시각차를 좁히는 데는 별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 최근 '이라크연구그룹(ISG)'이 부시 대통령에게 '악의 축'으로 꼽은 이란과도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듯이 미국의 본성을 바꾸기 위한 설득 작업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악의 축' 국가들은 미국 적대정책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핵폐기 협상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를 북미 양자가 해결할 수는 없다. 평양과 워싱턴이 합의를 해내더라도 신뢰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종 해법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양자 간의 완벽한 합의가 필요한 것이지, 열의만으로 그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폐기를 위한 협상은 남한의 돈과 러시아의 기술력, 그리고 중국의 정치적 의지가 종합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남한은 다른 역할을 맡기엔 기습적인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져 있다. 러시아는 핵기술을 북한에 팔아넘기는 일에 치중하고 있어 중립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 너무 명확하다. 북한의 위협은 일본으로 하여금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도록 밀어넣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의 위협은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수를 늘리거나 다목표탄두(MIRV)를 만들어내는 등을 통해 전투력을 증강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이제 막 시장경제에 붐이 일어나고 있는 참인데, 군사비 증강 문제로 시민혁명을 맞고 결국 붕괴된 소련의 전례를 답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지연술, EU를 참여시켜 극복해야"

이처럼 다른 나라들이 한반도에서의 실족의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미국 정부는 '다모클레스의 검'(신변에 항상 따라다니는 위험)을 좀 더 매달고 다니길 원하는 편이다. '평화헌법' 수정을 추진 중인 일본 정부로서는 대중이 북한의 위협에 좀 더 시달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인들과 방위산업체들은 탈레반이 더 이상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탄두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에 자국의 무기개발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꾸준히 위협을 제공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같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해법은 북미 간 혹은 6자회담 선상에서의 합의에 대한 '보증인'을 다수로 만드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나 남북한의 입장에서도 '옵서버'의 위치를 두더라도 회담 관여국을 늘리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회담 관여국이 늘어난다면 일본과 미국이 지연전략을 못 쓰도록 할 수도 있고, 북한에는 포괄적인 합의로의 대장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초대장은 유럽연합에 돌아와야 한다. 북한에 진지한 질문들을 던질 수 있는, 이전까지 없었던 역할을 할 수 있는 상대로서, 또 지난 몇 년 간 5억 유로에 가까운 대북 지원을 한 당사자로서 유럽연합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적, 재정적 근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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