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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9할은 진짜 자기 역사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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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9할은 진짜 자기 역사 모른다"

[화제의 책] 美 학자가 본 '日 역사왜곡 1300년사'

게르만 우월주의 강화를 위해서라면 역사왜곡도 마다치 않았던 아돌프 히틀러는 "거짓말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이 믿기 쉽다"고 했다. "거짓말이라도 자꾸 되풀이하면 머잖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히틀러의 신념은 한비자가 말한 '삼인성호(三人成虎)'와도 맥락이 닿는다. 세 사람이 연이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시장에 호랑이가 없어도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동서양에서 두루 검증받은 '반복된 말의 힘'은 꾸준히 반복돼 온 일본 역사왜곡의 장에서 다시 한번 그 위력을 인정받고 있다.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동해를 일본해라고 꾸준히 반복적으로 주장해 온 결과 세계 지도가 바뀌고 세계 학회가 고개를 끄덕이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의 한국문화 연구 제1편 <부여기마족과 왜(倭)>는 독도 영유권 분쟁이란 단편적인 사건으로만 대중에게 알려진 일본의 역사왜곡이 사실은 1300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녔다는 사실을 짚으며 "일본인의 9할은 모르고 있는 진짜 일본의 역사"를 그 초입에서부터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일 천황 혈통은 만세일계'? 조작"

코벨은 왜곡된 일본 역사 중에서도 "가장 분명하고도 어이없는 부분"으로 고대사를 꼽았다.

근대 교육을 받은 일본 젊은이 대부분이 일본 지배자의 혈통이 '서기전 660년부터 한번도 단절된 일 없이 백수십대를 이어져 온 만세일계의 왕가'라고 배웠고 일제 강점기 교육을 받은 한국 학생들 역시 같은 사실을 주입 당해 왔지만 이는 8세기 당대 일왕을 합법화시키기 위해 '조작된 역사'라는 것.
▲ 부여기마족과 왜(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편역. 글을읽다)ⓒ프레시안

"일본이 서기전 660년에 나라를 세우고 천황 혈통이 한 가계로 이어져 왔다"는 주장은 712년과 720년에 편찬된 <고사기>와 <일본서기> 두 역사서에 나왔다. 역사 편찬 당시 일본 왕가는 왕위에 오른 지 겨우 100년 된 집안이었을 뿐이고 그때까지 일본에는 글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문자로 기록된 역사서가 없었다. (…) 그들이 알고 있는 실제 역사는 오직 300년 전부터였지만 1000여 년이나 더 길게 역사를 늘이기 위해 어떤 일왕은 100년이 넘게 통치했다고 썼다."

그러나 100년 역사를 1000년 이상으로 늘이는 과정에서 실수는 불가피한 것이었고 8세기 일본의 사가들은 '일본 최초 왕조가 바다 건너 북쪽으로부터 내려왔다'는 기술을 지우지 않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들은 무시해버려도 좋을 일개 유목민 집단이 아니라 한 세기에 걸쳐 한국의 북쪽 끝에서 남쪽까지를 휩쓸었던 부여족으로 3세기경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왔다. 선진기술을 지녔던 이들 부여족이 가야와 백제에 둘러막힌 지역을 버리고 부산에서 바다 건너 새로운 땅 왜를 점령하러 온 369년 무렵에는 가야와 백제에 많은 '사촌'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그들은 바다 건너 왜 땅 남서부로 건너간 많은 한국인들이 수백 년 동안 정착해 있음을 알고 있다."

코벨은 당시 역사학자들의 돌이킬 수 없는 범실에 혀를 차며 완벽할 수 없었던 일본 역사 조작의 시초에 묘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8세기 역사학자들의 첫 번째 임무는 이러한 부여족의 일본 정복을 은폐하고 부여족이 이룩한 중앙집권 국가를 당대 일왕네 조상들이 만든 것처럼 바꿔치기 하는 것이었다. 글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대였으면 이런 작업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한국학자들도 日 주입식 교육에 기죽어"

이처럼 책에 실린 62편의 글을 통해 코벨은 일본의 고질적인 역사왜곡을 학문적으로 되짚었다.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일본은 전적으로 한국의 선진문화에 힘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를 숨기려고 하는지 그 근원을 밝히려는 고찰이 전 편을 관통하는 것이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제3국 학자의 이 같은 객관적 성찰은 한국문화의 정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코벨은 "일본학자들은 물론 한국학자들도 일본식 교육의 주입 아래 진실을 밝히는 데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벨은 특히 "한국을 대표한다는 역사학자나 미술사가들에게 자신의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광야에서 혼자 외치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일본이 한국에 가한 잘못 중에서도 최악의 것은 한국문화를 말살해서 한국인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자부심을 잃고 자신을 비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라는, 항변에 가까운 아쉬움 토로 끝에는 10년 여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을 연구해 온 학자로서의 씁쓸함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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