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사람들은 오토바이와 세그웨이(2륜 전동차)의 대북 금수를 재고해야 한다. 차라리 더 많이 보내 김정일이 고속으로 몰다가 떨어지기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
<블룸버그> 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13일자 칼럼을 통해 부시 미 행정부가 지난 달 30일 발표한 대북 금수 사치품 목록의 효용을 비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정부가 금수령을 내린 사치품목은 일반 북한 주민들과는 무관하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최고위층을 겨냥한 것이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최고급 기타), 할리 데이비슨(오토바이), 스키두(스노우 모빌), DVD 플레이어와 29인치 이상의 대형 플라스마 텔레비전, 크리스탈, 인조 모피, 샴페인, 캐비어, 꼬냑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 목록을 발표한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 상무장관은 "북한 주민들은 아사지경에 처해 있는데 정권이 꼬냑과 시가에 돈을 물 쓰듯이 하는데 변명을 둘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북한의 지배층만을 위해 구입되는 이들 사치품들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페섹은 "부시 행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고급외제차 대신 녹슨 유고(과거 유고슬라비아가 미국에 수출했던 염가 차량)를, 값비싼 양주 대신 북한산 밀주를, 스위스 타이멕스 시계 진품 대신 가짜를 하사한다면 야심 있는 부하들이 진품을 구할 수 있는 다른 지도자를 찾기 시작하리라 바라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부시 행정부처럼 무조건 유입을 금지하고 보는 방식 대신 "허접한 미국의 대중문화(cultural junk)를 좀 더 많이 공급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팝송과 청바지, 코카 콜라가 공산주의를 붕괴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믿어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김정일의 친구들이 저스틴 팀버레이크(미국의 아이돌 가수)나 SMAP(일본 밴드) 등을 듣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재 일변도의 현 방식보다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서서히 투입해 나가는 편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내는 데 유용하다는 이같은 주장은 미국 내 현실주의자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는 시각이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금융, 경제 제재의 기치를 올리고 있을 때 <뉴욕타임스> 고정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북한 정권의 최대 위협은 미국의 군함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하고 '아이팟'으로 사랑 노래를 들으며 시시껄렁한 코미디 쇼를 보는, '다른 한국인'을 목격하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사업의 유용성을 강변하기도 했다.
페섹은 "핵실험까지 한 김정일이 돔페리뇽(최고급 샴페인) 몇 병이 부족하다고 해서, 혹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곤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김정일의 친구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줘서 당연시되던 생활태도를 변화시키도록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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