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내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당 친노 성향의 당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귀국하는 10일 영등포 중앙당사 앞에서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현 김근태 의장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 즉각 해체와 중앙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이날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 모임을 갖고 정계개편을 위한 의원상대 설문조사 문항을 확정하는 등 통합신당 논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 우리당의 내홍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기간당원이 있는데도 당 간판 내리려 하나"
이날 당원대회에는 참정연, 국민참여1219, 노사모 등 각종 친노모임 소속 당원 1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해 현 지도부의 기간당원제 폐지를 규탄하고 당 내 의원들이 대체로 찬성하고 있는 통합신당 논의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당원대회에는 이광철, 유기홍 의원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명계남 전 국민참여 1219 대표 등 친노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드려냈다.
대회장 곳곳에는 "비대위의 당원제도 개정은 원천무효다", "대통령과 당을 지키겠습니다" 등의 펼침막도 눈길을 끌었다.
창당주역 '천, 신, 정' 가운데 유일하게 통합신당 논의에 부정적인 신기남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신진보연대의 신동근 공동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열린우리당 최고의 자산은 기간당원"이라며 "아직 10만 기간당원이 있는데도 당 간판 내리려는 이들은 반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가장 커다란 위기는 지도부가 당에 책임을 지지 않고 꽁무니를 빼려고 하는 것"이라며 "통합신당 창당은 지역주의 회귀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리당 비대위가 지난 6일 전당대회를 반드시 열 것이라고 확언했음에도 이날 참석자들의 불신은 여전했다. 신 대표는 "전당대회가 특정 대선주자 및 민주당과 합치기 위한 대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정연의 최병철 공동대표도 "비대위가 대선후보 경선방식으로 결정한 '오픈 프라이머리'도 기간당원제에 일치하지 않으나 반대하는 당원들을 설득해 받아 들였다"며 "그런데 이렇게 당원제도를 (기간당원제 폐지로) 고치려 들지는 몰랐다"고 비판했다.
"전당대회준비위 구성하라"
이날 참석자들은 결의문에서 "비대위가 당의 근간이자 전체 당원들의 합의인 당헌까지 변경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원천무효"라며 "무능과 독단으로 당의 분열을 가중시키고 있는 비대위를 즉각 해산하고 중앙위원회의 권한을 회복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당 소속 국회의원 설문조사를 통해 전당대회의 방식과 의제를 정하겠다는 것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해체를 시도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설문조사 추진을 중단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상향식 정기전당대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소위 '친노직계를 자처하는 염동연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전당대회무용론'과 '선도탈당'을 운운하는 것을 해당행위로 간주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당원대회 참석자들은 '비대위'를 격렬히 공격했지만 김근태 당의장 등 지도부를 직접 거명하는 것은 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염 의원의 이름이 결의문에 등장한 것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친위 쿠테타' 성공할까?
또한 이들은 "중앙위원회는 전당대회의 방식과 의제를 정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당헌에 정해진 대로 내년 3월 이전에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오는 22일 이내에 중앙위원회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2일까지 전대준비위 구성을 위한 중앙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2차 당원대회를 열겠다며 비대위와 신당파를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 5.31 지자체 선거 참패 직후 우리당 중앙위가 스스로 해산을 결의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현 비대위에 위임한 이상, 중앙위 소집 여부를 두고 향후 논란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권태홍 참정연 사무처장은 "비대위가 설문조사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오는 22일 이후 2차 당원대회를 더욱 대규모로 할 것"이라며 "2차 당원대회는 당원들의 실제적 여론을 당에 표출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당에 반대한다" "당의 진로는 당헌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한 사람의 당원으로서 책임있게 논의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편지 발송 이후 열린 이날 당원대회로 사실상 당내 친위쿠테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현역의원이나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단상에도 올라가지 않으며 이날 행사가 평당원들의 자발적 모임임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대통령과 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대통령과 당을 지키겠다"고 나선 친노세력의 움직임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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