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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출총제가 투자 제한의 주된 요인은 아니지만..."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05] 공정거래위원회 권오승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이른바 재벌기업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규제하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지난 1987년, 처음 도입된 이후 재벌개혁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따라 폐지와 부활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출총제 완화를 요구해왔고, 정부도 개편안을 모색해왔는데요, 최근, 현행 출총제를 완화하자는 정부개편안에 대해 여당 일부가 강력 반발하면서 출총제 개편안에 대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연내처리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오늘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을 초대해서 정부가 내놓은 출총제 개편안은 무엇이고, 정부와 여당 사이에 어떤 이견이 있는지, 출총제 개편안의 연내 처리는 가능한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입니다. 권오승 위원장은 1950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경희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교수, 공정거래연구소 연구위원 아시아 법 연구소 소장,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올해 3월부터 제13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공정거래위원장실에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이 공정위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수개월간의 협의 끝에 마련했는데.. 지난 달 말에 당정협의 과정에서 약간 이견이 많이 나왔어요. 출총제라는 게 원래 기업들은 폐지하라고 하고, 시민단체들은 재벌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굉장히 말이 많은 제도인데, 어렵게 만든 출총제 개편안이 당정협의에서 좀 다른 의견이 나와서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는 좀 갑갑하시겠습니다...

권오승 : 그렇습니다. 그런데 출총제가 하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저희들이 만든 개편안도 출총제를 폐지하자고 했던 쪽에서는 완전히 폐지 못해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고, 출총제를 유지하거나 확실한 대안을 만들고 나서 뭘 개편했으면 좋겠다는 쪽에서는 확실한 개편안도 못 만들면서 그냥 완화만 해주는 거 아니냐고 비판하고, 양쪽으로부터 비판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누구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권오승 : 그렇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잘 모르는 청취자를 위해서 출총제가 어떤 것인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권오승 :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소속하는 회사에게, 갖고 있는 순 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말아라 하는 제도거든요. 개별회사 입장에서 보면 왜 내가 충분히 자금이 있는데, 왜 내 자산의 25% 밖에 출자를 못하느냐 하는 불평이 있을 수 있죠.

박인규 : 말하자면 속된 말로 문어발식 경영을 하지 말아라.. 자기 업종을 열심히 해라 그런 취지인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권오승 : 그런 것과 관련이 있죠. 예를 들어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그런데 기업집단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은 총수가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44%의 개열회사 지분을 이용해서 전체 그룹을 총괄적으로 지배하는 형태거든요.

박인규 : 올해 들어서 출총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나왔고 개편안을 만들었는데, 왜 개편하게 됐는지, 그리고 당초 내놓았던 정부의 출총제 개편안은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시죠.

권오승 : 출총제가 아깜 말씀드린 대로 그런 목적과 취지를 갖고 있긴 하나, 개별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기 순자산의 25% 이상을 출자하지말라고 하니까 상당히 부담이 되고 족쇄가 됩니다. 그래서 개별기업은 그것 때문에 출자할 여력이 있는데도 출자를 못하니까 털어주라고 요구하고, 또 한 측면은 그런 불합리한 점이 있으니까 예외를 상당히 많이 인정했습니다. 하다보니까 예외가 반이 넘어요. 무슨 제도가 원칙보다 예외가 더 많냐.. 그런 비판을 받고 해서 저희들도 출총제는 조금 고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박인규 : 이번에 만들어진 개편안의 골자는 어떤 거였습니까?

권오승 :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출총제가 사실은 재벌의 계열확장, 지배력 확장을 막는 수단이긴 하나, 가장 적절한 수단이냐 하는 점에 의문이 있으니까 조금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보자. 해서 저희들이 생각했던 게 순환출자... A가 B에게 B가 C에게 C가 다시 A에게 돌아오는 순환출자를 막을 수만 있으면 굳이 출총제가 필요없지 않냐.. 그래서 순환출자를 막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해서, 순환출자 중에서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완전히 돌아오는 것도 있고, A-B-C-D-E-F로 넘어가지만 돌아오지는 않는, 그러나 단계는 아주 많이 내려가는.. 이런 것도 있으니까 환상형 순환출자는 우리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상호출자의 변형이니까 이건 금지해도 좋겠다 싶은데, 나머지 다른 복잡한 순환출자를 어떻게 막을 인가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서. 그래서 정부는 환상형 출자는 금지하고 나머지 부분은 계열회사 중에서 일정한 규모 이상의 계열회사에게만 적용하는, 그런 식으로 해서 출총제 규제대상을 대폭 줄여보자. 그러면 출총제로 인한 부담을 사실상 상당히 줄여줄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했거든요. 그랬더니 이제 순환출자 금지제도는 새로운 제도다. 너무 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고 해서, 여러 층에서 반대를 해서 그 부분을 저희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현행법의 범위 내에서만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으로 하고, 다만 출총제 대상그룹과 기업수를 대폭 줄이자. 어느 정도냐, 지금 현행법상으로는 14개 그룹에 343개 기업에 적용되는데, 이것을 7개 그룹에 24개 회사로 줄이면 정말 꼭 필요한 경우만 규제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그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게 아니냐.. 그러면 상당히 제도가 개선되는 게 아니냐. 저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내놓은 것인데 그런 측면보다는 아까 기대에 안찬다는 비판이 상당히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당장 지난 달 말에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에 대한 당정협의에서 여당의 일부의원들이 상당히 이견을 제시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가장 큰 골자가 순환출자규제를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알려져 있는데 왜 그렇게 된겁니까?

권오승 : 여당의 이견은 2가지입니다. 한쪽에서는 출총제 규제대상을 조금 더 줄이면 좋겠다. 지금은 현행 6조원을 10조원으로 올리고, 회사를 2조원 이상의 계열회사만 적용하는 것으로 했는데 이걸 조금 더 높여서 규제대상을 더 줄이자고 하는가 하면, 또 반대에서는 왜 환상형 순환출자는 금지해야 마땅한데 금지하지 못했느냐... 금지해야 되지 않는냐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런 양쪽 주장이 있어서 합의를 못보고 있는 상탭니다.

박인규 : 여당 의견도 하나로 일치된게 아니군요., 흔히 그러는데, 경제가 정치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문제가 생긴 거네요.

권오승 : 그런데 그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면, 순환출자 규제를 해야 된다는 게 특히 권오승 위원장이 강력하게 주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정부안에서는 그걸 안하기로 한 거죠. 약간 아쉽거나 섭섭하시거나 그럴 수 있겠네요.

권오승 : 그렇죠. 애초에 제가 생각한 것은 환상형 순환출자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상호출자의 변형이니까 현행법상 상호출자가 금지되거든요, A가 B에게 주고 B가 A에게 주는 것은 금지인데, A가 B에게 출자하고 B가 다시 C에게 하고 C가 A에게 주는 것은 괜찮다고 하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건 막아야겠다고 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 논리적으로는 이론을 제기한 사람이 없습니다. 대체로 그래야 한다고 보는데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 중에서 몇몇 기업집단에서는 순환출자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걸 하루아침에 금지할 때 여러 가지 부담이 될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그럼 좋다. 기왕 이뤄지는 것은 놔두더라도 장차 할 것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부담스럽다고 해서 결국은 새롭게 규제도입은 안하기로 하고... 다만 현행법에 상호출자금지규정이 있고 탈법행위는 규제할 수 있으니까 그 범위 내에서 어떤 탈법이 있는지 저희들이 감시하고 그것에 대한 감독도하고 필요하면 규제를 하겠다는 그 선에서 부처간에 의견조율을 한 거죠.

박인규 : 재계에서는 출총제 완화를 굉장히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출총제 개편을 완료하는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여당 일부에서 순환출제규제를 해야 한다고 이견이 나오면 원래 계획대로 출총제 개편이 이뤄지지 못하는 겁니까?

권오승 :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부안이 당정협의를 거쳐서 한목소리가 되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면 정부안은 정부안대로 정리해서 입법절차를 밟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관계부처 협의도 하고 이번주부터.. 그리고 다시 입법예고도 하고 법제처하고도 논의해서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다시 수렴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규 : 일단 당초 안대로 입법을 추진하겠다. 지금 기업쪽에서, 재계에서 출총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겠다.. 그런 불만이고,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정부도 출총제를 완화해서 투자확대를 이뤄보자고 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현행 출총제 아래에서도 기업들이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이 20조라는 말도있고, 과연 출총제를 하면 기업들이 투자확대를 하는거냐, 그건 출총제를 없애기 위한 기업들의 위협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출총제가 완화되면 기업투자가 늘어날까요?

권오승 : 해묵은 논쟁인데, 그야말로 출총제가 출자를 제한한 것이지 투자를 제한한 것은 아니다. 투자제한과 출자제한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많은 논쟁을 했는데요. 대개 연구결과를 보면, 출자제한이 투자에 직접적인 제한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간접적인 제한은 될 수 있다. 아니면 심리적 제한은 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저희들은 보는 거죠. 그러나 재계에서는 그게 제한이 된다고 하니까, 그리고 그걸 폐지하면 상당부분 출자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지금 투자가 부진한 이유가 출총제가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것 같아요.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고, 여러 가지 경제적인 다른 어려움 때문이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투자를 제한하는 주된 요인이 아닌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런데 묘하게 이상하게도 출총제가 투자제한의 상징처럼 돼 버렸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마치 이것을 완화하면 상당한 투자가 활성화될 거라고 하는 기대가 생겼고. 그리고 재계에서는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저희들도 그렇게 됐으면 하고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또 재계의 반응도 이 정도 완화하면 우리가 14조 정도는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기업의 주장대로 출총제 때문에 투자가 안된다. 그래서 출총제를 완화해서 투자가 늘 것으로 기대하는데, 반면에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출총제 완화로 재벌개혁은 물건너갔다. 아주 심지어는 우리나라가 재벌공화국이 되는 거 아니냐, 재벌의 요구만 들어준다고 비판적으로 보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권오승 : 양면이 있거든요. 이번에 정부안 만들고 하는 어느 자리에서 몇점 맞을 것 같느냐 했을 때 저는 80점 맞고 싶었는데 70점 정도 맞을 수 있을 거다라고 말을 했는데요, 무슨 말씀이냐 하면 지금 14개 그룹에 343개의 기업에게 적용되다가 7개 그룹에 24개회사로 대폭 줄었는데, 이걸 그렇게만 보면 대폭 완화한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데, 현행 기준으로도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다 큰 회사였어요. 그러니까 지금 24개 회사지만, 출자로 놓고 보면 한 60-70%가 그걸로 커버되거든요. 그 말씀은 적어도 300여개 회사의 경우에는 이때까지는 꼭 필요하지 않은데 규제를 받고 있었다가 이번에 개편안으로 인해서 그대로 되면 한 300여개가 규제로부터 풀어진단 말이죠. 그건 저는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출자제한을 해야 할 기업들은 적어도 규제를 받으니까, 그게 재벌개혁이 어디갔느냐, 후퇴라고 볼 것은 아니다. 제도가 실질적으로 더 불필요한 규제는 안받고, 필요한 규제를 하게 되는 쪽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저는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공정거래위원회의 임무라는 것은 기업의 크기에 관계없이 정말 실력으로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질서를 만드는 것인데, 출총제가 87년에 생겼다가, 98년에 없어지고 2001년에 다시 생겼다가 이번에 완화가 됐거든요. 어쨌든 출총제가 공정한 시장거래질서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면 앞으로 출총제가 어떻게 나가는 것이 공정한 시장거래질서를 확립하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지않는 바람직한 방향인지, 길게 봐서 권위원장이 생각하시는 출총제 운영방법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권오승 : 좋은 질문이신데요, 사실은 공정거래법은 개별시장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법이거든요. 개별시장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카르텔, 독과점,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으면 그걸 규제하는 건데. 그런 관점으로 보면 출총제 같은 걸 왜하냐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아시는 대로 우리나라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40-50개 계열회사가 있잖아요. 그 계열회사가 각각 개별회사에서 개별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는데, 개별시장에서 품질 좋고 값싼 제품을 공급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해야 하는데, 대규모기업집단에 소속만 되면 품질이 떨어져도 값이 높아도 살아남는 구조가 형성돼 있거든요. 이런 구조를 놔두고는 개별시장에서 경쟁촉진이 안되니까 저희들이 규제하는 것이지, 마치 출총제는 개별시장의 경쟁촉진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얘기하는 분이 있는데 그런 건 아니죠. 재벌이 존재하는 것, 그리고 재벌계열회사로 있는 것 때문에 개별시장에서 경쟁을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경쟁제한요소가 되기 때문에 그걸 저희들이 막겠다는 거죠.

박인규 : 단순히 대기업집단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서는 안 되고 실력으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민생경제 현안을 중심으로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서민경제랄까요 민생경제와 관련해서 가장 시급한 현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권오승 : 아까 잠깐 말씀드린 대로 개별시장에서 카르텔이라고 말해지는 부당한 공동행위, 최근에 보면 담합.. 밀가루, 유류, 설탕, 세제 등 분야에서 담합이 있어서 그런 것을 적발해서 과징금도 부과하고 했는데, 그런 것들을 찾아서 철저히 감시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첫 번째 기능이고. 두 번째로는 최근에 소위 기업결합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유통분야, 금융등도 그런데 이런 기업결합이 일어날 때 이런 결합으로 시장이 독점화 과점화 되는 것을 막고, 또 한 측면에서는 개별시장을 보면 중요한 산업 분야가 1-2개 산업 밖에 없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독점 과점 사용자가 지위를 남용하면 그만큼 소비자가 손해보는데, 그 소비자 손해를 막기 위해서 철저히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정유회사들이 기름값을 같이 올려서 담합하는 게 아니냐고 했는데, 공정위에서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결과가 언제쯤 나옵니까?

권오승 : 조사는 거의 마무리 됐는데, 그런 부분이 참 어렵거든요. 외부에서 보기에는 값이 같이 올라갔는데 그것이 경제사정 변화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처한 결과가 우연히 같은 거냐, 아니면 그들의 담합이냐.. 이걸 구별하기 참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갑자기 날씨가 좋다가 갑자기 비가 오면 사람들이 다 우산 들고 나오는데 그런 거냐. 아니면 우산 들고 나오는데 왜 다 새까만 우산 들고 나왔냐. 이게 구별하기 어려워서... 저희들로서는 자연스러운 대처결과가 우연히 같아진 걸 문제 삼을 수는 없으니까. 뭔가 지들끼리 만나서 뭔가 한 게 아닌가 하는데, 심증은 가는데 증거가 안 잡혀서 어려운데, 어느 정도 직접적 증거와 간접 정황증거도 저희들이 찾았어요. 그래서 심사보고서 정리가 거의 돼서..

박인규 : 올해 안에 되나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권오승 : 그렇게 될 것 같은데요.

박인규 : 공정거래와 관련해서 가장 고질적인 것이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문제. 이게 공정거래라기보다는 거의 일방적으로 심하게는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불만도 있는데, 이걸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까?

권오승 : 저희가 상당히 큰 관심을 갖고 비중있게 다루는 분야 중 하납니다. 왜냐면,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참 어려워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어려운 주된 이유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어려워서에요.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을 극복해주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가 공정했으면 좋겠는데 대기업은 힘있고 중소기업은 힘없으니까, 대기업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중소기업이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어요. 뭐 불평을 하고 부당하다고 해도 신고하라고 하는데, 신고하면 거래가 단절됩니다. 차라리 억울해도 참고 있는 것이 낫지, 그러다가 신고해오는 것을 보면 거의 거래도 단절되고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사람들이 신고하는데 들어보면 참 딱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한참 조사하다보면, 또 대기업에서 돈 안 줬다고 하면 돈 주고 이렇게 해버리면 끝났다고 해서 그만 두거든요. 저는 그래선 안 되겠다. 한번 두 번은 몰라도 세 번 네 번 그렇게 하는 기업은 민사적인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강하게 규제를 하자. 그래서 하도급 질서를 공정하게 한 번 잡아야겠다고 해서, 제가 와서부터 이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금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인규 :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떻게 보면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중요한 기구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갖고 있는 권한이 세야하는데 한 9개월 가까이 해오시면서 어떠십니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경제정의를 실현하기에 적당한가요? 일부에서는 맡고 있는 역할에 비해서는 권한이 약하다고도 걱정도 하는데요.

권오승 : 수단의 문제일 거거든요. 저희가 조사할 때 조사해서 들어갔는데, 옛날에는 관에서 나와서 뭐 달라고 하면 주고 했는데 지금은 안 주거든요. 못 들어오게 하고 증거도 감추고 없애고 하는데 이걸 조사하려면 강제조사권이 있어야 하는데 강제조사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마찰이 생기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하는데, 강제조사권은 확보돼야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올 3월부터 하셨으니까 아직 9개월이 안 되셨는데... 임기가 3년인데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꼭 해놓고 가시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일에 중점을 둬서 적어도 이 일 하나는 해 보고 싶다. 이런 게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권오승 : 공정거래법이 경제질서의 기본법이거든요. 시장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질서의 기본이거든요. 그러니까 공정거래법이 시장의 모든 분야에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가 확립돼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거든요. 특히 어려운 분야가 아까 말씀드렸던 고집중산업, 규제산업, 방송, 통신, 보건, 에너지, 모든 분야가 아직은 경쟁원리가 확산되지 않았어요. 옛날에 규제받다가 규제완화라고 얘기 많이 하는데, 규제하다가 규제를 완화하면 그 규제가 하던 역할을 경쟁이 대신해 줘야 하는데, 규제는 완화돼 가는데 경쟁은 아직 안되고 있는 이런 분야에 경쟁원리를 확산시켜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제가 참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일본은 카르텔 하다가 한 번 제재를 받으면, 매출액이 확 떨어져요. 그 말은 소비자가 즉각 반응을 해준다는 거예요. 우리야 유류 카르텔, 설탕 카르텔, 세제 카르텔 잡아서 몇백억 몇천억의 과징금을 부과해도 소비자는 사준단 말이에요. 이렇게 되면 도대체 효과가 없어요. 소비자들이 아 카르텔 기업들과는 거래하지 말아야겠구나, 경쟁질서를 해치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말아야겠구나.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감시자, 주권자로서 시장을 감시해 주는 역할이 필요한데 이게 약하거든요. 마침 내년 3월부터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공정위로 이관돼 옵니다. 그러면 공정위에서 이때까지 소보원 업무를 했습니다만, 좀 더 적극적 체계적으로 종합적으로 소비자 정책을 할 거예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주권자로서 시장을 감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공정위가 상당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영국의 보고서를 보면,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벗은 경쟁이라고 그러거든요. 공정위가 잘해줘야 소비자가 정말 주권자로서 자기역할을 할 수 있게 되겠죠. 그렇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경제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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