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가 바라는 것은 영남 지역주의 아니냐?"

친노-반노, '지역주의 논쟁' 이전투구

노무현 대통령의 "통합신당은 지역당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에 1일 열린우리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도로 민주당'이라는 약점을 찔린 통합신당파들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영남 지역주의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 간에 확연해진 결별 분위기는 '지역주의 논쟁'을 둘러싸고 친노계와 반노계의 대립을 확산시키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의 반(反) 호남 정서 보여주는 것"
  
  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은 영남 지역주의 아니냐"는 역공이 나왔다.
  
  정봉주 의원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사고방식"이라며 지난 5.31 지방선거 직전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산에서 '부산 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을 들어 "이것이 바로 부산 지역주의이며 영남 지역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반(反) 호남정서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크다. 호남 출신인 주승용 의원은 "노 대통령은 호남이라는 말만 나오면 '지역당'이라고 규정짓고 앞장서서 막는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지역당으로의 회귀 아니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선호 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호남 지역주의는 영남 패권주의에 대한 극복의 의미가 크고 호남을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지역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영남 민주화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런 말이 나온 것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이제 지역이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가치를 수호하고 양당구도의 축을 복원해서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석 의원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서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정치공학이자 역(逆) 지역주의"라며 "과거 노 대통령이 주장했던 지역주의 극복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노 대통령의 주장에서 시대정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재 "김근태 사퇴해야 할 때가 왔다"
  
  반면 당내 친노 그룹은 '우리당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노 대통령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당 지도부를 공격했다. 노 대통령 참모 출신들이 주축인 의정연구센터 소속 이광재 의원은 "김 의장이 사퇴할 때가 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 의장의 지도력에 한계가 왔고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제는 사퇴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 의장은 의장 직에 오르기 전에 대선 불출마 선언부터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 대선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은 말조심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내 친노그룹의 다른 축인 참여정치실천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당을 지키겠다는 대통령 발언을 환영한다"며 "최근 당과 대통령 사이에 조성된 갈등 상황에 개의치 않고 끝까지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개혁의 창당정신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