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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레바논, 파괴의 기억과 평화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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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레바논, 파괴의 기억과 평화의 몸짓

베이루트 '저항에 연대하는 국제회의' 참가기

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단에서 일하는 반전운동가 김광일 씨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렸던 국제 반전회의 참가기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국제 반전평화운동의 연대를 꾀하고 미국의 일방주의적 전쟁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이번 회의에서 김 씨는 특히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이 정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여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베이루트와 레바논 남부를 돌아본 김 씨는 이스라엘 공격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면서 시아파 난민에 대한 레바논 정부의 무성의한 지원정책을 비판한다. <편집자>


2004년 9월에 이어 올 11월 두 번째로 레바논을 방문했다. 16일부터 19일까지 베이루트에서 열린 "저항에 연대하는 국제회의" 참가를 위해서였다. 야만적인 학살과 전쟁, 그리고 그것에 맞서는 격렬한 저항이 벌어진 직후였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다. 이스라엘의 공격, 그리고 그 배후에 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무찌른 저항의 상징 베이루트에서 열린 국제 반전회의였다.

레바논의 저항은 이집트, 팔레스타인, 이라크, 영국, 프랑스, 그리스,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 반전운동가들을 베이루트로 불러 모았다. 해외 참가자 약 350명이 등록했고, 레바논 현지인들도 300여 명이 등록했다.

워싱턴의 전쟁광들과 친서방 언론들의 온갖 왜곡과 선동에도 불구하고 베이루트 반전회의는 헤즈볼라의 저항이 국제적 저항의 일부였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첫날 개막식에 레바논 현지의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참가했던 것은 고무적이었다. 나심 헤즈볼라 사무부총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이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

"미국 제국주의의 헤게모니에 반대하는 것과 인류를 위한 선언에는 국경이 필요없다. 레바논의 저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에 맞서 싸울 것이다. 이 저항은 헤즈볼라뿐 아니라 무슬림, 기독교인 등 모든 레바논인들이 지지했다. 우리는 놀라운 단결을 이뤄냈다. 영토를 방어하고, 어린이와 여성을 보호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억압자와 침략자에 맞서 저항했다.

미국의 계획은 실패하고 있다.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에서 실패하고 있다. 남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나의 저항이다.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 미국을 쫓아내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에 맞서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자."
▲ "저항에 연대하는 국제회의" 개막식 ⓒ김광일

이에 많은 해외 참가자들도 레바논의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들을 쏟아 냈다.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존 리즈는 전체 회의에서 국제 반전운동의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베트남 전쟁 때처럼 베트남 내의 저항과 국제 반전운동의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서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운동은 이미 아스나르(스페인 전 총리)와 베를루스쿠니(이탈리아 전 총리)를 몰아냈고, 부시와 블레어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광범한 운동의 연합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제국주의에 동의하지 않거나 자신의 국가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더라도 그들과 함께 운동을 조직해야 더 큰 대중 운동을 조직할 수 있다."

아울러 전체회의에서 프랑스, 그리스, 터키, 키프로스, 한국 등 레바논 파병(혹은 파병 예정) 국가의 반전 활동가들은 자신의 정부가 레바논에 파병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나흘 동안 계속된 회의에서는 "전략", "법적 대응", "아랍네트워크 구성", "언론", "재건" 등을 주제로 한 워크샵이 진행됐고 마지막 날 결의문을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결의문에는 중동 지역의 저항과 국제 운동의 연대를 지속시키고, 내년 3월 이라크전 발발 4주년 규탄 시위와 7월 12일 레바논 전쟁 발발 1주년 항의 시위, 9월 29일 팔레스타인 인티파다 기념 시위 등을 호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범죄를 심판하기 위한 법적 대응-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민중재판소 창설-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미디어 연대를 강화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헤즈볼라를 비롯해, 아랍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나세르주의자, 중동 지역의 좌파들도 참가했다. 이는 중동 지역 운동의 연대를 위한 가교가 될 것이다.

베이루트와 레바논 남부, 파괴의 기억

이스라엘의 폭격이 집중됐던 베이루트 남부와 레바논 남부 방문도 매우 인상 깊었다. 베이루트 남부의 헤즈볼라 본부와 사무총장인 나스랄라의 거처가 있던 지역은 완전히 파괴됐다. 폭격은 헤즈볼라 시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이 지역은 3만5000명이 사는 곳인데 300채의 건물이 완전히 파괴됐다. 사상자가 몇 명인지 아직 파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15층 정도의 건물이 지하까지 완전히 파괴된 현장은 당시의 폭격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였다. 복구는 아직도 미뤄지고 있다. 이 지역의 교통과 치안은 여전히 헤즈볼라의 몫이라고 한다.
▲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베이루트 남부 지역의 건물 ⓒ김광일

▲ 폐허가 된 레바논 남부 지역의 모습 ⓒ김광일

레바논 남부도 이스라엘의 폭격이 집중됐었다. 시아파의 주요 거주지역이자 헤즈볼라의 핵심 근거지이기 때문이었다.

이어 학살이 벌어졌던 티레와 이스라엘 접경지역도 방문했다. 불발탄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라는 안내 표지판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전쟁 기간 사용한 100만 개의 집속탄이 불발탄으로 남부 지역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휴전 이후에도 남부 레바논인 20여 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남부의 산악 지대에 있는 올리브 농장에서의 열매 채취활동은 불발탄의 위험 때문에 금지되어 있다. 파괴된 건물에서 커다란 천으로 바람을 막은 채 생활하고 있는 남부 레바논인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지역도 사실상 방치돼 있다. 정부군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남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바논 구호 단체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지원만이 근근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레바논 정부의 구호는 미미하거나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기 일쑤라고 한다. 파괴된 가옥을 복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새로운 난민촌을 만들어 강제 집단 수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후니엔 라할 헤즈볼라 공보관

- 한국에는 당초 헤즈볼라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7월과 8월 이스라엘의 공격 때 관심이 높아졌다. 헤즈볼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침공과 점령에 맞선 운동으로 시작됐다. 그것은 거의 20년에 걸친 레바논 영토 점령에 맞선 해방 운동이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싸우는 한편 자신들을 지지하는 대중을 보살피고 그들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었다. 그것은 빈민층과 교육·보건의료 등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개발 운동이었다."

- 헤즈볼라는 이슬람주의를 견지하고 있지만 비무슬림과 함께 저항을 조직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적극 후원하고 있고, 중요한 지원을 많이 하는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이스라엘한테서 (우리의) 권리를 되찾아 줄 것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기로 했고 투쟁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이슬람 정체성은 이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정신을 건설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끈 결정적 요인이었다.

▲ 헤즈볼라 공보관(오른쪽)과 인터뷰중인 필자 김광일(왼쪽) 씨와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이준규(중앙) 씨ⓒ김광일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른 정당이나 문화를 증오한다는 말은 아니다. 헤즈볼라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 싸운다면 전 세계 어느 단체·정당과도 긴밀한 유대를 맺는다. 우리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 싸우는 모든 혁명가들을 지지한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쿠바의 카스트로를 지지한다. 이들이 미국의 패권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아시아의 혁명가들을 대단히 존경한다. 그들이 다양한 점령, 특히 미국의 점령에 맞서 싸우기 때문이다."

- 헤즈볼라의 저항은 어떤 의의를 갖고 있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권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전 세계적 공동 투쟁의 일부다. 레바논인들의 승리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질 승리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레바논 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최첨단 무기를 제공했다. 따라서 이것은 이스라엘의 패배인 동시에 미국의 패배다. 또 미국을 패배시키거나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레바논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들

- 한국 정부는 특전사가 주축이 된 레바논 파병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미 레바논 파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필자는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현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레바논 현지 활동가들과 프랑스 등과 같은 파병 국가의 활동가들에게서 파병반대 주장을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군의 레바논 파병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하겠다. 한국이 이 범죄에 동참하려 한다면 정부 혼자 해야지, 평범한 한국인들까지 연루시켜서는 안 된다. 평범한 한국인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자유롭게 살길 원한다. 그들을 반인륜적 범죄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전쟁은 평범한 한국인들의 전쟁이 아니다. 왜 그들이 이라크에 가야 하나? 한국 정부는 그들을 그만 괴롭히고, 신중히 행동하길 바란다." (라마니 지압, 헤즈볼라 활동가)

"현재 많은 레바논인들은 유엔군이 정치적 목적으로 파병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목적은 이스라엘을 보호하려는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군에 대한 반감이 레바논에서 확산되고 있다. 레바논 현 정부는 무능하고 문제가 많다. 그리고 레바논인들이 이스라엘의 전쟁을 경험한 후에 유엔군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의미 있는 연대와 지지는 세계 민중들로부터 온 것이다. 한국에서 온 연대와 지지도 포함된다. 정치적 연대뿐만 아니라 재정적 지원은 구호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여러분의 모금은 폭격에 파괴된 건물들의 재건과 실향민들의 구조활동에 유효히 쓰여질 것이다. 아울러 파병 반대를 위해 힘써 달라." (가산 마케름, 레바논 구호단체 '사미둔' 소속)

"우리는 모든 전쟁에 프랑스 군대가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가 미국 제국주의 전략과 비슷한 전략을 취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처음에는 아프간에 파병을 하고 이제 레바논에 파병을 했다. 프랑스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슬람 혐오주의와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부시의 전쟁에 맞서 싸우고 프랑스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 유엔군은 중립군이 아니다. 프랑스 또한 제국주의 국가다. 아프간과 아이보리코스트도 점령했다. 평화유지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프랑스에서도 평화유지군과 점령군에 대한 정의에 논쟁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평화유지군과 점령군의 차이는 없다." (해난와 마리, 프랑스 전쟁반대행동)

"그리스에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집회가 있었고, 레바논 헤즈볼라의 승리에 연대와 기쁨을 보냈다. 현재 우리는 유럽 국가들이 유엔을 통해 레바논에 파병하는 것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유엔군은 점령군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 정부에게 파병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유엔군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400여 명의 그리스 군인과 전함을 보내려는 그리스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할 계획이다." (페트로 콘스탄티노, 그리스 전쟁저지연합)

"키프로스는 유럽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중동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아주 전략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과거에는 지중해의 '침몰 불가능한 전함'이라고 불렸다. 공군 해군 기지와 각종 레이더기지들이 있어 중동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감시할 수 있는 위치다. 우리는 이렇게 키프러스가 이라크, 아프칸, 레바논 전쟁의 전진 기지로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도 유럽 국가와 같은 제국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키프로스 정부가 레바논에 파병한 군인들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군은 평화유지군이 아니다. 그들은 지난 여름 이스라엘이 완수하지 못했던 일을 끝내려고 온 군대다. 그래서 우리는 유엔군의 레바논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디노스 아지오마미티스, 키프로스 전쟁저지연합)

"우리는 터키 군대의 레바논 파병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조직하고 있다. 유엔군은 레바논에 와서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하려고 할 것이다. 2003년 우리는 터키 군대의 이라크 파병을 저지했다. 우리에게는 큰 승리였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터키 정부에게 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아서 문제가 많으니 이번 레바논 파병에는 꼭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터키 정부는 500여 명을 레바논에 파병했다. 이들은 전투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 하에 파병됐다. 프랑스 및 이탈리아 군과 따로 배치되어서 전투가 일어나면 곧바로 철수하는 것으로 파병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즉각 철수를 요구하며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일디즈 오넨, 터키 Global Peace and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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