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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대북협상 우선순위 아니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38> ICG, 북미 양자협상 권고

지난 11월 17일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이 함께 제출한 대북 인권결의안이 우리나라가 찬성한 가운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통과된 바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적인 싱크 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The International Crisis Group, 약칭 ICG)는 "새로 열릴 대북협상에서는 북한 인권문제 같은 안건보다는 핵폐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 눈길을 끈다. 인권은 협상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ICG는 워싱턴, 뉴욕, 런던과 모스크바에 각각 정책추진사무실을 두고 정치-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이른바 '위기지역'(또는 분쟁지역)의 현지상황을 분석함으로써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한다. ICG는 최근 '북한 핵실험: 그 부수적인 결과'(North Korea's Nuclear Test: The Fallout)라는 제목의 한반도 관련 보고서를 내놓았다. 여기서 ICG는 12월 중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회담과 북미접촉에서는 인권보다는 핵폐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권보다 핵폐기에 초점"

아울러 ICG는 "북핵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북한의 안보 불안과 미국이 요구해 온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핵무장을 다룰 북미 사이의 양자협상(bilateral negotiations)이 요구된다"고 못 박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피하면서, 그 이유로 "클린턴 행정부 때에도 북미 양자협상이 제대로 효력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ICG는 부시 대통령의 그런 주장과는 달리 "(클린턴 행정부의) 북미 양자협상이 몇 해 동안 북핵 프로그램 가동을 뒤로 늦춰 왔다"고 지적하면서, 부시행정부의 대북 협상태도가 잘못됐음을 비판한다.

ICG가 부시행정부를 향해 내놓은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즉, △ 6자회담은 물론 북미 쌍무협상에 관한 모든 권한을 지닌 고위 대북특사를 임명하고 △인권이나 마약, 위폐, 미사일 등 다른 주요 협상 의제보다는 핵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할 경우 북한 안보와 체제 보장을 비롯한 반대급부가 어떤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안정이 가장 큰 관심사이고, 북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려는 포용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러시아도 한국과 중국 편에 기울어 있다. ICG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일방주의를 고집함으로써) 새로 시작하는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과 마찰을 빚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내용이다.

<본문 보기>


상대방 의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북핵을 둘러싼 대치상황은 지난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말미암아 더욱 꼬여갔다. 핵실험은 북한의 우방인 중국으로 하여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1718에 찬성하도록 만들었다. 북한은 지난 10월 31일 베이징에서 중국, 미국과 접촉한 뒤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합의했지만, 그 전망은 지난날 잘못 빠져들었던 함정(pitfall)에 다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날 미국과 북한은 서로의 의도를 분명히 이해하지 못했기에 외교적 협상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6자회담이 핵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모임인 것은 사실이지만, 핵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북한의 안보 불안과 미국이 요구해 온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핵무장을 다룰 북미 사이의 양자협상(bilateral negotiations)이 요구된다.

북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반응은 북한이 회담에서 보다 많이 양보하도록 압박하는 새로운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예전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흥미를 느낄 만한 메뉴(a far more specific and appetizing menu)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북핵실험 뒤 유엔안보리가 신속하게 대북제재를 결의했지만, 결의안의 해석을 둘러싼 차이가 곧 불거졌다. 중국, 러시아, 한국은 제한된 제재를 바라지만, 미국과 일본은 엄격한 강제를 바라는 쪽이다. 바로 이런 점이 6자회담의 약점을 드러낸다. 6자회담 참여국들은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상황의 긴급성을 둘러싼 자체평가가 다르다.

"클린턴 때도 양자협상이 효율적"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안정이 가장 큰 관심사다. 미국과 일본은 핵확산과 인권은 물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의 위협이 관심사항들이다.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한국과 중국 편을 들면서, 위기상황이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직접대화로 풀려나가길 바래 왔다.

안보와 관련, 북한이 우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대북 강공책이다. 이 안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북미 양자협상이 제대로 효력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북미 양자협상이 몇해 동안 북핵 프로그램의 가동을 뒤로 늦춰 왔다.

6자회담은 북미 양자협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디딤돌을 마련할 수가 있다. 아울러 6자회담은 북핵폐기라는 궁극적인 합의를 뒷받침하는 국제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6자회담이 북한핵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채널일 수는 없다(북미 양자협상이 북핵위기를 푸는 열쇠다).

6자회담을 다시 열기로 한 최근의 베이징 접촉은 직접대화의 효용성을 다시금 증명했다.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 정책을 바꾸도록 북한에게 실질적이고 체면을 살리는 쪽으로 추가적인 제안을 내놓을 태세가 돼 있는가 아닌가는 두고 볼 일이다.
▲ 지난 10월14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북한의 박길연 유엔대사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 ⓒ프레시안

"인권은 협상우선순위가 아니다"

미 부시행정부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시행해야 한다.

△미 의회가 권고한 것처럼 북한을 전담하는 고위 대북특사를 임명해야 한다. 그 대북특사는 6자회담은 물론 북미 양자협상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가져야 한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국제 사찰을 받아들인다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유엔 안보리의 일정표에 동의해야 한다.

△인권이나 마약, 위폐, 미사일 등 다른 주요 협상의제가 있지만, 가장 위험이 따르는 핵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이 핵폐기에 나설 경우 북한의 안보와 체제 보장을 비롯해 북한이 누릴 반대급부가 어떤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아야 한다.

△아시아지역의 핵심 국가들, 특히 중국과 더불어 핵확산 위험을 막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1718의 원만한 이행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새로 시작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의 마찰을 빚어선 안 된다.

단계적 안전보장과 금융지원이 최선

워싱턴과 평양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협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든 타결이 쉽지는 않다. 북한은 북핵폐기로 돌아올 이득이 어떤 것이든, 또는 북핵폐기를 거부함으로써 돌아올 불이익이 어떤 것이든, 핵무기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려들지도 모른다. 북한은 협상 시간을 끌면서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어내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이 북한의 뿌리 깊은 안보불안감을 무마하기 위해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지 않는 한,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

국제위기그룹(ICG)은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이미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폐기를 위한 해법을 내놓은 바 있다. 그것은 북핵 동결과 폐기의 각 단계마다 대북 안전보장, 외교적 인정(북미수교)과 금융지원의 정도를 높여가는 수순을 가리킨다. 현재로선 그런 식의 접근이 최선의 길이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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