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고건'이냐 '反고건'이냐…한화갑-정균환 정면충돌

민주, 정계개편 시작하기도 전에 지리멸렬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부대표의 갈등이 양측의 정면충돌로 비화됐다. 도당 위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시작된 민주당 전북도당의 내분이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여부를 놓고 두 지도부 간의 정면 충돌로 확대된 것.
  
  범여권의 정계개편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종용하던 민주당이 되레 분열에 휩싸인 형국이다.
  
  "제명은 이성을 상실한 폭거" vs "맘에 안들면 무조건 부정"
  
  정균환 부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화갑 대표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도당 직무대행을 통해 당 부대표인 본인을 제명시키려 했다"며 "민주적 토론 자체를 봉쇄하고 제명까지 시도한 것은 이성을 상실한 폭거"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엄대우 전북도당 위원장 직무대행도 같은 자리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임명됐다고 임명된 사람을 인정하지 못한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며 "이런 행위는 역사에 기록을 남길만한 해당행위 사건으로 당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역공했다. 엄 대행은 "정 부대표는 해당적 비대위를 즉각 해체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전북도당 위원장 임명과정의 잡음에서 시작됐다. 한 대표가 최근 엄 대행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하자, 이에 반발한 정 부대표 지지세력도 "정 부대표의 도당위원장 재추대"를 선언하며 별도의 전북도당 비대위를 구성한 것.
  
  논란 끝에 전북도당이 지난 18일 정 부대표에 대한 '당원 제명'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급기야 양측의 난타전이 이어졌다.
  
  정계개편 앞두고 적전분열
  
  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인 충돌의 배경에는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의 진로를 바라보는 양측의 뿌리 깊은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
  
  정 부대표는 고건 전 총리을 견제하려는 한화갑 대표의 의중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정 부대표는 "한 대표는 고건을 적대시하며 신당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 대표의 이런 구상은 결국 민주당을 죽음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는 "민주당과 고건은 상호 보완관계"라며 "정계개편의 구심은 민주당과 중도세력의 대표주자로 서 있는 고건"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한 대표의 구상대로 가면 민주당은 지지층과 분리되어 사지로 내몰리게 되고 대통합의 미래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 부대표는 이어 "지금 한 대표 때문에 초래된 민주당의 위기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혼을 바탕으로 중도세력을 대통합시키기 위해 온 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갑 대표 측은 "민주당을 고건 전 총리에게 헌납하려는 처사"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민주당이 정계개편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엄 대행도 "다가오는 정계개편에서 큰 틀에서 개인적인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힘을 하나로 모아 주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민주당이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서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건 신당 창당 발기인으로 전북도당을 참여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순을 밟던 정 부대표가 고건 신당이 불투명해지고 정치적 미아가 될 것 같으니까 당내 투쟁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갈등은 내년 2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전북도당 문제는 엄 대행이 "정 부대표가 소명과 반성을 하고 당 발전에 함께 한다면 전북도당은 이번 일을 원만하게 수습하겠다"고 밝혀 타협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갈등의 전선이 친고건파와 비고건파로 비화된 만큼 근본적인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12월 께로 예정된 고 전 총리의 신당 추진 움직임이 얼마나 세를 갖춰 탄력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