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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 서류는 홍콩에…1년간 아무도 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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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BDA 서류는 홍콩에…1년간 아무도 안 봤다"

[인터뷰]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사무소장

중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의 일부를 풀어줬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에 대한 진위가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BDA의 북한 계좌 관련 서류를 지난 1년간 홍콩에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사무소장은 지난 16일 있었던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한 소식통(insider)에 따르면 BDA에서 가져온 북한 계좌 관련 서류가 홍콩에 있는 방 하나를 꽉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벡 소장은 "(그러나) 그동안 아무도 그걸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며 "한달 전 만났던 미 재무부의 관리들은 '불법적인 돈과 합법적인 돈을 구분할 수 없다. 우리는 그걸 구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해 BDA 북한 계좌 동결 이후 있었던 중국 금융당국의 관련 서류 조사가 만족스럽지 않자 서류 일체를 미국으로 가져가 1년 넘게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벡 소장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미 재무부는 BDA 서류를 미국 본토가 아닌 홍콩에 있는 미국의 한 기관에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지난달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을 수행한 후 BDA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0월 21일 홍콩에 들렀던 사실이 주목된다.

당시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힐 차관보의 방문 사실을 밝히며 "마카오 동결자금 문제를 비롯한 북한의 현상황과 관련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만 말했었다. 벡 소장의 말대로라면, 힐 차관보가 홍콩에 보관된 BDA 서류 조사 결과를 중간 점검하고 금융제재와 관련한 북한과의 타협안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힐 차관보는 23일까지 홍콩에 머물렀고 그 후 피지, 호주 등을 거쳐 30일 베이징으로 돌아가 다음날인 3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가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BDA 동결자금 2400만 달러 중 1200만 달러 정도를 풀어줬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BDA 관련 서류에 대한 조사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금융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북한 강경파가 미국 강경파에게 길을 닦아 줬다"

부시 행정부가 BDA 계좌의 합법/불법을 구분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벡 소장은 따라서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미국이 보여줄 융통성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고 전망했다.

벡 소장은 "북한은 핵보유국을 선언했고, 금융제재 문제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의 현안은 회담을 진전시키는 데에 추가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에 시작될 6자회담은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회담이 깨지지만 않아도 잘 했다고도 할 정도가 될 것"이라며 "돌파구(breakthrough)보다는 위기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재개 합의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에 대한 모멘텀이 상실됐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벡 소장은 "안보리 결의안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국제적인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반론을 폈다.

벡 소장은 "PSI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네오콘들의 고안물인데 네오콘들은 PSI를 다자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그것을 달리 보자면 북한의 강경파들이 미국의 강경파들에게 길을 닦아준 것으로도 해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집 센 두 대통령은 대북정책 변화 안 시킬 것"

벡 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무조건적인 포용정책'으로, 부시 대통령의 그것을 '무조건적인 대결정책'으로 평가하고 두 대통령의 정책이 이처럼 다른 한 "최대한 할 수 있는 게 6자회담이 깨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공조의 방법에 대해 그는 "예를 들자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국에 와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겠다. 힐 차관보를 평양에 보내겠다. 북한이 원하는 바를 해주겠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우리가 북한에 강하게 나가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한국과의 그런 타협책을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대북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제임스 베이커(전 국무장관)와 로버트 게이츠(신임 국방장관) 같은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란과 직접 대화하라고 했다는데 부시 대통령은 그 말도 듣지 않았다"며 "그렇게 볼 때 북한과 직접 대화하라는 말을 누가 한다고 해도 부시 대통령이 들을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고집이 센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선거에서 졌나, 그리고 지지도가 얼마나 낮나? 하지만 그 두 대통령은 실패한 전략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인터뷰 전문.

"6자회담, 돌파구보다는 위기가 더 많을 것"

- 6자회담 재개에 이르는 과정이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중재로 미국과 북한이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모종의 합의를 본 것 같다. 미국은 그간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회담에 복귀하라는 입장이었는데, 중재 과정을 거치면서 달라진 것 같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했기 때문이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베이징에 가도록 했던 것을 보면 미국의 입장이 다소 유연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혼합됐다. 지난 4월 도쿄에서 있었던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부시 행정부는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부상과 같은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게 했다. 그에 비한다면 미국의 입장이 다소 변한 건 사실이고 그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이라크 사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굿 뉴스'가 하나라도 나오길 바라는 희망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오는 외적인 압력을 받았고, 미국은 중간선거를 계기로 내적인 압력을 받았기 때문에 회담 합의가 가능했다.

그러나 아무리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도, 미국의 유권자들이 부시 대통령을 압박해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매우 고집이 센(stubborn) 사람이라는 게 기본적인 문제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시작될 6자회담은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선언했고, 금융제재 문제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의 현안은 회담을 진전시키는 데에 추가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회담이 진척되리라는 기대는 낮을 수밖에 없고, 회담이 깨지지만 않아도 잘 했다고도 할 정도가 될 것이다. 돌파구(breakthrough)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나 미국 모두 지금 당장은 위기가 더 고조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3국 정부의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중국이 과연 북한의 핵실험으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북한을 얼마나 거칠게 다룰지는 미지수다. 물론 중국이 아무리 많이 화가 났더라도 어떤 거래를 할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그저 북한을 향해 '하지 마라'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조용히 있으라'라고만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향해 절대 채찍을 들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강하게 나갈 것이고, 미국도 그리 많은 융통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홍콩에 있는 서류뭉치

- 6자회담이 열렸을 경우 북한과 미국이 다루고자 하는 이슈의 우선순위가 다를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금융제재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올 것 아닌가.

"부시 행정부가 보여줄 융통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달 전 만났던 미 재무부의 관리들은 '불법적인 돈과 합법적인 돈을 구분할 수 없다. 우리는 그걸 구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미 행정부의 한 소식통(insider)에 따르면 BDA에서 가져온 북한 계좌 관련 서류가 홍콩에 있는 방 하나를 꽉 채우고 있는데 그동안 아무도 그걸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부시 행정부는 합법적인 돈과 불법적인 돈을 구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중국의 대북 석유 공급 중단 여부를 과연 누가 알겠는가?" ⓒ프레시안

- 회담이 열린다면 교착이 계속되기는 어렵지 않나.

"지난 1년여 동안도 얼어붙은 상태로 오지 않았나. 미국 입장에서는 6자회담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 양자회담도 거부하고 있고, 북한 미국 모두 더 이상의 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마당에는 6자회담을 끌고 가는 수밖에 없다."

- 회담 재개 합의에는 북한의 핵실험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회담 재개 합의를 두고 북한이나 미국 모두 자신들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미국이 회담에 나왔다'고 할 거고, 미국은 '우리가 대북 제재를 하고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북한이 무릎을 꿇었다'고 할 것이다. 무엇이 미국을 움직이게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더 이상의 대북 압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압박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 북한 입장에서 회담이 진척이 없을 때 2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

"6자회담 복귀 약속 전에는 2차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기술적인 이유나 그 밖의 이유들로 그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오히려 2차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약점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6자회담 재개에 중국이 역할을 한 것 같다. 앞으로 금융제재 문제에서도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제재 정책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중국은 북한에 보내는 석유를 줄였다는 얘기가 있다. 중국이 지난달 북중미 3자회동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북한에 특사를 보내기 전에 미국에 먼저 보낸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은 중국이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는 징표로도 읽힌다.

북중 접경지대의 은행에서 대북 송금이 안 되고, 북한 근로자들을 다시 들여보내고, 일부 국경지대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행위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에 정말 화가 난 것인지."


- 최근 북한을 다녀온 미국의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등에게 석유 수송 중단은 없었다고 했다던데.

"그걸 누가 아나.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 활동에 대해 어떤 보고서도 내고 있지 않다. 중국 일부 관리들이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그걸 누가 확인할 수 있나. 중국 정부의 통계는 믿을 수가 없다."

"미국 민주당, 북한 잘 모른다"

- 미국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북미 협상 타결을 위해 민주당 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보나?

"민주당 의회가 부시 행정부에 북한과 대화를 하라는 압력을 가할지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커트 웰던, 짐 리치(현 하원 동아태소위원장) 같은 공화당 의원들이 낸시 펠로시(차기 하원 의장) 같은 민주당 사람들보다 부시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더 크다.

제임스 베이커(전 국무장관)와 로버트 게이츠(신임 국방장관) 같은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란과 직접 대화하라고 했다는데 부시 대통령은 그 말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볼 때 북한과 직접 대화하라는 말을 누가 한다고 해도 부시 대통령이 들을지 모르겠다.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고집이 센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선거에서 졌나, 그리고 지지도가 얼마나 낮나? 하지만 그 두 대통령은 실패한 전략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포용정책을, 부시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대결 정책을."


- 민주당에는 커트 웰던이나 짐 리치처럼 북한을 잘 알면서,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없나?

"조지프 바이든(차기 상원 외교위원장) 정도다. 톰 랜토스(차기 하원 국제관계위원장)는 별로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크리스토퍼 힐과 커트 웰던, 짐 리치 같은 사람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무부나 공화당 지도부의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의회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뀐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 부시 대통령이 이란과 대화하라는 제임스 베이커의 말도 듣지 않는다면 이라크 정책 역시 바뀌지 않는 것 아닌가?

"이라크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라크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란과 시리아, 터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들과 대화하지 않는 것은 커다란 잘못이고 미국은 절대로 혼자서 이라크 문제를 풀 수 없다."

"북한 강경파가 미국 강경파 도왔다"

-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청와대 관계자를 최근 만났는데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북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 문제 말고는 한일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다. 한일 정상들은 북한 문제로 인해 서로 공명(共鳴)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북한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북한이 지나치게 도발적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의 행동은 국제 엔지오나 화해협력을 바라는 남한의 사회세력들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을 줄여왔다."


- 6자회담 재개 합의로 안보리 결의안이 모멘텀을 잃었다는 시각이 있다. 그 결의안이 북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안보리 결의안보다 일본의 일방적인 제재가 북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이 제재 품목으로 명시한 것은 '사치품'이라는 딱 하나밖에 없다. 사치품을 어떻게 규정하겠나. 사치품에 대한 나라별 인식도 다 다르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안은 PSI에 대한 국제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PSI는 안보리 결의안으로 인해 미국의 이니셔티브가 아닌 다자적인 이니셔티브가 됐다. 처음에는 나도 PSI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네오콘들의 고안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PSI를 다자화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을 달리 보자면 북한의 강경파들이 미국의 강경파들에게 길을 닦아 준 것 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유엔은 북한의 행동 때문에 미국의 행동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 고립됐고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은 친구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북한에게는 중국과 한국도 위험한 상대가 됐다."


"한나라당 집권해도 큰 틀의 정책변화 없을 것"

- 미국 중간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 이라크 문제였는데 앞으로도 바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나 북한에 대해 일방적 군사주의를 계속 끌고 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평가하고 정책 대안을 내놓을) 이라크연구그룹(ISG) 구성원들이 유명인사들이긴 하지만 이라크나 중동에 대해 잘 모른다. 별 의미가 없는 모임이다.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를 어떻게 할지,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어떻게 할지 모른다. 부시는 '그들의 제안을 들어보겠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지도자가 '제안을 들어보겠다'는 말을 하나. 그런 말을 4년간 해 왔다. 이라크와 북한, 이란을 어떻게 다룰지 모르는 거다.

6자회담의 재개를 앞둔 지금은 북한뿐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두 지도자가 하노이에서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을지 모르겠다.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를 할 수도 없을 것이고 기껏해야 자이툰 주둔 연장 문제밖에 얘기할 게 없다."


- 북핵문제에 대해 한미간에 공조를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자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국에 와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겠다. 힐 차관보를 평양에 보내겠다. 북한이 원하는 바를 해주겠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우리가 북한에 강하게 나가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하는 거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한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다. 그래도 북한이 행동을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고 한국도 지지해야 한다. 그 때가 되면 개성과 금강산을 중단하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부시 행정부는 한국과의 그런 타협책을 찾지 않았다. 그 정도의 공조를 해야 한다"
▲ "대북정책조정관 자리 하나 만들었다고 해서 변할 건 없다" ⓒ프레시안

- 미국 국방수권법에 따라 대북정책조정관이 세워지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잭 프리처드(전 대북협상 전담대사)도 실패했다. 6자회담 과정에서 어떤 역할도 못했다. 3-4년간 아무것도 못했다. 그런 자리가 하나 만들어졌다고 해서 기대를 걸 건 없다. 상대와 협상하고 타협하고 뭔가를 결정할 권한을 줘야 하지 자리만 하나 새로 만든다는 건 의미없는 일이다."

-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간에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것인데 잘 안 될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현재의 고집 센 두 대통령이 있는 한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결코 친구가 될 수 없고 신뢰를 쌓을 수 없다. 성격은 비슷해도 정 반대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게 6자회담이 깨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나가게 하는 것이다."

- 내년에 한국 대선, 다음해에 미국 대선이 있다. 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달라진닫고 보나.

"한국의 경우 보수당의 집권이 거의 확실시 된다. 미국도 공화당의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대북정책이 같아지지는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차이가 줄어들 것이다. 한국의 경우 무조건적인 포용정책에서 조건부 포용정책으로 바뀔 것이고, 미국의 경우는 무조건적인 대결 정책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을 보이고 협력을 하는 쪽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 양국이 어느 정도의 정책협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대북 대결정책으로 나아가 평화통일 노선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는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이 북한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북한에 가본 적도 있다. 박근혜 대표는 스스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며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매우 놀랐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도 마찬가지다. 고건 전 총리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앞서 나가는 대선주자들 모두 북한에 대한 강경파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그들은 온건파다. 따라서 그들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대북정책이 엄청나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현재 정책은 너무나 극단적으로 달라서 어느 정도의 수렴이 필요하다."

- 자이툰이 이라크에 더 주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미국도 단계적인 철수를 얘기하는 마당에 그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쿠르드족을 보호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다. 조중동이고 한겨레고 한국의 어떤 신문도 자이툰 주둔을 연장해야 한다는 칼럼을 쓰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 쿠르드족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던 한국인들은 쿠르드족을 동정해야 하고 그들에게 힘을 보태줘야 한다. 한국인들은 이라크에서 인기가 좋다. 점령자가 아닌 보호자로서 비쳐지고 있다.

그렇게 위험한 땅에 군대를 주둔시켜 보는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기도 하다. 또 미군이 이라크에 갈 때는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런 것이 바로 동맹으로서 할 일이다. 친구가 친구를 돕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특히 쿠르드족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무도 돕지 않고 도움을 바라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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