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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한국전 종료 선언'은 언론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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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백악관의 '한국전 종료 선언'은 언론플레이?

금융제재 해법은 全無…'말대 말' '행동대 행동' 원칙도 무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전쟁을 공식 종료하는 선언을 하겠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18일 하노이 APEC(아태경제협력체)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측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등으로 규정하며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 왔던 기존의 태도가 완화된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변화된 대북 접근법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미국이 줄 수 있는 관계정상화 및 평화협정 체결 카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면서 핵폐기의 인센티브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악의적 무시'로 불리던 과거의 대북 접근법을 버리는 대신 북핵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징표로도 해석되고 있다.
  
  '선(先)핵포기'는 철지난 얘기
  
  문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라는 단서.
  
  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 발발 후 북한과 미국은 '핵폐기 먼저'(미)와 '체제 안전보장 먼저'(북)를 두고 4년간 줄다리기를 해 왔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리비아처럼 먼저 핵을 포기한다면 안전보장과 더불어 경제적 지원과 관계정상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한국전쟁 종료 선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라는 전제에 따라 미국이 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 것일 뿐 '리비아식 해법'의 기본 구조를 바꾼 게 아니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자회담에서 있었던 9.19공동성명 4항에는 '직접 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적절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서 갖고 평화협정 체제를 협상하기로 했다'고 되어 있다.
  
  북미 양자가 될지, 남북미중 4자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기 나오는 '별도의 포럼'이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달리 말해 한국전쟁의 종료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제안이 특별히 새로운 게 아니라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에게 선행조치를 하라는 요구를 배제하고 동시행동적인 해법을 찾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북핵 폐기'라는 선행조치를 걸게 된 것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9.19공동성명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 한 후에 경제보상이나 체제안전 보장, 평화체제 등을 논의하겠다는 게 아니라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핵을 포기하면'이란 단서가 붙은 것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토록 양보해도 안 받는 북한'?
  
  이같은 평가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6자회담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북한에 영변 핵시설 동결이나 일부 해체 등을 먼저 약속하라고 요구하겠다는 미국의 입장 역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란 지적이 가능하다.
  
  한국전쟁 관련 발언 외에도 부시 대통령은 이번 APEC 기간 중에 '북핵 포기'를 전제로 안전보장도 해 주겠다, 경제적인 인센티브도 주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9.19공동성명에 나온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거나, 선(先)핵포기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미 나온 말을 되풀이하거나 과거의 태도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새로운 것을 주는 양 말하는 태도에서 백악관이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러 일으킨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이라는 전제를 수용하지 않을 게 뻔한 상황에서 핵폐기 후 제공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강조함으로써, 그걸 받지 않는 북한을 고집불통으로 이미지 메이킹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연철 교수는 "9.19공동성명에 나온 평화체제 언급을 한국전쟁 종료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은 새로운 게 아니고 실체도 없다"며 "미국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회담을 교착시키고 있는 금융제제에 대한 해법을 내는 게 핵심이지 9.19공동성명을 되풀이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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