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한 데 대해 열린우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우리당 내에서는 정부 결정에 대한 찬성파 의원들과 반대파 의원들이 각자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극도의 혼란상을 엿보였다.
與, 정부의 급작스런 결정에 당혹
이날 우상호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이번 결의안은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 신장이라는 목표에 충실해야 하며 대화와 협력의 전환적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 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한 결의안으로 해석되고 북한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될 경우 6자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우려'에 보다 큰 비중을 뒀다.
개혁적 성향의 의원들도 즉각 반기를 들었다. 변변한 당정 협의도 없이 정부가 불쑥 결정사항을 발표한 형식도 문제이거니와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유승희, 유기홍, 우원식, 이인영 등 18명의 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 결의안 참여가 북 인권문제 해결의 답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이들은 "인권문제의 실질적 개선은 평화정책과 신뢰구축의 노력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인도적 지원 사업의 지속과 다양한 시민사회의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재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 결의안에 대해 우리가 근본적으로 부정한다기 보다는 대한민국은 또 다른 의미에서 특수한 당사자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비료나 쌀 등의 인도적 지원 등 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에 앞서 선행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웅 통외통위위원장도 개인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가 6자회담의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시점에 UN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이 시의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중적 기준을 갖고 접근해 온 미국이 앞장 선 대북 인권문제 제기는 종종 국제사회에서 그 객관성이 문제돼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정 강대국이 인권문제에 대한 순수성을 결여한 채 강권외교의 수단으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 최재천 의원은 외교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송민순 내정자에게 "인권문제를 대북 압박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며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국회에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 당정 협의를 한 적도 없다"고 힐책했다.
최 의원은 "정부 내에서 다 결정한 다음에 국회에 보고하면 끝이냐"며 "참여정부의 의사결정이 다 이렇기 때문에 오만하고 독선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비판을 듣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도성향 18명 "매우 의미 있는 결정"
반면 김교흥 김선미 양형일 정장선 조배숙 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 18명의 모임인 '희망21'도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결정을 거듭 환영하면서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이번 결의안 채택에 참여키로 결정한 것은 인류 최고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해 분명한 원칙과 의지를 밝혔다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전폭적인 수용 의사를 표했다.
이들은 "국제사회는 이제까지 북한의 인권실태에 많은 관심과 개선을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제반 관계를 감안해 결의안 채택에 참여하지 않아 왔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민노당 조심스러운 우려 표명
북핵 문제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해묵은 딜레마로 떠안아 온 민주노동당도 난감해졌다.
박용진 대변인은 권영길 의원단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그동안의 입장과 다르게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한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로 인해 대북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애매한 논평을 했다.
박 대변인은 "세계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에도 개선해야 할 인권상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고 북한은 특히 체제에 대한 적대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결의안 찬성은 당연, PSI 참여도 해야"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기준 대변인은 "그동안 노무현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하게 되자 마지못해 입장을 바꾸어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유엔결의안에 찬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의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이 국제공조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지구상 최악의 인권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유엔의 결의에 찬성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인권과 북핵 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 유엔결의안 찬성은 시발점에 불과하고, PSI 참여 등과 같은 국제사회의 공조가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