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따라 참여 확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와 관련해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며 우리의 판단에 따라 참여범위를 조절하겠다"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또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의 활동은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남북해운합의서 등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교통상부 박인국 외교정책실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형식이나 절차에서 우리 정부가 PSI에 정식 가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PSI 정식참여'를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고려해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8가지 PSI 참여 단계 중 전면참여와 역내 및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등 3개 협력방안을 뺀 5가지에 참여하고 있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PSI에 있어 한국은 '특수한 지위'"
박 실장은 이어 "PSI의 목적과 원칙에 대한 지지를 정부 입장으로 공식 표명하면서도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정식 가입하지 않는 특수한 지위를 선언한 것"이라며 "PSI 참여범위에 관해 한반도 주변에서는 해운합의서로 관리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시에 우리 스스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다. 이것은 PSI의 실제 운영 원칙과도 합치되는 것으로 생각한다"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수역에 적용되는 국제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실장은 "유엔 해양법 협약이 대표적인 준거법 될 것"이라며 "참고로 말하자면 유엔 해양법 협약의 경우 공해상 검문검색 등 제재 활동과 관련해 해적활동, 국기 허위 게양, 무국적 선박 등 예외적인 상황 이외에는 공해상의 검문검색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또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관해 금번 PSI에 대한 '특수한 지위' 선언이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한다는 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관련해서는 "PSI의 기본 입장은 북한이 비확산 조치를 위반했을 때를 상정한 것으로 북한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대량상상무기와 관련 물질을 이전했다는 의혹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 입장에 대해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이 요구한 PSI 전면 참여를 우리 정부가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미간의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실장은 "한미 양국은 PSI를 포함해 상호 관심사에 관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오고 있다"며 그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PSI 참여 수준에 대해 한나라당 등 일부에서는 전면적인 참여를 주장하고, 한편에서는 'PSI 참여는 무력 충돌을 불러온다'고 주장하며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이날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정부소식통은 "외교부나 국방부 등 정부 일각에서도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감이 있어 결국 기존의 참여 수준으로 유지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안보리 이행보고서 세부 내용 공개…추가 조치는 없어
정부는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이행을 위한 국가보고서를 주 유엔 대표부를 통해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의 수출통제 및 남북관계 관련 법령과 정책을 소개하고 △안보리 결의 1718호 상의 제재 대상 품목 이전과 조달에 대한 규제 △제재 대상 개인 및 단체의 금융자산 동결과 이전방지 △제재 대상자의 출입국 규제 △북한에서 오거나 북한으로 가는 화물검색 등 제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시행중에 있거나 시행 예정인 조치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사치품 등에 대한 물적 규제와 관련해 정부는 대북 반출반입 승인대상 물품 및 승인 절차에 관한 고시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사치품 목록은 안보리 제재위의 향후 협의 결과와 여타 국가들의 동향을 참작해 작성할 예정이다.
금융 규제와 관련해서는 금융재원 이전에 관한 통합 신규 고시를 제정하고 제재위원회가 금융규제 대상자를 정하는 대로 이를 시행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제재 대상자의 출입국 및 경유에 대해서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상 방문증명서 발급 및 출입경(境) 심사 과정에서 규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물 검색의 경우 남북해운항로를 이용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처리하고 북한에서 나가거나 북한으로 들어가는 제3국 선박에 대해서는 국내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육상화물 검색의 경우 관련 규정에 따른 통관심사 및 운송화물 검색을 강화하고 X-레이 투시기 등 장비와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사항은 안보리 제재위원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된 것이지만 '충실히 이행한다'는 내용 외에 과거에 비해 추가로 들어간 사항은 사실상 없다.
박인국 실장은 "우리는 핵공급그룹,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등 5대 다자 수출통제 가입국으로 이미 관련 조치를 충실히 시행중에 있다"며 앞으로 6자회담 재개, 안보리 제재위에서의 진전된 논의 등 전반적 상황을 봐가면서 정부 조치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비료 지원 중단은 계속…남북관계 현 기조 유지
정부는 그러나 남북관계에서의 자체 조치 내용을 별도로 발표해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에 역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정상적 상거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업은 안보리 결의와 상관없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심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조치로 △금강산 관광 체험학습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에 대한 임금직불 조기 실시 적극 추진 △개성공단 1단계 2차 분양 유보조치 유지 등의 조치를 신설 또는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 외에도 이미 시행중인 당국 차원의 쌀·비료 지원 유보 조치와 철도·도로 자재 및 장비 인도 중단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경공업 원자재 제공, 지하자원 공동개발, 한강하구 개발 사업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사회·문화사업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는 기조 아래 남북단일팀 구성, 문화재 복원 등 민족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사업은 계속 지원키로 했다.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은 "안보리 결의 이행은 유엔 회원국이자 한반도 평화 담당자인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의 대북지원, 경제협력, 민간 거래가 80% 중단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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