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오는 10일 창당 3주년 기념식을 연다. 본래 3주년을 맞는 11일에 4.19 국립묘지에서 등반대회를 할 예정이었는데 "고 구논회 의원이 돌아가신 마당에 등반대회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10일 당사에서 기념식을 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금 열린우리당의 처지에서는 떠들석한 등반대회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가슴 벅차게 되돌아볼 당원이 얼마나 될까? 계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창당정신은 실패하지 않았다"며 애써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방어적인 구호에 그칠 뿐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대신 "여당 비극의 씨앗은 민주당과의 분당에 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과 이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감을 표시한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등 우리당 차기주자들의 발언이 더욱 넓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김한길 원내대표도 "열린우리당 창당의 정치실험을 마감할 때"라며 이에 가세했다. 어디로보나 창당 3주년 기념식의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이야기들뿐이다.
똑같은 반성과 각오 반복하는 우리당
꼭 1년 전인 창당 2주년 기념식의 분위기도 그다지 밝지 못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최악의 대통령 지지도와 당 지지도 속에서 두번의 연이은 재보궐 선거에 참패한 충격에 휩싸여 있던 시점이었다. '총체적인 위기'라는 진단 속에서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이 공공연하게 거론됐다.
창당 2주년 기념식에서 열린우리당은 "반성과 사과, 그리고 우리의 다짐"이라는 대국민 결의문을 발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이 결의문의 내용은 상당히 낯익다. 이 결의문에서 우리당은 "지난 2년 동안 자만심에 젖어 무사안일에 빠졌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집권 여당으로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민정당의 큰 길을 놔두고 서클형 정당, 엘리트 정당의 좁은 길을 고집했던 면은 없는지 아픈 마음으로 되돌아본다"고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되뇌이는 반성과 각오는 이 '추상적인 반성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반성을 1년 넘도록 했는데 당은 결국 풍비박산이 났다. 이번 3주년 기념식에서는 얼마나 진솔한 반성이 담긴 결의문이 나올지도 지켜볼 일이긴 하다.
3주년 기념식이 마지막 생일잔치?
창당 3주년을 맞는 대부분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2년 전에 받은 노 대통령의 창당 1주년 축하 메시지가 가장 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축하 화환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자"고 독려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창당 1주년도 안돼 의석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킨 거대 여당으로서의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4대 개혁입법을 두고 당내 여론이 첨예하게 갈려 대립하고 있었고 이를 반영하듯 여론의 지지도가 급격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때부터 여론은 열린우리당에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었던 셈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각 계파들은 '우리당의 창당 자체가 실패'라는 주장과 '창당 정신은 유효하지만 그 이후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주장 사이에서 공방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정계개편을 앞두고 그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국민들의 마음이 냉담하기만 한 것은 그 때문이다. 모두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지켜보고 있었던 마당에 10.25 재보선 실패가 날벼락인 양 물밀듯 터져나오는 정계개편론은 너무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야기다. 게다가 별다른 변화도 없이 거듭 외치고 있는 '반성과 각오'는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들어 온 이야기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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