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7일 다시 재판정에 섰다. 시아파 주민 학살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지 이틀 만이다. 이날 공판은 별건으로 기소된 쿠르드족 학살사건과 관련한 것이었다.
검은 양복에 흰 셔츠 차림으로 피고석에 앉은 후세인 전 대통령은 '원수를 용서하라'는 예언자 마호메트와 예수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이라크 인들과 아랍 민족, 쿠르드 족 모두가 용서하고 화해하고 손잡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이례적인 발언'은 자신에 대한 사형판결로 이라크 내 종파 분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라크는 지난 1921년 영국이 이 지역에 대한 식민통치를 시작하면서 북부의 쿠르드족, 남부의 시아파, 중서부의 수니파를 합쳐 만든 나라다. 영국이 10여 년 간의 식민 통치를 끝낸 뒤 수니파 국왕이 옹립됐고 그 이후 2003년 미국에 의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될 때까지 이라크의 실권을 수니파가 쥐어 왔기에 후세인이란 상징적 존재가 사라진 이후에는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분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와중에 쿠르드족은 이미 자치 구역을 꾸리는 등 이미 실제적으로는 세 지역의 분할이 명확한 상황에 이르자 이라크 상황을 어떻게든 봉합해야 하는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 3분론'이 분쟁 해결의 최선의 방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싸울 필요가 없도록 기존의 분할대로 나라를 가르자는 구상이다.
이에 후세인 전 대통령이 속한 수니파는 반발하고 있다. 유전이 시아파와 쿠르드족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후세인 전 대통령이 난데없이 '이라크의 용서와 화해'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라크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이같은 수니파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말리키 총리 "후세인 사형, 연내 집행될 수도"
한편, 후세인 전 대통령의 '운명'을 두고는 당초 내년 1월께에나 항소심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던 가운데, 이라크 자치정부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 후세인에 대한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며 절차가 앞당겨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항소심에서 사형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로부터 30일 이내에 형이 집행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말라키 총리는 후세인에 대한 판결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유럽과 바티칸 등의 비난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에는 아무런 외압이 없었다"고 반박하며 "이라크 법정의 판결을 전 세계가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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