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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근로자들, 임금 대부분 현물로 지급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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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근로자들, 임금 대부분 현물로 지급받아

공급업체 운영하는 교포가 밝혀…임금 관련 안개 걷히나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 체계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북한 근로자들은 임금의 대부분을 생필품으로 지급받고, 5% 가량은 현금으로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외국에서 생필품을 수입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한국계 호주인 송용등(66) 씨와의 면담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어떻게 전달되나

호주에서 '로바나무역'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송 씨는 개성시 인민위원회 산하의 송악산무역회사와 51대 49의 비율로 합영회사 '고려상업합영회사'를 작년 1월 설립했다.

고려상업합영회사는 쌀과 밀가루, 설탕 등 생필품 120여 품목을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해 개성 시내 '개성백화점' 및 '고려상점' 본·지점을 통해 공단 근로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사회보험료 15%를 제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매월 중앙특구개발총국(총국)에 지급한다. 이에 총국은 이 돈을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에 전달하고, 민경련은 세금 성격인 사회문화시책비(총임금의 30%)를 뗀 금액의 대부분을 북측 은행에 있는 고려상업합영회사 계좌에 입금한다.

고려상업합영회사는 이 돈으로 생필품을 수입하고 공단 노동자들은 매월 10일부터 20일 사이에 총국에서 받은 구매가능 액수가 적힌 명세서와 신분증을 제시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민경련은 또 고려상업합영회사에 지급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을 근로자에게 북한 원화로 지급한다. 이때 환율은 달러당 140~150원 정도의 공식 환율이 적용되고, 근로자들은 임금의 약 5% 정도인 이 돈을 이발이나 목욕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다.

한편 송 씨는 민경련이 제한 사회문화시책비는 전액 개성시 인민위원회로 들어간 뒤 전기, 물공급, 교육 등 사회간접자본 경비로 쓰인다고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출퇴근용 자전거가 정렬된 장면(맨 왼쪽)과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 ⓒ프레시안

입주기업들은 경영권 확립 차원서 직불 요구중

통일부는 그동안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이 현물 배급표와 북한 원화로 근로자에게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고려상업합영회사의 송 씨가 이처럼 구체적인 임금 흐름을 밝히고 관련 자료를 통일부에 제공해 옴에 따라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을 둘러싼 안개가 걷힐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송 씨가 북측에서 받은 영업허가증과 구체적 장부를 제시한 점에 비춰 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경빈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의 설명과 여러가지 다른 자료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던 조각그림들을 송 씨의 증언으로 일부 확인할 수가 있었다"면서 "북측 총국과 임금 직불 문제를 협의해 나가면서 계속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자 지난 4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총국으로부터 입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S사의 9월분 '생활비 계산 지불서'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환율을 악용해 근로자 월급의 96%를 빼돌린다고 보도하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송 씨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이 군부나 노동당으로 흘러갔다는 등의 온갖 억측을 해소하고자 직접 통일부에 연락을 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은 경영권 확립과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여전히 임금 직접 지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단장은 "지난 한두 달 동안 총국이 우리 입주기업을 방문하면서 애로사항을 청취했는데 기업들이 모두 임금 직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 북측으로서도 진지하게 검토중"이라며 "임금 직불은 북측에서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환전소 등 필요한 준비가 완료되면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공단 가동 초기에는 생필품을 주로 교환해 갔으나 최근에는 몇달치 임금을 모았다가 텔레비전 등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근로자들은 개성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서 시장에 내놓은 후 더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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