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천정배 "우리당이 민주당보다 개혁적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천정배 "우리당이 민주당보다 개혁적인가?"

[인터뷰]"盧대통령이 반대한다고 통합신당 안되나"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의 통합신당 구상은 순항할까? 그는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면 당분간 정권을 찾아오지도 못할 뿐더러 그동안 이룬 성과도 다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열린우리당은) 이대로는 재건이 안 될 정도로 이미 늦었다"면서 "우리당만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10년간 이어지는 정권을 내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이 '지독한 원칙론자'를 '대표적인 현실론자'로 탈바꿈시킨 것 같았다.

"정치적 책임을 지라면 지겠지만…"

천 의원이 주장하는 통합신당의 난관은 역시 '분당세력'과 '탄핵세력'의 결합을 정당화할 명분,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존재 자체다.

천 의원은 2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구태정치라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한국 민주화와 개혁, 민생의 안정에 크게 기여해 온 정당"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민주당보다 더 민생개혁에 적극적이라거나 남북화해에 더 소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화갑, 조순형, 추미애 등에게 포용력을 못 보인 것에 안타깝고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당에선 '창당주역', 민주당에선 '분당주역'으로 손꼽히는 그의 입에서 '뿌리론', '형제론'이 나온 셈이다. 지역주의 회귀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선 "지지자들이 호남에 많다고 해서 곧 지역주의라는 것은 정당한 평가가 아니다"는 익숙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친노(親盧) 그룹의 리모델링론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국민들은 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냉소적일 텐데 우리들끼리 무엇을 하든 국민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직접 확인한 노무현 대통령의 통합신당 반대론에 대해선 "토론하고 대화하고 안 되면 타협이라도 해서 가야 맞다. 민심을 잃고 개혁세력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상태에서 자꾸 자기 고집만 세우며 분열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노무현과 함께하는 통합신당' 입장을 당분간 고수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천 의원은 다만 "노 대통령이 반대하니까 통합신당은 안 된다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무게추를 노 대통령 보다는 통합신당 쪽에 실었다.

그는 이어 헤쳐모여식 신당론에 대해서도 "(친노세력과의 결별 등) 당의 역량 손실로 이어진다"고 반대했다. 반노(反盧) 독자신당의 깃발을 든 '고건 신당'에는 "과거에도 이런저런 신당이 만들어졌지만 독자신당이 될까 싶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천 의원은 한편 창당 주역으로서 열린우리당의 몰락과 관련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문제라면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책임을 잘 지는 방법 중 하나는 그동안 잘못된 것을 고쳐서 미래에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나의 역할이 있고, 보다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자기고 가야 한다"고 통합신당의 '기수'를 자임했다.

또한 그는 "대권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정계개편에서 손 떼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들이 더 적극 관여하고 심판받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천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수용을 "북한과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됐다"고 평가했고, 민생경제 분야에 대해선 "양극화 해소, 동반성장 전략 등은 옳았으나, 관료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강력한 추진력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우리의 지지세력이 분노하는 엄청난 사안인데도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 문제다. 우리당의 모든 문제를 적용시킬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우리당으로는 집권 불가능…집권논리 숨길 필요 없어"
▲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프레시안

프레시안 : 의원총회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천정배 : 토론의 시초다. 앞으로 질서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기국회 때까지는 비대위 중심의 논의 기간인 만큼 지도부가 재량과 책임을 가지고 질서 있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프레시안 : 통합신당을 위한 특별기구 제안은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인데.

천정배 : 비대위와 구별된 특별기구라는 기술적인 제안에 의미를 뒀다기보다는 지도부가 잘 이끌어가면서 토론을 하기 위한 기구를 말했던 것이다. 이제 비대위가 스스로 특별기구가 된 셈이다. 당초 비대위는 그것을 하라고 만든 것이었다.

프레시안 : 왜 이 시점에서 천 의원이 통합신당론을 꺼냈는지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많다.

천정배 : 당에 돌아온 지 3개월 넘었다. 그동안 의원들이나 우리를 지지하고 걱정해주었던 외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분명한 것은 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었다. 아픈 이야기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는 재건이 잘 안 될 정도로 이미 늦었다는 말씀이 대부분이었다. 심각한 위기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창당 주역으로서 꺼내기 힘든 말이었을 텐데.

천정배 : 나에게 큰 책임이 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엄밀히 말한다면 나 자신과 우리가 책임을 지건 안 지건 관계없이 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심판이 내 개인의 문제로 그치면 모를까, 많은 희생과 헌신을 무릅쓰고 우리사회 민주화와 개혁을 이끌어 왔던 많은 국민들과 양심적인 세력, 개혁세력의 성과를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뜨리는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 전체 민주개혁세력의 위기이고 민생의 위기라는 것이다.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나와 우리당으로서는 염치없는 일인지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 민주개혁 세력의 전진을 포기할 수 없고, 민생개혁을 포기할 수 없다.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고 그들이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고 그 구조를 강화하게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광범위한 정치세력을 모아서 다시 시작하자. 민생세력을 다시 결집하자고 제안한 것이 통합신당 논의다.

왜 우리가 잘못됐는지 위기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우리는 책임 있는 세력이고 집권당이다. 앞으로도 1년 이상 기간이 남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잘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 민생에 관한 많은 과제들을 제대로 대처하고 처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가며 미래 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 우리당의 환골탈태로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은 성급하지 않나?

천정배 : 현실적으로 우리당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물론 우리당이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

프레시안 : 결국은 집권 논리로 당을 깨자는 듯이 비쳐진다.

천정배 : 그걸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 간 성취해놓은 민주화와 개혁의 성과가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면 역사가 거꾸로 후퇴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갖고 있다.

국민 지지를 이렇게 엉망으로 다 잃었으면 정권을 내주고 야당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도 페어플레이가 가능할까. 우리가 노력하면 다시 정권을 가져올 수 있게끔 페어플레이가 될까. 그렇지 않다. 당분간 정권을 찾아오지 못하고 그동안 우리가 이룬 성과도 다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정권 욕심이라기보다는 개혁세력 전반의 문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우리당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천정배 : 무엇보다 국정운영이 무능했다. 둘째는 여당으로서 청와대와 정부가 하는 일에 비판과 견인을 해내기는커녕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다. 또한 국민들과 잘 소통하고 그 목소리를 들어서 실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책적 측면에선 중산층과 서민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정책화 하고 입법을 통해 실현까지 했어야 했는데 그 점에 부진했다. 또한 선거를 통해 민생문제에 대한 태만과 무기력에 대한 구체적인 경고가 있었는데 우리 자신을 변모시키려 노력하지 않았다. 겸허하지 못했고 오만했다.

프레시안 :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이유로 당정분리 원칙 하에 당이 청와대의 정책에 대한 개입이 차단된 것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천정배 : 당정분리와는 관계없다고 본다. 당정분리의 취지는 당과 정부가 서로 분리돼서 협력도 안하고 정보교환도 안 한다는 것과는 관계없다. 그런 의미의 당정분리라면 옳지 않다. 다만 협력이 원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라면 동의한다.

결국은 주체들 간의 인식 부족이 원인이다. 리더십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정청의 리더들이 강력한 협력관계, 경우에 따라 상호 건강하게 견제 견인하고 토론도 하고 하는 관계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프레시안 :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당이 쥐고 나가지 못한 것은 사실 아닌가?

천정배 : 그렇다. 국민들 분노의 원인은 거기에 있다.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우리 정당이 통상 정부에 의존해 왔던 측면도 있고, 우리당 의원 중에 초선의원이 많아 경험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당과 정부가 정책개발을 해가고 실현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협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정계개편 방법론 외에 이런 이야기들도 두루 했나?

천정배 : 대통령 만난 사실이 알려져 당황스럽기도 하고 청와대에 죄송스러운 측면도 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우리당이 민주당보다 민생-남북관계에 더 개혁적인가?"

프레시안 : 통합의 대상 중 하나인 고건 전 총리가 독자신당을 창당한다고 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천정배 : 고건 전 총리만을 염두에 두고 통합신당을 말한 것은 아니다. 그분이 한나라당 소속이 아닌 대권주자 가운데 지지도가 가장 높아 무시할 수 없기에 우리와 같이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본인이 끝까지 그렇게 간다면 그렇게 하겠지. 정치노선, 정책노선, 미래비전에 대해 서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동참할 수 있는 동지적 관계인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다만 누구든 함께 못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고 전 총리가 끝까지 독자 세력으로 남을 것으로 보나.

천정배 : 독자신당이 될까 싶다. 과거에도 비슷한 여러 일이 있었다. 지난 대선에도 이런저런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프레시안 : 통합신당은 어떤 명분에도 3년 전으로의 회귀, 도로 민주당으로 비쳐진다.

천정배 :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민생우선, 남북간 화합, 기득권 개혁 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또한 우리당이 주도해서 이룬 정치개혁의 성과는 반드시 유지, 계승돼야 한다.

우리당은 창당 당시로 보면 정말 시대적 정신에 맞는 것이었다. 국민적 염원의 산물이었다. 그 창당은 여전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 2004년 4.15 총선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도 창당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도 받은 것 아닌가. 창당이 실패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우리 자신이 극도로 부진했고 그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

그러면 민주당은 무엇이냐를 솔직히 말하고 싶다. 최근 포용정책에 오락가락한다고 하지만 열린우리당도 개혁적이지 못한 정책이 한두 개인가. 큰 가지만 보면 민주당은 한국 민주화와 개혁, 민생의 안정에 크게 기여해 온 정당이다. 민주당의 강령은 중산층 서민의 당, 민생개혁적 국민정당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수구 냉전세력과는 다른 노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분당을 하고 나왔느냐? 딱 한가지, 정치개혁에 관한 이견으로 갈라져 나왔다. 분당하지 않고 당 내에서 잘 해보려고 했으나 머리채도 잡히다보니 그냥 주저앉느냐 아니면 탈당이라도 할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당과 민주당의 헤어짐은 정치개혁의 헤어짐이었다. 열린우리당이 더 민생개혁에 적극적이라거나 남북화해에 더 소신 있어서가 아니다. 그런 것은 차별성이 없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우리당이 이룬 정치개혁의 성과가 유지 발전된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구태정치라고 보지 않는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는 비판도 받는다.

천정배 : 그렇지 않다. 개혁세력은 근본적으로 지역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선거 때가 되면 고정표를 가지고 하니 지역주의적 행태가 있다. 우리는 호남에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고, 호남에 개혁세력 많아서 그런 것이다. 지지자들이 호남에 많다고 해서 곧 지역주의라는 것은 정당한 평가가 아니다.

프레시안 : 일찌감치 그랬으면 모를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뿌리가 같다고 하는 말이기에 의심을 사는 것 같다.

천정배 :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포용력 있는 정치력을 보여 왔어야 했다. 민주당 모두는 아니어도 내가 한 때 세 분(한화갑, 조순형, 추미애)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들에게 포용력을 못 보였다는 것에 안타깝고 책임 느낀다. 분당 후의 행보도 사실은 안타깝다. 탄핵으로 돌아서 버리고 대치하면서 그런 것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이 서로를 수용할 수 없다는 마당에 노무현과 함께 하는 통합신당은 모순처럼 들린다.

천정배 : 이제 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야당과 외국과도 협상한다. 내부 동지들끼리 토론하고 대화하고 안 되면 타협이라도 해서 가야 맞다. 지금 민심을 잃고 개혁세력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상태에서 자꾸 자기 고집만 세우며 분열하면 되겠나. 우여곡절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노선과 정책, 비전을 같이 할 수 있다면 크게 모아야 한다. 열린우리당 안팎의 모든 동질적 세력을 총집결시켜야 한다. 가변적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프레시안 : 종국적으로 노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아도 통합신당은 그대로 추진해야 하나?

천정배 : 대통령이 이른바 수석 당원이고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당원이긴 하지만 내부의 총의를 모아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노 대통령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반대하니까 안 된다는 것 또한 반대다. 이것은 청와대 끌려 온 과거의 반복 아닌가. 합리적인 결정 과정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당 당원 누구도 단정하거나 고집할 수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의 말대로 차라리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묻는 방안이 정정당당하지 않을까?

천정배 : 그렇게 구체적인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전당대회를 말할 때가 아니다. 그 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의원이나 지도부만이 아니라 당원과 국민의 소리, 우리에게 기대해 왔던 개혁적 인사들, 양심적 인사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창당주역들이 더 사명감 가져야"

프레시안 : 통합신당의 정치적인 목적은 곧 반한나라당 전선의 구축인가?

천정배 :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반한나라당에는 민노당도 있으나, 함께할 수 없지 않나. 그렇게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창당을 오류로 만든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하나?

천정배 : 나를 포함해 창당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져야 하는 것이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문제라면 지겠다. 그 방법도 연구하겠다. 다만 내가 원하든 아니든 선거를 통해 정기적으로 심판을 받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평가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대선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정계개편 발언을 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다.

천정배 :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할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일이 잘못돼서 위기상황을 불러온 책임은 있다. 그 책임을 잘 지는 방법 중 하나는 그동안 잘못된 것을 고쳐서 미래에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민생개혁세력을 통합해서 해보자는 의지를 갖게 됐다. 위기 상황을 정말 책임 있게 타개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역할이 있고, 따라서 보다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어차피 뭉칠 것이라면 헤쳐모여식 방법이 더 쉽고 빠르지 않나?

천정배 : 헤쳐모여는 실질적으로는 분열의 의미일 것 같다. 우리가 힘을 크게 모으자는 취지에는 귀중한 자산들이 유지되는 가운데 힘이 강화돼야 한다. 헤쳐모여는 당의 역량 손실로 이어진다. 만약 지금의 모든 역량이 다른 곳에서 완벽하게 재결합을 이루는 것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현실적으로 당내 일부 세력에 대한 배제의 의미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은 배제가 아니라 통합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그렇더라도 당을 먼저 추슬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리모델링론이 일정한 명분상의 우위를 갖는 듯 비쳐진다.

천정배 : 형식 논리로는 맞는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닌 듯하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상실해서 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냉소적일 텐데, 자기들끼리 무엇을 하는지에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봐도 잘 할 것 같지 않다. 당 밖의 중요한 사람들을 인적으로 수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도 그런 것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새롭게 신뢰를 얻는 단초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우리당 중심의 통합인가?

천정배 : 그렇지 않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자유경쟁을 통해서 가야 한다. 그러나 신당 논의를 질서 있게 하지 않으면 헤쳐모여식이 될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 가장 수가 많으니 우리당 생각이 중요하다. 그러나 부당한 프리미엄을 받아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보류되기는 했지만 통합 논의기구를 우리당 내에 두면 바깥 세력에게는 아무래도 문턱으로 보일 것 같다.

천정배 : 그럴까? 부딪혀 봐야 안다. 상향식 공천제도 등을 통해 동등한 기회를 갖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논란이 있음에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 것도 그런 문제의식 아닌가. 기득권을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통합신당론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확인됐다고 보나?

천정배 : 우리당 내에는 상당한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해석하나?

천정배 : 밖에서, 제3자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당사자로 적극 참여한 나로서는 창당은 옳았다고 본다. 또 정치적 성과도 있었다. 다만 그를 넘어서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분당이 잘못이었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배경에는 당신이 이끌어 왔던 민주개혁 정치세력이 맞은 위기적 상황, 그로 인한 개혁세력 전반의 위기 속에 내년 대통령 선거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대북송금 특검, 남북신뢰 문제 야기"

프레시안 : 지나온 집권기동안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이라고 보나?

천정배 : 역시 생산적인 정치를 못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민의 여론, 국민의 요구도 잘 수렴 하지 못했고, 입법 활동이나 야당을 설득하는 것 등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참여정부는 국정이나 기본 정책의 방향은 대체로 옳았으나 구체적인 성과로 이뤄내는 추진력이 매우 부진했다. 그러다보니 특히 민생문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매우 불안해졌다. 기득권을 해소하고 공정사회로 나아가도록 하는 개혁에도 이런 문제가 겹쳐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민생 개혁에 성과가 부진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포용정책을 지켜내지 못한 것을 야박하게 평가한 적이 있었다.

천정배 : 참여정부는 햇볕정책에서 평화번영정책으로 이름을 바꿔 포용정책 기조를 잘 계승했는데 아쉬운 것은 완강하게 고수하는 일관성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참여정부가 과거보다 가장 많은 대북 지원을 하고서도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지 못한 것 아닌가. 우리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움직일 수 없는 불리한 여건이 있으나 포용정책을 계승해가면서 그 성과를 더 내는 것에 부진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이 포용정책 기조를 의심하는 첫 단추로 대북송금 특검 수용이라고들 한다. 동의하나?

천정배 : 그런 것 같다. 북한과의 사이에 신뢰를 공고히 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된 듯 하다.

프레시안 : 민생과 경제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천정배 : 경제성장률이 저조한 것도 있지만, 성장 동력이나 이런 것들이 과거에 비해 후퇴한 것도 사실 아닌가. 민생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나 비정규직 비율이 급격 늘어났고, 청년실업 문제, 영세 자영업자 문제 등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프레시안 : 민생경제 분야도 기조는 옳았다고 보나?

천정배 : 양극화 해소, 동반성장 등은 옳았으나 그것이 구체적인 강력한 추진력 갖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민생문제 해결에도 주도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관료들에 주도된 측면이 있다. 정치가 관료 공무원들을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런 역량을 보이지 못해 성과가 부진했다.

프레시안 : 단적인 예가 일사천리로 한미 FTA를 추진하는 청와대와 정부, 당론도 모으지 못하는 우리당인 것 같다.

천정배 : 우리의 모든 문제를 드러낸 것 아닌가 싶다. 당과 미리 논의하거나 의견 개진도 없었고, 당은 정보도 없었던 것 등이 원인이다. 당정청 관계가 원만히 돌아가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 아닌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큰 사안인데 우리 내부의 엄청난 정치적 갈등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 지지 세력이 분노하는 엄청난 사안인데도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우리당의 모든 문제를 적용시킬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한미 FTA 문제가 이미 시작돼서 이렇게 온 이상 궁극적으로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세계 최대 시장이자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진 미국과 통 크게 협력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를 체결할 수 있으나 개방 속도나 구체적인 조건에선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국익 우선, 민생 우선 원칙에 따라 마지노선도 정해야 할 것이고, 받아내야 할 것에 대한 분명한 선을 정해서 밀고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이 이제라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을 담당하는 정부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정부가 제대로 가도록 해 한다. 또한 FTA를 걱정하는 기층 민중이나 여러 사회세력과도 소통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해 반영해야 한다.

프레시안 : 결국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지층을 지속적으로 배반하는 역사를 거쳐 온 것 같다.

천정배 : 좁혀서 말하면 리더십의 문제다.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도 잘 수렴하고 정체성을 가져가야 했다. 의원들보다 리더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권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정계개편에서 손 떼라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그런 이들이 더 적극 관여하고 그를 통해 심판받으면 된다고 본다.

프레시안 :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진통이 많을 것 같다. 우리당과 연대할 세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정배 : 당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시원하게 갔으면 좋겠다. 우리 자신을 버리고 무엇이 가장 한국 역사의 전진을 위해, 민생개혁의 전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 깊은 생각과 논의가 있기를 바라고 그러리라고 본다. 밖에 있는 분들, 과거에 민주화 개혁에 헌신해 왔던 양식 있는 인사들, 유능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진 인사들이 국가적 위기상황과 개혁적 세력의 위기상황을 맞아서 사명감을 가지고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하고 싶다. 우리당만으로 안된다고 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외부의 좋은 분들과 신진기예들이 수혈되지 못한다. 그들이 들어올 틀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

프레시안 : 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시간표는?

천정배 : 아직 1년의 시간이 있다. 대선 후보 등록은 내년 11월에나 하는 것 아닌가. 신당이 만들어지는 것이 초초할 만큼 시간이 없지는 않다. 그 대신 우리당의 과거반성과 현재의 변화가 시급하다. 이것은 빠를수록 좋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즉각 착수했어야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