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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까진 '윈-윈-윈 게임'인데…

"北-美 평행구도 뻔해…'목적지 없는 회담'될 듯"

북한의 전격적인 6자회담 복귀 선언으로 지난 1년간 경색국면을 면치 못했던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가 마련되리라는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은 '협상무드' 조성을 위해 동결시켰던 북한의 계좌를 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북한 역시 금융제재 문제만 해소된다면 이미 실험이 끝난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 공동소장인 존 페퍼는 1994년 제네바 합의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북한과 미국 간의 주요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6자회담 역시 목적지 없는 회담이 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정일 정권을 '악'으로 취급하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체제보장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핵 억지력을 끝내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페퍼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회담은 '체면 세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회담의 성과를 보장할 수 없지만 북, 중, 미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7시간 간의 마라톤 협의를 갖고 6자회담 재개를 이끌어 낸 지난 31일의 성과 자체를 두고는 "3국이 모두 승리한 '윈-윈-윈' 게임"이란 평가를 내렸다.
  
  북한은 어쨌든 핵을 보유했으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고 어려운 중재에 성공한 중국은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맹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 역시 오랜만에 외교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퍼 소장은 "10월 한 달 동안 이라크에서는 미군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회복하고 있는 등 외교적 잡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극동 지방에서 거둔 조그만 성과가 중간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1일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www.fpif.org)>에 개제된 페퍼 소장의 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North Korea Returns to the Negotiating Table)>의 전문이다.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겠다는 북한의 결정을 통해 이 결정을 이끌어 낸 미국, 중국과 북한이 모두 승리하는 구도(win-win-win situation)가 만들어졌다. 북한의 회담 복귀는 미국 입장에서는 '10월 위기설'을 진정시킬 수 있는 계기였고, 중국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성공한 외교적 성과였으며, 북한으로서도 협상력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협상 재개가 낳은 효과가 협상 자체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화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해서 대화가 저절로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의 승자는 '중국', 동북아 영향력 다시 한 번 입증
  
  
사소한 것 같은 6자회담 재개 결정으로 실수투성이이던 부시 행정부의 외교사에는 서광이 비쳤다. 2003년 5월 갤럽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67%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만족한다고 대답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국제정책행동프로그램(PIPA)의 조사 결과는 3년 전과 정 반대였다.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불만족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68%로 집계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목을 겨누고 있는 실패한 외교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후보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선거 캠페인에서 백악관과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공화당 후보들이 늘어났다.
  
  PIPA 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또 북한과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핵실험 사실이 발표된 이후에도 조사 결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결론만 남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는 부시 행정부에 작은 외교적 승리를 안겨준 '구세주'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10월 한 달 동안 이라크에서는 미군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회복하고 있는 등 외교적 잡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극동 지방에서 거둔 조그만 성과가 중간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과로 치자면 중국만큼 많은 것을 얻은 나라도 없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워싱턴 전문가들은 '소프트 파워'로 다원화를 추구한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 틀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을 중재해 6자회담의 틀을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북한은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한 채 핵 실험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나진항을 경제의 중심지로 만들어 중국 북동부를 변화시키겠다는 중국의 경제계획을 망쳐놓기도 했다. 대북제재 때문에 그 지역에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31일 중국,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들이 7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중재에 성공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미래는 중국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냈다.
  
  북한은 그 자체가 승자다. 북한 정부가 꾸준히 주장했던 북미 양자회담은 아니지만 다자회담 와중에 양자회담의 기회가 많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것이다. 이는 핵실험 이상의 성과이며 북한은 그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남한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제네바 합의 때 보다 더 나쁜 '협상환경'
  
  
협상을 정상화하기까지 엄청난 외교적 지출이 필요했지만 누구도 상대방의 '팔을 비틀어' 협상장으로 끌고 나온 것은 아니다. 중국이 에너지 공급을 끊는 등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하자 북한이 테이블로 걸어 나왔고, 북한의 핵 기술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사실이 미국을 협상에 나서게 한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은 여전히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은 핵 억지력을 갖고 있지 못하는 동시에 핵 기술을 팔아먹을 수는 있다. 미국은 김정일 정권을 보장해주겠노라 약속하지 못하는 동시에 북한 정권을 몰락시킬 수는 있다.
  
  1994년에 한 번 양 국간이 이 같은 역설적 상황을 안고 '체면 세우기용' 협상을 해 본 적이 있다. 북한은 핵 폐기를 약속해 놓고서는 보험용으로 플루토늄 생산을 계속했고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해 놓고서는 의회로 가서는 '북한은 2003년까지 남아 있지 않을 나라'라고 답변했다.
  
  최근 상황으로는 북한은 핵 프로그램에 좀 더 집착하고 있고 '악의 정권'에 대한 부시 정부의 반감도 더욱 커졌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혼란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부쩍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남한은 화해협력 시도를 부쩍 늘리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 합의만큼 유연한 합의라도 도출해 낸다면 6자회담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합의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가능성이라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 역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미국과 합의가 가능하다. 합의를 한다 해도 양 쪽의 속내는 여전할 것이다. 플루토늄을 숨겨놨을 수도 있고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욕망을 그대로 품고 있을 수도 있다.
  
  결국 미국과 북한 간의 이 주요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6자회담은 예전의 여느 회담처럼 '목적지 없는 회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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