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주둔은 가치가 없습니다"…미군 256명 서명
가칭 '이라크 전쟁 시정을 위한 청원'을 준비 중인 현역 미군들은 25일 온라인 서명을 위한 웹 사이트 (http://www.apealforredress.org)를 개설하며 본격적으로 세 규합에 뛰어들었다.
"군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애국심이 강한 미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회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라크 주둔 중인 미군의 즉각 철수를 지지할 것을 정중하게 촉구합니다. 이라크 주둔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가치도 없습니다. 이제는 미군들이 집으로 돌아와야 할 때입니다."
위와 같은 청원 내용에 동의하는 미군은 이름과 주소, 직급 등을 기재하고 인터넷으로 청원에 동참할 수 있다. 관리자 측은 사이트 개설로 65명이던 서명자가 21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복무 중인 군인은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제한되지만 비번일 때에는 군대를 변호하는 것을 제외한 다른 의견들을 의회에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방부의 '군 내부제보자 보호 규칙'에 따라 이 같은 청원 활동은 합법적이다.
청원에 최초 서명한 해군 수병 조나단 후토는 "1970년대에도 베트남 전 철군을 요구하는 비슷한 청원이 있었는데 여기에 현역 군인 25만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이라크 작전에 참여 중인 군인들조차 자신들이 이라크에 장기 주둔하는 목적이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이후에도 복무가 연장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철군 주장이 미군 내 전반적인 기류임을 전했다.
2004년 9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한 해병대 하사관은 <로이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없다는데, 또 알카에다와 이라크 정권의 연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데 왜 우리가 이라크에 머물러야 하느냐는 것이 군인들의 진짜 불만"이라고 말했다.
부시, '노선 고수'에 균열오나
현역 군인들까지 철군을 주장할 정도로 악화된, 이라크 전에 대한 여론은 부시 대통령의 '노선고수(stay the course)' 방침에도 균열을 몰고오는 모양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이 이라크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나 자신도 만족하지 않고 있다"며 "이라크 주둔군 사령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내 종파 분쟁의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적이 전술을 변경하고 있으며 우리도 전술을 조정하고 있다"고 유연한 대응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을 주축으로 이라크 정책 수정을 추진해 온 '이라크 연구 그룹(Iraq Study Group)'을 거론하며 "모든 제언을 주의 깊게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께 보고서를 제출할 ISG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단계적으로 외곽으로 철수시켜 필요지역에 집중 투입하는 '배치전환 및 봉쇄안' △반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서 이란과 시리아 등 주변국들을 투입시켜 지역을 안정화시키는 '안정화 우선안'을 두고 최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안 모두 단계적 철군을 염두에 둔 것이니 만큼 부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라크 정책 상 대폭 방향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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