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이후에도 북한과의 직접대화나 경제제재 완화 등 '당근은 없다'는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대북 기조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부시 "북핵 외교적 해결은 제재결의안 이행"
부시 대통령은 25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관련국들에게 우리가 단결할 때 이 문제(북핵)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단결'을 강조함으로써 주변국들에 유엔에서 통과된 대북 제재결의안 이행 동참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중간선거를 13일 앞두고 1시간 여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의 주제는 이라크 전에 관한 것이 대다수였다. 북한과 관련한 질문은 같은 날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 압살 책동에 가담한다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위협한 데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 단 하나였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김정일)는 위협하는 것을 즐기며 그런 위협을 한 게 처음은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라이스 국무장관으로부터 한.중.일.러시아 순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언급하며 미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들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동맹(한-미, 미-일)은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이란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을 엄격히 이행하는 것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라이스 "北 추가로 제재할 것"
같은 날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아시아 순방의 '성과물'로 좀 더 구체화된 대북 제재안을 내놓았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미국 헤리티지재단 '이병철 강좌' 연설에서 지난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때 적용한 '글렌 수정법' 등을 통해 북한에 추가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이룰 때까지"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 1718호는 유지키로 이번 동북아순방에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글렌수정법은 1994년 만들어져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에 따른 제재에 적용된 것으로, 미국 정부의 신용이나 신용보증을 비롯한 금융지원 금지, 특정 이중용도 품목 수출 불허 등의 조치를 담았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 핵 문제를 "동북아 지역문제"라며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거부 입장을 확인하고, 6자회담을 통한 역내 국가간 협력의 경험을 토대로 "떠오르고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틀을 적극 추진해나갈 방침임을 강조했다.
한국의 대북 화해협력과 제재의 상관관계에 관해 라이스 장관은 "한국의 복잡한 상황과 북한을 포용해야 하는 그 모든 이유를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한국의 뒷마당에서 핵장치를 폭발시킨 것에는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안보리 결의 이행 의무를 역설했다.
그는 일본의 핵무장론에 대해,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통한 안보와 억지력 확보가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이미 안보환경 상 매우 어려운 동북아 지역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것임을 모두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접근법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한국 및 일본과 안보동맹 강화 △ 안보리 제재 결의의 국제적 이행 △확산방지구상(PSI) 확대, 미사일방어망(MD) 구축, 금융제재, 핵무기와 물질의 확산 원천을 규명해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사능 탐지.조사.검사 체제 구축 등 북한의 확산방지 보완 대책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비확산체제 정비·강화라고 설명했다.
라이스 장관은 포괄적 접근법의 마지막 5번째 항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진지한 자세로" 복귀해 지금까지의 핵무기 개발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비핵화를 이루면 9.19공동성명에서 제시된 대북 안보공약과 경제지원 등의 제안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후 국제사회의 대응을 "이란이 주시하고 있다"며 "이란은 이제 북한이 선택한 길이 북한에 안보와 번영과 위신을 가져다 주지 않고 그 반대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안보리는 대이란 결의를 채택, 국제사회에 대한 이란의 도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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