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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동반자'로 치켜세우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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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동반자'로 치켜세우는 까닭은?

[분석] 韓-中 분열 유도…'전략적 협력설'은 시기상조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 이후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동북지역에서는 일부 은행이 북한에 대한 송금을 제한하는가 하면 북한과의 국경 일부 구간에 철조망이 새로 설치되기도 했다. 23일 북한 선박 강남1호가 홍콩 해사처에 의해 억류된 것도 이같은 변화 기류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지난 7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후에도 안보리의 대북 비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연출했었다. 이에 전통적인 북중 '혈맹관계'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었다.

대통령·부통령·국무장관 한 목소리로 중국 '치하'

그러나 핵실험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따른 중국의 변화는 7월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최근 발언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중국 방문 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진전돼 가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3일 미 <CNBC> 인터뷰에서 "이제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의무를 다하고 입증가능한 방법으로 핵무기를 해체하도록 설득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고 평가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같은 날 <CNN>에서 "중국이 매우 강력한 동반자로 떠올랐다"면서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서로 이해관계가 잘 부합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딕 체니 부통령도 최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관점에 중요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언론은 북한 내 '친중(親中) 쿠데타' 가능성까지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뉴욕타임스>는 20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공산당 중앙연수원의 장리앙위가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결정은 미국 지도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의 다른 전문가들도 부시 행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한 중국 역시 미국과 같이 움직일 것이라며 장리앙위의 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22일 미국의 한 관리가 "중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큰 변화를 느꼈다"면서 "라이스 장관은 중국의 이런 태도 변화에 매우 고무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친중(親中) 인사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축출하는 궁정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위크> 30일자 보도는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리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정권교체까지 꾀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뉴스위크>는 중국이 북한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0%인 하루 1만1000배럴의 석유를 제공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중국은 확실히 그럴만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前) 미 국방부 관리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군장교 등 북한 고위인사 출신들이 중국에 망명해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 당국은 아무런 언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친중파'들이 새로운 북한 체제의 핵심이 되는 것을 중국이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을 낳기도 했다"고 말했다.
▲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오른쪽). ⓒ연합뉴스

왜, 어떤 합의를?

이같은 보도와 평가들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미국과 발을 맞추는 것에서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과 모종의 합의를 봤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대두됐다.

그 합의는 '미국이 남한을 완벽히 차지하는 대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을 전적으로 보장해 준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같은 관측은 '북한과 중국, 남한과 미국은 원래 그런 관계였고, 중국의 최근 태도는 북한의 일탈행위에 대해 매를 든 것'이라는 통념에 비춰볼 때는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이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추진하고 북핵 대응에 있어서는 중국과 발을 맞추려 드는 등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미국 측에 생겼다는 게 이같은 '의혹'의 토대다.

따라서 미국은 대중(對中) 견제의 전초기지이자 동북아 패권 유지의 디딤돌 중 하나인 한국을 지키기 위해 북한을 중국에 '넘겨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최근 미국이 겉으로는 북한을 때리면서도 실제로는 한국에 '과거와 같은' 친미 정권이 들어서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를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라 칭하며 북핵 사태가 '한국 정부 길들이기'에 이용되고 있다고 봤다.

한편 미국이 중국의 대북 장악력 강화를 용인했다는 것은 북중관계가 일반적인 통념대로 중국 주도의 동맹관계가 아니었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실제로 1960~70년대 북한의 '중소 등거리 외교', 1992년 한중수교 등을 거치면서 북한과 중국 두 사라 사이에는 깊은 불신의 골이 패였다. 악화 일로를 걷던 북중관계는 2000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대포동 1호(1998년)와 2호(2006년)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는 데에 있어 중국을 고려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오늘날과 같은 북중관계가 형성된 것은 중국이 한반도 안정화를 위해 북한의 가치를 인정하고, 북한은 자신들의 안보에 대한 중국의 안전판 기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7월 27일 '다산포럼'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은 북중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에서 '실리적인 협력관계'로의 전환이라고 규정하고 '균열과 전략적 동맹관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흔히 표현되는 '혈맹'은 외교적인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 참여를 고리로 미국과의 협력에 나섰다는 것은 북중관계에 대한 이같은 성격규정에 기초해 성립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안정적인 관리라는 중국의 프로젝트는 크게 요동쳤다. 따라서 중국의 이런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 한국에 대한 영향력 제고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미국은 이에 협력의 손을 내밀었고 중국도 적극 화답했을 수 있다는 것이 일각에서 나오는 추론인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그래이엄 앨리슨도 북한의 핵실험이 있기 전인 지난 9월 1일 발간된 '미국정치학·사회과학 아카데미 연감'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동북아를 관리하려 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뉴스위크>의 친중 쿠데타 운운이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는 얘기 역시 그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 협력', 북한이 레드라인 넘으면 가능성 높아져

그러나 이남주 교수는 24일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아직까지는 북한에 대한 미중 양국의 전략적 타협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같은 추론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의 이해득실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기류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과 핵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향후의 행동은 중국이 추구하는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할 필요성은 있다"며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모색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이라는 근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실험 전의 대북정책으로부터 '미국과의 전략적 타협' 방향의 어느 한 지점으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지도부가 핵과 관련한 새로운 행동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의 견제능력을 가지면서, 북한 체제의 불안정을 유발하지 않는 제재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마냥 그런 애매한 지점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그 임계점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발언의 진위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았던 김정일 위원장의 추가 핵실험 유보 약속에 대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이 바로 추가 핵실험임을 못박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19일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도 좌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북한에 석유공급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뉴욕타임스>의 20일 보도에도 그 전제는 '추가 핵실험 강행'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희옥 한신대 교수는 23일 <한겨레> 기고문에서 "추가 핵실험을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며 "중국은 외교적 체면을 지키고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정책선택의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일단 레드라인을 지키는 데 역량을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韓-中 갈라놓기' 전략

그렇다면 미국의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등은 왜 중국이 미국의 '동반자'가 됐다며 과도하게 치켜세웠을까.

이남주 교수는 미국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미치지만 중국이 대북 제재에 어느 정도 호응한 것에 대해 평가해 준다는 측면 외에도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쟁에 이어 북핵문제에서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무마하고 성과를 극대화하기 중국의 태도변화를 과장되게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그 간 미국이 추구하는 대북 봉쇄에 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던 중국과 한국을 분리시키려는 속셈이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평가하고 한국에는 불만을 표시하는 것에 한국은 자신만 고립되는 게 아닌가 하며 당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두번째 분석은 특히 대북 제재를 둘러싼 한중 양국의 눈치보기가 극심하다는 사실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외교부 인사들을 접촉한 한 전문가는 "한중 양국은 혹여 한 쪽이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 자기만 '왕따'가 될까 두려워한다"며 "심지어 중국 외교부에서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 한국이 원하는 바를 다 들어줄 테니 발을 맞추자는 얘기까가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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