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그간 사실 여부에 대해 논란이 되어 왔던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확인했다. 그러나 1차 핵실험에 대해 사과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부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에 파견된 탕자쉬안 국무위원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중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사과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에 사과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6자회담 견지와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2차 핵실험 진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더 큰 압력이 가해지거나 불공정한 압력을 행사한다면 북한은 진일보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류 대변인은 말했다.
"몇 가지 긍정적인 소식 나왔다"
탕 위원은 후 주석의 특사로 지난 18일 평양을 방문해 다음날인 19일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와 20일에는 중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동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21일 탕 위원 등을 만난 후 베이징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탕(국무위원)이 나에게 김정일이 핵실험에 대해 사과했다거나 핵실험을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이 확인됨에 따라 라이스 장관이 '사과' 부분은 사실을 말했으나 '추가 핵실험' 부분은 거짓말을 한 셈이 되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며, 만약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그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류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2차 핵실험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을 것 같다면서 재차 이 부분에 대해 분명히 설명했다.
그가 정리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현재 북한은 2차 핵실험 진행을 고려하거나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류 대변인은 또 "탕 국무위원의 방북에서 몇 가지 긍정적인 소식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밝혔으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북한 측도 다른 채널을 통해 6자회담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해 긍정적인 소식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 표명임을 시사했다.
한편 류 대변인은 중국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인민해방군을 증원 배치했는지, 대북 원유공급을 줄였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은 정상"이라고만 말했다.
라이스는 왜?
그 동안 김 위원장이 탕 위원에게 했던 발언이라고 알려진 것은 (1) 핵실험에 대한 사과 (2) 추가 핵실험 유보 (3)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선(先) 6자회담 복귀 (4)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 요약된다.
이 중에서 류젠차오 대변인에 의해 확인 된 것은 (2), (4)번 발언이고, (3)번의 경우는 '다른 채널을 통해'라는 말로 간접적으로 확인됐으며, (1)번은 부인된 셈이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1)번 발언에 관한 것만 사실을 말했을 뿐, 류 대변인이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나머지 모든 발언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서는 라이스 장관이 탕 위원에게 사실을 들어 놓고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도 있고, 한중 양국의 안보리 결의안 참여를 채근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유화적인 태도를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추가 핵실험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확인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말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전달상의 오류였거나,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중국이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그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중국 외교부의 이날 공식 확인에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도에 쐐기를 박아보겠다는 의도가 게재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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