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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북한의 붕괴'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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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북한의 붕괴'를 원하는가"

보수언론의 위험한 '대북 제재' 여론몰이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 전쟁이 무서워 피할 때 우리는 볼모가 된다. 전쟁을 각오하고 나서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중앙일보> 17일 '문창극 칼럼'
  
  "한반도에서는 결국 '김정일-김대중-집권 좌파'를 한 덩어리로 묶은 진영, 그리고 대한민국 세력과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진영 사이의 죽느냐 사느냐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결전에서 대한민국 진영은 전 세계와 더불어 김정일 숨통 죄기에 목숨 걸고 동참해야 한다." <조선일보> 17일 '류근일 칼럼'
  
  "맹목적 포용정책이 아닌, 북의 행태와 체제에까지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동아일보> 16일 사설
  
  북한 핵실험 직후 포용정책 때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보수언론들이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기점으로 사실상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자'는 캠페인에 돌입한 형국이다.
  
  미국과 일본이 제출했던 초안보다는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북한을 봉쇄하고 제재하기에 충분한 안보리 결의안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이 참에'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자는 것이다.
  
  '핵공포-포용정책 비판-제재 참여'의 '스토리 라인'
  
  너무 많은 얘기를 담다보니 논점이 흐트러진 <중앙일보> 문창극 주필의 칼럼은 정말 꾸었을까 싶은 꿈 얘기로 시작한다.
  
  "밖이 소란했다. 북한이 핵폭탄을 발사했다고 술렁거리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어디로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빌딩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 벌써 늦었구나. 나는 이미 방사능에 노출됐고 이제 곧 핵 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절망이었다."
  
  
그렇게 독자들의 시선과 감정을 사로잡은 문 주필의 칼럼은 "'민족끼리'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한 '분노'를 드러낸다.
  
  "중국까지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만 마지못해 끌려가는 도살장의 소 같다. "대화를 열어 놓아야 한다"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더 이상 그런 얘기는 믿지 않는다. 포용이다, 햇볕이다 하며 너무 오래 참았다. 너무 많이 양보했다. 너무 많이 퍼 주었다."
  
  이어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고 전쟁과 핵무장을 언급한 문 주필은 유엔 결의안 이행이 우리의 손을 떠나 국제문제가 됐다며 북한을 고사시키자고 주문한다.
  
  "유엔 제재는 앞으로 북한을 옥죌 것이다. 사치품 제재는 리더십 붕괴를 겨냥한 것이다. 북한 내부에 큰 변고가 생길지 모른다.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해 국력 차를 벌려야 한다. 지금의 30배 정도가 아니라 50배, 100배로 벌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을 안고 고사할 수밖에 없다."
  
  오래 전부터 '북한 붕괴가 곧 통일'이라는 논리를 지론인 듯 설파해 왔던 문 주필은 드디어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혹은 "핵 도전은 오히려 통일의 기회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외눈박이 친북 외교로는 우리마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성실히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누구 편이냐' 묻는 <조선일보>의 문제 왜곡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은 우선 색깔론을 전면에 내세냈다. '퍼준 돈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그간 수없이 나왔고, 그 언저리에는 은근한 색깔론이 깔리기 마련이었지만, 그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이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이채롭다.
  
  "핵실험 전후 DJ와 노무현 정권 안팎의 일부 세력은 '김정일과의 동행'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 그들의 본색을 드러냈다. 사정이 사정인 만큼 위장의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이제 우리 내부의 대치선은 더욱 뚜렷하게 그어졌다. 김정일 편이냐 그 반대편이냐, 반(反)대한민국이냐 대한민국이냐의 구분이 그것이다. 저들은 '진보' '민족'을 가장해 왔지만 핵실험 이후에는 YS의 말처럼 '김정일 대변인'으로서의 자신들의 정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렇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무리하게 편을 가른 류 씨는 이어 "이 결전에서 대한민국 진영은 전 세계와 더불어 김정일 숨통 죄기에 목숨 걸고 동참해야 한다"며 역시 북한 붕괴론을 설파했다.
  
  그리고 "김정일의 숨통을 조르다 보면 변화는 어느 순간 갑자기 닥칠 수도 있다"며 "(북한에 대한) 굴종이냐 제압이냐, 모든 것은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고 독자들의 선택을 다그쳤다.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이냐'는 조폭식 언어"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다음날 나온 <동아일보>의 사설은 정부가 "앞에서는 "안보리 결의를 지지한다"는 외교통상부 성명까지 내고 뒤로는 어떻게든 제재에서 도망갈 궁리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행태와 '체제'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안보리 결의안의 철저한 이행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과 <조선>의 칼럼과 마찬가지로 <동아일보> 역시 강한 대북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에 집권세력들은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이냐'고 맞받아치고 있다며 이를 "조폭식 되받아치기 어법"이라고 규정했다.
  
  참고로, 언제나 '조중동' 보다 '한 스텝' 더 나가는 것을 차별성으로 여기는 듯한 <세계일보>를 보자.
  
  이 신문은 17일자 사설에서 우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리 결의에 '해상 검색' 조항이 포함된 만큼 PSI는 이제 미국만의 구상에 머물지 않고 유엔 차원으로 격상된 것"이라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과도한 해석에 근거한 주장이다.
  
  <세계>는 이어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한중일 연쇄 방문을 통해 한중 양국에 PSI 참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며 그것이 PSI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차라리 자발적인 참여에 따른 한미동맹 강화의 기회라도 잡는 게 실익이 아니겠는가"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PSI 참여에 주저되는 것은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그런 우려를 안고서라도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기회로'라도' 삼자니….
  
  94년 '北, 붕괴시 휴전선 강화 및 남북 분할통치'가 결론
  
  보수언론들은 결국 △안보리 결의안을 포괄적으로 적용할 것 △그를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 혹은 축소하고 PSI에 참여할 것을 주장하면서 △그것을 거부하는 이들은 '친북세력'이며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말이냐'는 반박은 김정일 위원장을 옹호하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들 주장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북핵문제를 '대화로, 평화적으로,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단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고립과 봉쇄, 제재에만 총력을 다해 북한을 기어이 붕괴시켜야 이들의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이들에겐 북한 핵문제의 합리적 해결은 안중에도 없다. 남ㆍ북한 체제의 상호 인정과 공존, 화해협력을 약속한 7.4 공동성명이나 남북한 기본합의서, 6.15 공동성명, 그리고 9.19 6자회담 공동선언 등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군사적 긴장과 충돌 등 한국이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대북 제재에 참여할 경우 나타날 부정적인 효과,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중단이 가져올 문제(<조선일보>는 이날 재경부가 개성과 금강산 사업을 중단할 경우 외국 자본이나 기업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북한이 붕괴했을 경우 도래할 재앙과 혼란은 그들의 안중에 없는 듯하다.
  
  최근 나오고 있는 북한 붕괴론은 1994년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사망한 직후 난무하던 붕괴론과 비교된다. 전문가들은 붕괴론의 정도야 94년에 더했지만 당시는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에서의 자연적 붕괴 가능성에 초점이 있었던 데 비해, 현재의 붕괴론은 외부의 봉쇄와 재재로 적극적인 '붕괴 작전'을 펴자는 것이어서 그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북한 붕괴론이 난무하던 94년 정부 각 부처는 자체적으로, 그리고 산하 연구기관에 의뢰해 북한 붕괴 이후의 전망과 대처방안을 담은 연구를 추진해 비공개적이지만 현재까지 그 결과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연구의 대체적인 결과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엄청난 재앙과 혼란이 있기 때문에 휴전선에 군대를 배치하고 남과 북을 지금보다 더 철저히 분할통치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혼란스러운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듯한 보수언론의 최근 논조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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